logo
[동시 해설] 김귀자의 "세상이 부모입니다"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동시 해설] 김귀자의 "세상이 부모입니다"

이승하 시인
입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65]

 

세상이 부모입니다                                       

 

김귀자

 

아빠 엄마 없는 아이 고아라지만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 어디 있나요

사랑 없이 태어난 아이 어디 있나요

 

눈길 손길 받지 못해

외로운 울음이 고아이지요

 

우리들의 부모는

세상입니다

 

어둠을 깨우는 한 줄기 빛,

따뜻한 눈길 주는 사랑이 엄마

포근한 손길 희망이 아빠입니다

 

우리 안에

엄마, 아빠 있어요

 

마음의 등불을 켜

손잡고 함께 가는 길

 

새 삶을 안겨주는

이 세상이 우리의 부모입니다

 

―『ㄴ이 말했어』(고래책빵, 2024)

 

 

 [해설]

 

  아이들이 밝게 크는 세상을

 

  내일이 어린이날이다 자녀나 손자, 손녀가 있는 집에서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할 것이다. 용돈을 주거나 장난감, 혹은 맛있는 먹거리를 선물하는 집이 있을 것이다. 외식하는 집도 있을 테고 서울어린이대공원, 가평 꿈의 동산, 인천 월미도 월미짱랜드, 과천어린이대공원 등에 놀러 가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집이나 동화집을 선물하는 부모님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책을 어린이날 선물로 받는다면 기뻐하고 감사하기보다는 조금 실망하지 싶다. 안타깝게도.

 

  그런데 어린이날에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전쟁 때는 많은 전쟁고아가 생겨났고 그래서 큰 고아원들이 필요했다. 고아원에 있던 아이들 중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도 많았다. 부모님이 사고나 질병으로 돌아가시면 친척들이 맡아서 키우거나 고아원에서 자라게 된다. 아이들의 사생활 보호와 외부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지금은 고아원 대신 보육원으로 부르고 있다.

 

  김귀자 시인은 보육원에서 자라는 고아(orphan)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빠와 엄마 없이 커가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과 포근한 손길을 주자고 말한다. 그 아이들이 우리들의 부모는 이 세상이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 바람직한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이리라. 시인은 간절히 소망한다. 이 세상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해주자고. 나를 잘 보호해주었고 나를 이렇게 키워준 것이 바로 세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세상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세상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세상이다. 이건 우리 어른들이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요즈음에는 보육원에 부모가 안 계신 고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이혼, 부모 중 한 사람의 가출로 자녀 양육이 어렵게 된 집, 편부나 편모의 질병, 부모 중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장애인일 때, 부모나 편부ㆍ편모의 기아, 폭력과 방임 등으로 인하여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도 보육원에서 자라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울지 않게 하고, 울면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추신: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입니다.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의 한 구절입니다. Our parents are the world. 우리들의 부모는 세상입니다. 김귀자의 동시 「세상이 부모입니다」의 한 구절입니다.)
 

  [김귀자 시인]

 

   1947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원주여고, 한국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했다. 2000년 《믿음의 문학》에 동시로, 2001년 《한국아동문학연구》에 동화로, 2002년 《월간 문예사조》에 시로 신인상을 받고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반달 귀로 듣고』, 동화집 『종이피아노』『마음을 찍는 사진기』, 시집 『백지 위의 변주』『백지가 되려 하오』『유년의 뜰 고향집은 온통 꽃밭이었다』 등을 펴냈다. 한민족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천강문학상, 세종문학상, 불교청소년도서저작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경기도서예문인화대전, 서울서예대전, 현대서예문인화대전 등에 초대작가로, 현대문인화연구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