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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63] 박현수의 "수영秀泳"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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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秀泳

 

박현수

 

  수영秀泳은 한양현 사람으로 양계장을 운영하였으며 달걀을 오리알로 번역하며 생계를 이었다 아내와 우산을 연결하는 전위풍의 시를 써서 이름을 떨쳤다 민중을 좋아하지만 민중이 알아들을 수 없는 난해시를 써서 세인의 빈축을 샀다 친구 인환이 새로운 용어를 쓰자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응 니가 수용소 있을 때 생긴 말이야 하고 놀린 일에 앙심을 품고 평생 친구 욕만 하며 살았다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였으며, 어느 새벽 밤새 고인 가슴의 가래를 마음껏 뱉다가 세상을 떠났다

 

―『시국시편』(울력, 2025)

김수영 시인(좌)과 박인환 시인 

  [해설]

 

   시인의 질투심에 대한 연구

 

  박현수 시인이 김수영(金洙暎, 1921~1968) 시인에 대한 인상기를 썼으니 수영(秀泳)’이라는 제목은 약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것이 없다. “아내와 우산을 연결하는 전위풍의 시란 김수영의 시 「죄와 벌」을 차용해서 쓴 것이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 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김수영은 한길에서 아내를 우산대로 때렸던 일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을 비하한 시는 한두 편이 아니다.

 

  “응 니가 수용소 있을 때 생긴 말이야는 구절은 박인환 10주기 때 김수영이 쓴 수필에 나온다. 잡지사에서는 두 사람이 나이는 다섯 살 차가 났지만 평소 친했던 걸로 알아, 추도의 글을 부탁했는데 웬걸, 김수영은 깊은 원한이 있어서 아래의 글을 보냈고, 그대로 실렸다. 박인환의 장례식에도 김수영은 가지 않았다. 박인환에 대해 추도시를 쓴 이들을 공박하였다.

 

  “내가 625 후에 포로수용소에 다녀와서 너를 만나고, 네가 쓴 무슨 글인가에서 말이 되지 않는 무슨 낱말인가를 지적했을 때, 너는 선뜻 나에게 이런 말로 반격을 가했다─이건 네가 포로수용소 안에 있을 동안에 새로 생긴 말이야.” 그리고 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물론 내가 일러준 대로 고치지를 않고 그대로 신문사인가 어디엔가로 갖고 갔다.”

 

  수필 「박인환」을 보면 이 정도가 아니라 나는 인환을 가장 경멸한 사람의 한 사람이었다. 그처럼 재주가 없고 그처럼 시인으로서 소양이 없고 그처럼 경박하고 그처럼 값싼 유행의 숭배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인환! 너는 왜 이런 신문기사만큼도 못한 것을 시라고 쓰고 갔다지?” 하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였다. 박현수 시인이 앙심을 품고 평생 친구 욕만 하고 살았다고 한 것이 그다지 과장한 것이 아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은 김수영의 시 「눈」의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는 구절을 패러디한 것이다. 아무튼 시인 김수영은 인간 김수영이기도 했다. 시인은 고상한 인격자가 아니라 질투의 화신이기도 하다. 김수영 시의 매력은 이런 거침없음에 있기도 한데 시인이 간 지도 어언 58년이 되었다. 1981년에 민음사에서 처음 전집이 출간되었고 같은 해 최하림 시인이 『김수영 평전』을 펴낸 이후, 그의 시를 연구한 이들의 글을 모은 책만 해도 7권이 넘게 나왔다.

 

황정산 편, 『새미 작가론 총서 16: 김수영』, 새미, 2003. (12)

최동호ㆍ강웅식 외, 『다시 읽는 김수영 시』, 작가, 2005. (16)

김명인ㆍ임홍배 편, 『살아있는 김수영』, 창비, 2005. (15)

이희중 외 편, 『김수영 시어사전』, 서정시학, 2007. (11)

고려대학교 시어연구회, 『김수영 사전』, 서정시학, 2012.

김종훈ㆍ박순원 등, 『김수영 시어 연구』, 서정시학, 2013. (5)

박덕규ㆍ이은정 편, 『김수영의 온몸 시학』, 푸른사상, 2013. (15)

 

  괄호 속의 숫자는 각 책에서 김수영론을 쓴 논자의 수이다. 70명이 넘는다. 단독저서로 나온 김수영론이나 다른 시인과의 비교연구서는 30권이 넘으며, 박사논문만 해도 100편이 넘게 나왔다. 이를 보더라도 김수영의 시기심이나 옹졸함은 평가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박현수 시인]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세한도」로 등단하여 꾸준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이자 우리 시를 비평적인 안목에서 다루는 문학평론가이다.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위험한 독서』『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황금책갈피』『서정성과 정치적 상상력』이 있다. 주요 문학 관련 학술서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사학-이상문학연구』『한국 모더니즘 시학』『시론』『전통시학의 새로운 탄생』『시 창작을 위한 레시피』 등이 있다. 유심작품상, 김준오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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