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에 숨을 불어넣다”…황정원 예술감독이 만드는 성동구립극단의 무대

서울시 최초 주민참여형 구립극단으로 출발한 성동구립극단이 오는 9월 5일 오후 3시 성수아트홀에서 제8회 정기공연 "연극 "「소월, 달이 지기 전에」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은 누군가의 삶을 연기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무대에 선 사람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2018년 창단부터 극단을 이끌어온 황정원 예술감독이 있다.

황 감독은 현재 성동구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사)한국여성연극협회 이사, 성동문화재단 이사, 성동연극협회
극단 물맑고깊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성동구립극단을 이끌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람"과 행복이다.
황 감독은 “처음에는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원들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공연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변화하는 주민들을 볼 때 구립극단의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 배우가 아닌 주민들과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발성·발음·움직임 등 기초부터 하나씩 시작했지만, 주민 배우들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황 감독은 말로만 설명하기보다 직접 연기를 보여주며 길을 열어준다.
“처음에는 제가 보여준 것을 따라 하다가 어느 순간 자기만의 인물과 연기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전문 배우 못지않은 순간을 만날 때면 정말 뿌듯하죠.”
매년 진행되는 연기 수업 과정에서 단원들은 때때로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놓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연습실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한다.
황 감독은 “가슴 밑바닥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비워낸 뒤에는 놀라울 만큼 연기가 달라진다”며 “발성의 근원부터 변하고 인물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힘도 깊어진다. 세련된 기교와는 또 다른, 진짜 자기 삶이 묻어나는 연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성동구립극단의 무대에는 주민 배우들의 삶 자체가 녹아 있다.
특히 황 감독은 연기의 본질을 "숨"에서 찾는다.
그는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숨 쉬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대 위에서 ‘후~’ 하고 숨을 내쉬고, 그 숨에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에서 연기는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소월, 달이 지기 전에」는 시인 김소월의 삶과 사랑, 고독과 창작의 시간을 따라가며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마음과 서정의 가치를 연극으로 풀어낸다.
김소월과 성동구의 인연도 특별하다.
소월은 왕십리와 인연을 맺고 시 「왕십리」를 남겼다. 황 감독은 이 지역의 기억을 오늘의 성동구 주민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되살린다는 점에 이번 공연의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관객들이 ‘우리가 좋아했던 이 시도 김소월의 작품이었구나’ 하는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며 “김소월을 역사 속의 위인이 아닌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었던 한 사람처럼 편안하게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상도 작품에 접목해 김소월의 삶과 시를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전달한다. 황 감독이 이번 무대에 찍은 연출의 방점은 "발견"의 즐거움과 친밀한 연대다.
앞으로의 성동구립극단에 대해 황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극단이 누구나 와서 ‘후~’ 하고 편안하게 숨을 내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 숨 쉬는 호흡이 되고, 각자의 인생 무대에 큰 박수를 보내주는 극단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성동구의 진짜 자랑이 되고 싶습니다.”
2018년 서울시 최초 주민참여형 구립극단으로 출발한 성동구립극단은 주민들의 삶을 무대의 언어로 바꾸며 8년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 중심에서 황정원 예술감독은 연극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통해 지역문화를 성장시키는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이번 제8회 정기공연 「소월, 달이 지기 전에」는 그 시간과 철학이 응축된 무대다.
오는 9월 5일 오후 3시 성수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이 김소월의 시와 성동의 기억, 그리고 주민 배우들의 진솔한 삶을 하나로 잇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무대로 남기를 기대한다.
무대에 숨을 불어넣고, 사람의 삶에 다시 숨을 돌려주는 연극. 황정원 예술감독과 성동구립극단이 만들어갈 다음 10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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