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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미술 생태계를 위한 제언 “작가분류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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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만택 한국아트네트워크협회 회장

오늘날 한국의 미술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술대학 졸업생의 증가, 생활미술 인구의 확대, 아트페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 등으로 미술 활동의 방식과 경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전시, 공모, 기관, 언론에서는 작가를 신진작가·중견작가·원로작가라는 비교적 단순한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새로운 작가분류 체계 / ChatGPT 260311 생성

이 분류는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오늘날의 복합적인 미술 환경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중견작가’라는 개념은 경력 중심의 모호한 기준이어서 창작 방식의 다양성을 담아내기 어렵고, ‘원로작가’라는 표현 역시 존중의 의미는 있지만 실제 창작 활동성과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의 미술 현장에는 전통적인 작가 경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낮에는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작가도 있고, 전업은 아니지만 공모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도 있다. 또 취미로 시작한 창작 활동이 점차 전문적인 미술 활동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작가를 보다 현실적인 활동 방식과 창작 성격 중심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의 작가 분류를 제안해 볼 수 있다.

 

예비작가
예술을 공부하거나 창작을 준비하는 단계의 작가로, 미술대학 학생이나 창작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의 창작자를 의미한다.

 

신진작가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전시, 공모, 아트페어 등을 통해 미술계에 진입하기 시작한 작가를 말한다.

 

취미작가
직업 여부와 관계없이 미술 활동을 삶의 중요한 창작 행위로 이어가는 작가로, 최근 생활예술의 확대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유형이다.

 

전업작가
작품 활동을 주요 직업으로 삼고 작품 판매, 전시, 창작 활동을 중심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를 의미한다.

 

예술작가
예술적 실험과 창작 자체를 중심 가치로 두고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예술적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작가를 말한다.

 

이러한 분류는 작가의 나이나 경력 중심이 아니라 창작 방식과 활동 성격 중심으로 바라보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분류는 고정된 신분이나 위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열린 구조라는 점도 중요하다. 

 

취미작가가 신진작가로 성장할 수도 있고, 신진작가가 전업작가로 발전할 수도 있으며, 전업작가가 예술적 실험을 통해 예술작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분류가 외부에서 규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개념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창작 방향에 따라 스스로 어떤 작가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류는 문화예술 정책과 지원 제도를 설계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예비작가에게는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이,
신진작가에게는 데뷔전과 전시 기회가,
취미작가에게는 생활예술 플랫폼과 지역 커뮤니티가,
전업작가에게는 창작 공간과 유통 구조 지원이,
예술작가에게는 비평과 아카이브,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각각 보다 효과적으로 설계될 수 있다.

 

오늘날 예술은 더 이상 특정 직업군이나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 온라인 전시, AI 창작 도구 등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가의 형태 또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작가를 나이와 경력 중심의 언어로만 부르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어떤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언어와 관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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