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전시

사라져가는 계절과 자연의 기억을 조형하다…최규식 제14회 개인전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환경과 계절의 변화, 그리고 점차 사라져가는 자연의 흔적을 조형언어로 풀어온 최규식 작가의 제14회 개인전이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경남 양산 스페이스 나무 갤러리 오로라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최규식 제14회 개인전 포스터. 사진=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최규식은 자연의 재료와 오브제, 빛과 움직임을 결합해 변화하는 환경과 인간의 기억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뿔소라와 조개껍질, 깃털, 모터, 조명, 팬, 색모래 등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하나의 조형 안에서 결합하며 바람과 바다, 시간과 계절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최근의 기후 변화 속에서 이전에는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던 들꽃과 나비, 뚜렷했던 사계절이 점차 낯설어지는 현실을 바라본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언제부턴지 봄과 여름이 와도 들꽃과 나비를 보는 것이 힘들다”며, 계절이 변해가는 현실과 함께 “꽃과 나비가 되어서 다시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리움을 작품의 주요 정서로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그리움’에서 출발한다.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사라져가는 대상의 흔적과 기억을 오브제로 불러내고, 움직임과 빛을 통해 다시 살아 움직이도록 한다.

〈바람보기〉, 30×40×120cm, 혼합재료·제작조명·저속모터·깃털·팬(바람)·그림자, 2022.

대표적인 작품 〈바람보기〉는 깃털과 제작조명, 저속모터, 팬과 그림자를 활용한다. 실제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세하게 움직이는 깃털과 벽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빛은 깃털의 움직임을 확대하며 작품 주변 공간까지 하나의 장면으로 변화시킨다.

바다, 바람 담기〉, 35×35×60cm, 혼합재료·뿔고둥 껍질·저속모터·색모래, 2026.

〈바다, 바람 담기〉는 뿔고둥 껍질과 저속모터, 색모래 등을 결합한 작품이다. 푸른 모래 위에 놓인 조개와 진주 형태의 오브제가 수직적인 흐름을 이루며 바다의 움직임과 기억을 응축한다. 고정된 조형물이지만 모터를 통한 미세한 움직임이 더해지며 정지된 자연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바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35×35×60cm 크기로 2026년에 제작됐다.

〈바다바람IV〉, 22×15×71cm, 혼합재료·조개껍질(shell), 2026.

또 다른 출품작 〈바다바람IV〉는 조개껍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22×15×71cm 크기의 작품으로, 자연에서 발견된 물질이 인공적인 구조와 결합하면서 바다와 바람이 남긴 흔적을 하나의 조형적 표정으로 전환한다.

 

전시장에서는 이들 작품 외에도 자연적 재료와 다양한 오브제, 무브먼트를 결합한 〈바다바람〉 시리즈와 〈봄 시간-향기〉, 〈해시계I-바다 해(海) 볼 시(視) 경계 계(界)〉 등을 만날 수 있다.

 

최규식의 작업에서 자연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꽃과 나비, 바다와 바람은 작가가 기억하는 과거의 풍경이자 현재의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거나 변하는 것을 물질로 다시 붙잡으려는 시도는 자연의 소멸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감정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히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움직임’은 중요한 요소다. 저속모터와 바람, 조명은 오브제를 정적인 조각에서 벗어나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로 만든다. 관객은 작품을 한순간에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변화하는 움직임과 그림자를 따라가며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최규식은 2011년 제37회 전국공모 부산미술대전 회화·조각 통합대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제1회 부산 중구 거리갤러리 미술제 최우수상, 2010년 부산시민회관 청년작가공모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2019년에는 앙데팡당 KOREA 일요주간 예술상을 수상했다.

 

2025년 부산 오픈아트스페이스 MERGE?에서 제13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달성대구현대미술제, 국제현대미술대전, 앙데팡당 코리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양평군립미술관 전시 등 국내외 300여 회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번 개인전은 자연과 조화롭게 구성된 전시공간에서 최규식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환경, 계절, 시간의 문제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단순히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브제와 움직임을 통해 다시 현재의 감각으로 불러낸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세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시 개요

  • 전시명: 최규식 제14회 개인전
  • 작가: 최규식(Choi Kyu Sik)
  • 기간: 2026년 9월 10일~19일
  • 장소: 스페이스 나무 갤러리 오로라
  • 주소: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초산리 84-1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 휴관: 매주 월요일
  • 주최·주관: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 지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2026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 문의: 051-527-8196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