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한국화의 대가 왕열, 초대 개인전 ‘王烈의 말, 말, 말, 말 展’ 개최
한국 화단의 중견 작가이자 동양 정신의 현대적 해석에 천착해 온 왕열(Wang Yeul)이 오는 1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G-ART 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 「王烈의 말, 말, 말, 말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왕열의 87번째 개인전으로,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주제인 ‘유토피아(Utopia)’를 중심으로 신작과 근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왕열은 이번 전시를 통해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물리적 장소로서의 낙원이 아니라, 사색과 명상을 통해 닿을 수 있는 마음속의 이상향을 화폭에 담아냈다. 화면을 압도하는 강렬한 적색과 청색의 대비는 작가 내면의 정서적 좌표를 상징하며, 전통 수묵의 선염법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산수와 운무 표현은 동양의 여백 미학과 서양의 조형 어법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전시의 타이틀인 ‘말, 말, 말, 말’은 언어(言)의 유희이자 작품의 핵심 소재인 말(馬)을 중의적으로 시사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현실적으로 긴 다리의 말과 목이 긴 새는 작가의 자아(Persona)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다. 왕열은 긴 다리의 말을 “현실의 구속을 벗어나 더 멀리 나아가고자 하는 욕망이자, 자발적 고립 속에서 행하는 깊은 명상의 자세”라고 설명한다. 또한 짝을 이룬 긴 목의 새는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함께하는 동행의 따스함과 비상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처럼 해학적이고 변형된 신체들은 관람객에게 현실의 무게를 잊게 하는 시각적 위트와 해방감을 선사하며, 장자가 말한 ‘절대 자유’와 ‘절대 해방’의 철학을 연상시킨다.

고완석 미술학 박사는 왕열의 작품을 “현실의 중력과 비상을 갈망하는 이상적 무중력이 충돌하여 생성된 제3의 사유 공간”이라고 평했다. 이는 왕열의 작품 세계가 단순히 전통적 형사(形寫)를 넘어, 대상의 기운과 정신을 담아내는 신사(神寫)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도 강렬한 색채와 여백의 미학, 전통과 현대의 교차가 어우러지며, 유토피아를 물리적 장소가 아닌 심리적·정신적 상태로 제시한다.

왕열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20여 년간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한국미술작가대상,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청와대,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등재되어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왕열은 “유토피아는 지도 위에 표시된 장소가 아니라, 사색하고 명상하는 마음의 상태 속에 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 각자의 마음속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개인적 무릉도원’을 짓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오프닝은 1월 14일 오후 4시에 진행되며, 관람은 1월 19일까지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긴 다리의 말과 새가 안내하는 열린 공간 속에서 관람객에게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왕열의 유토피아는 엄숙한 이상향이 아니라, 사색이 놀이로 전환되는 열린 공간이며,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새롭게 생성되는 ‘개인적 무릉도원’으로 확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