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 향기] 사라지는 축산 소농가- 서문순
축협으로부터 축산 소농가를 없앤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어느덧 3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잠잠하여 한시름 놓고 있었는데, 허가 내지 못한 축사는 송아지 출생신고를 받지 않는 건 물론이고 기표를 달아주지 않는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소농가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소는 축협에서 실명제로 관리하고 있다. 기표를 통해 한우의 혈통 및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기표를 달아주지 않는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 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기표가 없으면 한우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거 아니면 아예 거래할 수가 없다. 축산의 목적은 주로 송아지를 내어 그 수입을 얻는 거에 있다. 끝까지 버텨봤자 소용없다는 거다. 축산농가에는 희망의 불씨 하나 남기지 않고 잔불까지 물을 부어 소멸시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시골에서 하우스나 특용작물을 하지 않는 한은, 농사만 지어 생활을 이어가기란 어렵다.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줄어든 만큼 생활용품과 일상생활 하는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등 시골 씀씀이도 도시 못지않다. 그러니 꾸준히 돈이 나오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농사지으며 소를 기르는 것이 수입원으로는 안전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소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골에서는 여전히 큰 재산이다. 소를 다섯 마리만 길러도 일 년 치 나오는 수입으로 목돈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어떤 조치도 없이 무조건 소를 포기하라니 농촌에 사는 농부에게는 죽으란 말이나 다름 없다.
정부에서는 집 마당 외양간에서 기르는 소나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 않은 소 축산농가는 이참에 전부 정리한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우의 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솟값이 돼짓값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한숨이 한 말이나 되었다. 기르는 소를 믿고 남편한테 농사를 줄이자 성화를 부렸기 때문이다. 남편은 첫배부터 세배까지 내내 쌍둥이만 출산하는 소를 이참에 정리할 거라 말한다. 그리고 한 우리에 있는 비육 소를 따로 분리하였다. 남편은 아침, 저녁으로 두 끼만 주던 사료를 점심을 꼭꼭 챙기라고 당부하였다.
남편이 말한 비육을 시작한 소에게 점심을 주러 갔다. 사료를 푸기 위해 바가지를 들자 축사에 있는 여섯 마리 소의 검은 눈동자가 웬 횡재인가 싶어 윤슬처럼 반짝인다. 그리고는 그 시선들이 일제히 나에게 꽂힌다. 이른 봄 갓 올라온 찔레 새순 같은, 약한 마음을 가진 나는 비육하는 소에게만 사료를 줄 수가 없었다. 하루를 멀다 하고 장대 들고 높이뛰기 하는 사룟값에 축산농가들은 현재 소의 수를 줄이고 있다. 우리 집 가계부가 사룟값으로 인해 터널이 생기거나 말거나 축사에 있는 모든 소에게 골고루 점심을 푸지게 퍼주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사료 바가지 인심을 베푼 지 두어 달이 되어갔다. 고기로 팔기 위해 비육을 시작했지만, 막상 소가 축사에서 나갈 날짜가 정해지면 사람으로는 할 짓이 아니다. 동물이라는 이유로 인간한테 비육 당하고, 정말이지 내 마음은 소가 팔려갈 때마다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지른 듯 너덜거린다. 그것도 모르고 모든 걸 달관한 얼굴을 하고 지그시 눈을 감고 되새김질하는 소. 드럼통 같은 배를 안고 너무나 평온해 보인다.
새벽부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남편. 비육 소 실으러 트럭이 도착하기 전 서둘러 아침밥을 먹는다. 모른 척 아예 축사에 나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끌려가지 않으려는 소와 기필코 끌고 가려는 사람과의 실랑이를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한테 소의 체중을 물어보았다...... 통장에 찍힌 솟값을 보고서야 솟값 하락을 실감했다. 몇 달 전 팔려나간 소보다 가격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러니 정부에서 소농가를 없애라고 하는 것이리라. 당연한 정책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다음으로 황소 쌍둥이가 경매장으로 나간다. 그러면 축사는 다른 소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하나씩 둘씩 빈 곳이 된다. 한때 소 울음으로 번잡했던 곳이 형체만 남긴 채 뒤안길로 돌아설 채비를 서두른다. 과거 마을마다 하나씩은 꼭 있었던 구멍가게처럼 시골의 정겨운 풍경인 외양간의 모습은 이제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쓸쓸함이 배어 있는 내 어깨를 바람이 토닥이며 지나간다.
- 서문순의 '사라지는 축산 농가' 중에서

[수필 읽기]
작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도 키우고 있는 농부다.
우리는 일용 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농촌에서 농사를 짓거나 해안가에서 어부로 살기도 하고,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우리나라 한우는 철저하게 관리하여 품질을 최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실명제와 한우 혈통도 잘 관리하고 있다. 한때는 축산업을 장려했으나 현재는 상황에 따라 한우의 수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사룟값이 올라서 동물을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고, 요즘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으로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에, 겨울에는 폭설과 추위에 가축들도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가축을 키우는데 비용이 점점 더 많이 들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정부가 밭에 콩작물을 권장해서 콩농사밭을 넓혔는데, 그동안 콩의 수요가 많지 않다고 콩 농사를 줄이라고 한다는 농부의 탄식이 나왔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사용량이 점점 줄어서 쌀이 남아도니 모든 곡물도 사용이 줄어든 것이다. 쌀라면과 쌀과자, 쌀막걸리등 쌀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더 많은 식품이 개발되길 바란다.
소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주인을 따라 경매장으로 향할 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먼저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소를 보았고, 그 몇 번의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됐을 것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서 되새김질하고 있는 소, 트럭에 타지 않으려고 버티는 소의 행동은, 자신의 앞날을 훤히 알고 있는 행동인 것이다.
소고기(한우)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서민들은 한우를 먹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서 수입산을 찾게 된다. 돼지고기도 부위별로 가격이 달라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부위는 100g당 가격이 비싸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에 빠르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전쟁으로, 기후 위기로 삶의 환경은 위협 받고 있다.
가축도 행복하고 인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영희 수필가,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전문 기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웃음행복코치,
레크리에이션지도자, 명상가 요가생활체조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