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 침묵 속의 기도, 선으로 피어나다 _ 석창우 제47회 초대 개인전

예술의 선율로 되살아난 침묵의 시간
의수를 착용한 채 붓을 들고 생명의 순간을 포착하는 ‘수묵크로키’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석창우 화백(71세)이 제47회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 1층과 지하 1층에서 펼쳐지며, 석 화백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층 전시장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신작들이 대거 선보인다. 선(線)의 울림으로 생명과 믿음을 표현해온 석 화백의 예술은 이번 신작을 통해 더욱 깊은 내면의 세계로 확장된다. 지하 1층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작업한 작품들이 중심이 되며, 2023년 울산 고래재단에서 열린 제46회 개인전의 주요 작품들이 다시 전시된다.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 탄생한 ‘치유의 회화’는 관람객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선은 기도다, 그림은 찬양이다”
미술사 박사 김윤섭 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침묵을 일깨우는 정중동의 크로키 미학”이라 명명하며, 석 화백의 선을 “삶의 울림을 깨우는 기도”로 해석했다. 그의 선은 단순한 형태의 묘사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향한 영적 탐구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그의 붓질은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찬양이며, 관람자는 그 앞에서 고요한 기도의 울림을 듣게 된다.
예술로 증명한 인간 정신의 회복력
1984년 산업 현장에서의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석창우 화백은, 의수를 착용한 후 붓을 들고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다. 서예와 크로키를 결합한 ‘석창우식 수묵크로키’는 전통과 현대, 신앙과 예술이 교차하는 독창적 화풍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크로키 퍼포먼스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청와대 오찬 행사 등에서 선보이며 예술의 회복력과 인간 정신의 찬가를 증명했다. 2019년 유럽 순례길에서 만난 꽃 축제는 그의 먹빛 세계에 색채의 숨결을 불어넣었고, 팬데믹 시기에는 ‘치유의 회화’로 세상에 희망을 전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다

석 화백은 GKL사회공헌재단, 한국장애문화예술원,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2025년 4월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장애 예술인의 권익과 창작 활동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장애인예술 전문 잡지 『E美지』와 문학·미술 평론지 『솟대평론』을 발간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전시를 마주하는 자세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화 전시가 아니다. 석창우 화백의 선은 더 이상 육체의 흔적이 아니라, 세상과 하나님을 잇는 영적 언어다. 그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그림이 곧 기도이고, 침묵이 곧 찬양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예술이 삶을 치유하고,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음을 증명하는 이 전시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한 울림을 남길 것이다.
전시 개요
- 기간: 2025년 11월 5일(수) ~ 11월 11일(화)
- 오픈식: 11월 5일 오후 3시
- 장소: 아리수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13, 관훈동 192-6)
- 문의: 02-2212-5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