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휘의 K-메디 건강미학 55] 암을 없애는 기술과, 사람을 다시 세우는 기술
얼마 전, 저는 암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하는 새봄의료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오랜 세월 면역과 항노화를 연구하고 진료해 온 의사였습니다. 세포가 어떻게 늙고, 면역이 어떻게 무너지며, 무너진 몸이 어떤 조건에서 다시 일어서는가 — 제 임상의 절반은 결국 그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암이라는 이름이 놓여 있었습니다. 노화와 면역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마음 한쪽에 '언젠가 암을 정복하는 일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오래 품고 살았습니다. 이사장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오직 하나, 그 오랜 바람을 실현할 기회가 마침내 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교적 빠르게 결단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10년간 항노화센터의 대표의사로 진료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 의료의 구조와 강점, 그리고 한계를 안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저는 그 기간 내내 북경의 세계적인 암전문병원인 중국중의과학원 광안문병원을 각별한 관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한·양방 협진 시스템은 암 치료에서 대단히 효율적이며, 반드시 필요한 구조라는 사실입니다.

◆ 종양을 줄이는 일과, 사람을 일으키는 일
오늘의 종양학은 눈부십니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 면역관문억제제까지 — 암을 진단하고 공격하는 영역에서 현대의학은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 이 자리를 한의학이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됩니다. 저는 이 원칙을 단 한 번도 흐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종양을 향한 공격이 정밀해질수록, 그 공격을 견뎌내는 사람의 몸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극심한 피로, 입맛의 소실, 근육의 감소, 손발 저림, 불면과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 면역의 침몰입니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삼기에, 암세포와 함께 골수의 조혈세포와 림프구도 함께 타격을 입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무너져 다음 항암 회차가 밀리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항암제와 방사선이 암 덩어리를 줄여도, 남은 미세한 암세포를 최종적으로 찾아내어 사멸시키는 주체는 결국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입니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가 그 일을 맡습니다. 그러니 치료 과정에서 그 면역이 함께 무너진다면, 우리는 한쪽 손으로 암을 밀어내면서 다른 손으로는 암을 지켜낼 군대를 해산시키는 셈이 됩니다.
◆ 표준치료가 손대지 못하는 하나의 축
여기에 현대 종양학의 정직한 공백이 있습니다. 표준치료는 '암을 없애는 축'에서는 최강이지만, '사람의 면역을 다시 세우는 축'에서는 쓸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조혈촉진제 몇 가지를 제외하면, 무너진 숙주의 회복력 자체를 겨냥한 처방은 사실상 비어 있습니다.
한의학이 수천 년 동안 붙들어 온 자리가 바로 이 축입니다. 사기(邪氣)를 몰아내는 거사(祛邪)와, 몸의 바른 기운을 북돋우는 부정(扶正). 『황제내경』은 이를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 바른 기운이 안에 지켜지면 사기가 함부로 범하지 못한다 — 이라 요약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문장은 오늘의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 개념과 거의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 대보원기(大補元氣)의 약, 분자의 언어로 번역되다
그 부정(扶正)의 대표 약재가 바로 인삼입니다. 옛 의서는 인삼을 '대보원기(大補元氣)', 곧 근원의 기운을 크게 보하는 약으로 기록했습니다. 그 추상적 표현이 지난 20여 년 사이 분자생물학의 언어로 하나씩 옮겨지고 있습니다.
인삼의 핵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그중에서도 Rg3·Rh2·컴파운드K가 집중적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이들은 암세포 자체에 대해 세포자멸사(apoptosis) 유도와 세포주기 정지, 혈관신생 억제, 그리고 암세포 특유의 당대사(바르부르크 효과) 재편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 주목하는 것은 면역 쪽입니다. 종양 주변에는 면역을 눌러 앉히는 세력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골수유래억제세포(MDSC)와 조절T세포(Treg), M2형 종양연관대식세포, 그리고 PD-L1이라는 '공격 중지' 신호가 그것입니다. 전임상 연구에서 진세노사이드는 이 억제망을 여러 지점에서 흔드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Rg3는 유방암 모델에서 MDSC를 감소시켜 종양 성장과 상피–간엽 전환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장내 대사산물인 컴파운드K 역시 대장암 모델에서 MDSC에 뚜렷한 영향을 보였습니다. 간암 모델에서 Rh2는 CD8 양성 T세포의 살상 기능(CD107a·인터페론감마 발현)을 끌어올리고, 암세포와 비장세포의 PD-L1 및 T세포의 PD-1 발현을 낮추었으며, TGF-β1·IL-6·IL-10 같은 면역억제 신호와 조절T세포를 함께 감소시켰습니다. 여러 진세노사이드가 종양 혈관을 정상화하고 수지상세포와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율한다는 종합 검토도 나와 있습니다.
옛 의서가 '원기를 크게 보한다'고 적어 둔 그 한 줄이, 오늘 우리 앞에서 'NK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종양 미세환경의 족쇄를 푼다'는 문장으로 번역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선조들의 관찰력 앞에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인가
다만 저는 여기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면역 기전의 상당 부분은 세포와 동물 실험 단계의 근거입니다. 실험실의 기전이 곧 사람의 임상 효과는 아닙니다. 이 문장을 지키지 못하면 의학은 광고가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서 확인된 것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피로입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주도한 다기관 3상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에서 암 관련 피로를 겪는 환자 341명에게 아메리칸 진생 2,000mg을 8주간 투여한 결과, 위약군에 비해 피로가 유의하게 감소했고 뚜렷한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8주에 걸친 인삼의 유익성을 뒷받침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인삼이 종양을 줄여서가 아니라, 환자의 하루를 지배하는 증상을 실제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둘째, 항암 병용입니다. 진세노사이드 Rg3를 주성분으로 한 션이캡슐(參一膠囊)은 중국에서 최초의 1류 중약 단일성분 항암제로 허가되어, 주로 비소세포폐암의 보조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 무작위 임상시험들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는 항암화학요법에 Rg3를 병용했을 때 단기 반응률과 삶의 질 지표가 개선되고, 치료 부작용이 완화되며, 혈관내피성장인자 발현이 감소하고 CD4/CD8 T세포 비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근거는 대부분 중국 내 연구이며, 국제적으로 재현된 대규모 시험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셋째, 국제 지침 수준의 권고입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통합종양학회(SIO)의 2024년 암 관련 피로 지침은 운동과 인지행동치료, 마음챙김을 권고하며, 치료 중인 환자에게는 태극권과 기공도 포함합니다. 통증 지침에서는 암 관련 통증과 근골격계 통증에 침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합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덧붙입니다. 진세노사이드는 상당수가 그대로는 잘 흡수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이 당사슬을 떼어내 활성형으로 바꾸어 주어야 비로소 몸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같은 인삼을 먹어도 흡수와 반응이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결국 장(腸)이 좋아야 인삼도 듣는다는 뜻이니, 한의학이 말해 온 비위(脾胃)의 중요성이 여기서도 조용히 확인됩니다.

◆ 양방과 한방의 협진은 더 완결적입니다
이제 제가 드리고 싶은 결론입니다. 저는 한방이 양방보다 낫다고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확신을 담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문장입니다.
암을 제거하는 축과 면역을 다시 세우는 축을 함께 갖춘 체계가, 한 축만 가진 체계보다 환자에게 더 완결적입니다. 양방 단독 체계의 한계는 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도구의 공백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도록 수천 년간 다듬어진 것이 바로 부정(扶正)의 의학입니다. 두 체계가 한 병원 안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두 가지 안전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한약이라고 해서 모든 항암제와 안전하게 병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대사효소와 간·신장 기능, 출혈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암종과 항암제 이름, 투여 주기, 혈액검사 수치를 모른 채 처방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암 환자분의 발열과 호흡곤란, 의식 변화, 갑작스러운 근력 저하는 결코 단순한 '기력 저하'가 아닙니다. 호중구감소성 패혈증이나 척수압박 같은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통합암병원은 양방 안전관리 시스템을 반드시 중심축에 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짜 협진과 대체요법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입니다.
◆ 닫는 글 — 다시 걷고, 다시 먹고, 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광안문병원이 60년에 걸쳐 이룬 것은 처방이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현대 종양학과 전통의학, 재활과 영양, 심리와 임상연구를 한 병원 안에 통합해 내고, 병원 방문 이전부터 치료 중, 퇴원 이후까지를 하나로 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수술과 항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그 구조만 세운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암은 잘못 살아서 받은 벌이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라며 자신을 탓하시는 분들을 너무 자주 뵙습니다. 그 자책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회복에 써야 할 기운마저 앗아갑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성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환자분이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영상 속 종양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다시 걷고, 다시 먹고, 다시 자고, 가족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는 일입니다.
◆ 내년 봄, 새봄의료재단이 문을 엽니다
저는 오늘 이 칼럼에 담은 의과학적 철학 — 암은 표준치료가 정확히 공격하고, 무너진 면역과 기력은 한의학과 재활이 다시 세운다는 그 원칙 — 을 그대로 뼈대로 삼아, 내년 봄 개원을 목표로 새봄의료재단의 암전문 한방병원을 환경이 너무 좋은 인천 강화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표준치료를 존중하고, 상급종합병원과 손을 맞잡으며, 근거의 층위를 정직하게 밝히는 병원을 세우려 합니다.
이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시거나, 치료를 마치고도 좀처럼 기운이 돌아오지 않아 막막하신 분, 곁에서 지켜보며 무엇을 해드려야 할지 몰라 애태우시는 보호자분이 계시다면 — 부디 혼자 견디지 마시고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오래 품어 온 바람을 이제야 구조로 만들 기회를 얻었으니, 저는 그 자리에서 여러분의 회복을 함께 지키는 따뜻한 주치의로 서 있겠습니다.
"암을 몰아내는 일은 의학이 맡고, 남은 암을 끝내 지워내는 일은 당신의 면역이 맡습니다.
그 면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 그것이 우리가 아직 다 쓰지 못한 마지막 무기입니다."
김두휘 한의사 보건학 박사

새봄의료재단 이사장
압구정린바디한의원 대표원장
항노화 한방성형 장수의학 전문의
유럽 1호 시술 허가 한의사
국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 한방성형협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 한방 성형침 네트워크
대한 한방 피부미용학회 학술이사
비만관리 의원장 (전)
대한 메디컬뷰티협회 이사
코리아 뷰티 디자인협회 상임이사
뉴욕 키토 전문 다이어트 원장
코리아아트뉴스 건강 전문위원
압구정린바디한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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