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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임의 시조 읽기 31】 임채성의 "러브버그"
문학/출판/인문
[ 강영임의 시조 읽기]

【강영임의 시조 읽기 31】 임채성의 "러브버그"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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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 임채성 이미지: 강영임 기자
러브버그 / 임채성 [이미지: 강영임 기자]

러브버그

 

임채성

 

사랑이 뭔지 모를

벌레들도 사랑을 하네

 

낮과 밤의 여백까지 꽉 채운 겨운 몸짓

한 며칠 훔쳐만 보던

여름이 달아오르네

 

일인칭의 방에 들면

옆구리가 시린 저녁

 

방충망 그물코에 신방 차린 벌레처럼

열대야 불면의 밤을

당신과 보내고 싶네

 

날개를 잠시 빌려

당신께로 날아갈까

 

부둥켜 꽃잠 자는 그런 사이 아니라도

마주 서 눈부처가 될

애愛벌레를 꿈꾸며

 

《정음시조》 2025. 7

 


 

사나흘 날면서 짝짓기 하는 벌레가 있다. 러브버그의 이야기다.

 

러브버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서로에게 매달려 한몸처럼 날아다닌다. 낮과 밤의 여백까지 채워 넣으며 짧은 생을 오직 행위에만 쏟는다. 그 모습은 신혼부부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사랑이 불붙어 서로를 향한 시선만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열정의 시간이다.

 

세월이 흐른 뒤 부부는 서로를 향한 열망대신, 빈 방의 고요함이나 외로움, 옆구리의 서늘함을 더 자주 느낀다. 방충망에 기대여 여름벌레가 신방을 꾸리듯, 부부는 저마다의 자리와 그늘 안으로 들어간다.

 

「러그버그」는 작은 벌레의 몸짓에서 사랑의 원초적 본능과 순간의 강렬함을 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열정, 허무, 외로움, 간절한 바람까지 뒤섞여 있다. 낯선 소재를 통해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 순간과 지속성을 동시에 담아 사유의 확장을 가져오는 작품이다.

 

우리는 사랑을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다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부의 사랑을 무지개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빨강이 뜨겁고 선명한 열정이라면, 주황은 익숙함의 따뜻함이다. 노랑은 함께 나눈 웃음이며, 초록은 서로의 상처를 감싸는 치유의 기운이 된다. 파랑은 곁을 지키는 평온이며 남색은 사색과 고독 속에 이어지는 연결이다. 마지막 보라는 함께 늙어가며 공유하는 삶의 신비로움을 상징할 수 있다.

 

부부의 사랑은 어느 한 빛깔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떤 날은 뜨겁고, 어느 날은 차갑고, 또 어떤 날은 쓸쓸하다. 그러나 그 모든 빛이  겹쳐질 때 무지개처럼 한눈에 다 담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된다. 열정이 사라진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결혼은 사랑의 서약, 그 너머에 의리로 불안전한 사랑을 함께 견디는 시간들이다. 짧고 격렬한 러브버그의 생은 순간의 사랑을 보여주지만, 부부의 사랑은 색을 겹겹이 쌓아가는 시간의 존재들이다.

 

부둥켜 꽃잠 자는 그런 사이 아니라도

마주 서 눈부처가 될

애愛벌레를 꿈꾸며

 
강영임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 기자
 
강영임시인
강영임 시인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수상.

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2025)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됩니다]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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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영임시인#시조읽기#임채성시인#러브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