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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단상] 귀뚜라미가 운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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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운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났다. 한동안 밤잠을 설치게 했던 열대야도 비가 한 차례 지나간 뒤 조금씩 물러서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문을 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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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귀를 기울여 보니 여름 내내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어느 순간 뜸해졌다. 대신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이면 풀숲 어디선가 귀뚜라미가 운다. 작은 벌레의 울음소리 하나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달력을 보며 계절을 헤아리지만 자연은 때를 잊지 않는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 끝에는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온다. 서두르지도 않고 늦추지도 않는다. 꽃은 필 때 피고, 잎은 질 때 진다. 매미가 물러난 자리를 귀뚜라미가 이어받듯 자연은 자신의 순서와 자리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문득 ‘순리(順理)’라는 말을 생각한다.

 

인생도 자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릴 수는 없고, 언제나 순탄할 수도 없다. 때로는 비바람을 만나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 앞에 서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일이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도 어쩌면 ‘순리’보다 ‘욕심’을 앞세우는 데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자신의 능력과 책임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고, 다른 사람의 몫까지 탐내며, 과정은 외면한 채 결과만을 차지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 

 

과욕은 결국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남긴다. 거슬러 행하는 일은 개인의 불행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그릇이 있다. 

 

큰 그릇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작은 그릇이라고 부족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릇을 아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지혜다. 

 

자신의 그릇을 알면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정도, 조직도, 사회도 조금 더 평안해질 것이다.

 

귀뚜라미는 가을이 왔다고 크게 외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때가 오자 조용히 울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때가 오기 전에 조급해 하지 않고, 때가 지났는데도 미련을 붙잡지 않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계절과 자리를 알고 살아가는 것.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않고 어려움이 찾아왔다고 좌절하지 않는 것.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나와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오늘 저녁,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본다. 뜨거웠던 여름도 결국 물러간다. 힘들었던 시간 역시 언젠가는 지나간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때가 되면 꽃은 피고, 때가 되면 잎은 진다. 때가 되면 귀뚜라미가 운다. 우리도 자신의 때와 자신의 그릇을 알고, 욕심보다는 순리를 선택하며 살아가자.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글 ㅣ 임만택 한국아트넷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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