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행복의 과학』…행복은 ‘나’에게서 시작해 ‘우리’에게로 향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고, 누군가는 새집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성공을 알리는 글과 근사한 음식, 행복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처음에는 무심히 바라보던 마음이 어느 순간 묘하게 무거워진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왜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행복해 보일까.’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더 좋은 직장과 더 안정적인 생활, 더 많은 인정과 성취를 얻으면 지금보다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도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다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발달심리학 교수 브루스 후드(Bruce Hood)의 『행복의 과학(The Science of Happiness)』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왜 어떤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더 불행하다고 느낄까?”
저자는 행복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외부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의 뇌와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족함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삶의 좋은 부분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행복을 찾으려 할수록 왜 더 불행해질까
『행복의 과학』은 흔히 접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자기계발서와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저자는 신경과학과 발달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뇌가 어떻게 행복을 방해하는지 먼저 설명한다. 그리고 사고방식을 재설정하고 삶의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일곱 개의 레슨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레슨은 ‘나를 변화시켜라’다.
인간은 어린 시절 매우 자기중심적인 존재로 출발한다.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게 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될 수 있다.
자신의 실패와 문제만 계속 들여다보면 작은 문제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책은 이러한 ‘자기 초점(self-focus)’이 불행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을 위해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라는 조언은 익숙하다. 하지만 브루스 후드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때로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거두는 것이 행복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다
두 번째 레슨 ‘사회적 고립을 피하라’에서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살핀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연결될 때 안정과 행복을 느낀다. 반대로 거절당하거나 소외될 때 느끼는 사회적 고통은 매우 강하다. 저자는 사회적 상실의 고통으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신체적 고통과 관련된 영역과 연결돼 있다는 연구들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행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받아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돕거나 배려하는 행동 역시 행복을 높인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우리는 그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그 연결은 다시 정서적 보상으로 돌아온다.
행복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교는 행복을 빼앗는 가장 익숙한 습관
세 번째 레슨은 오늘날 특히 눈길을 끈다.
‘부정적 비교를 거부하라.’
우리는 자신을 평가할 때 절대적인 기준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활용한다. 문제는 비교가 언제나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SNS에서는 다른 사람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면서 자신의 평범한 일상 전체와 비교하기 쉽다. 성공한 사람을 보며 자신의 실패를 떠올리고, 타인의 성취를 보며 자신의 부족함에 집중한다.
책은 이러한 비교 과정에 ‘부주의 맹시’, ‘확증 편향’, ‘사후 확신 편향’ 등 다양한 인지 편향이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동시에 습관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행복을 방해하는 일종의 ‘마인드버그(mindbugs)’로 설명한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가 반드시 삶이 나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같은 삶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네 번째 레슨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하라’에서는 인간이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살펴본다. 그러나 저자는 무조건적인 긍정 역시 경계한다. 낙관주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지만, 실패를 모두 외부 탓으로 돌리거나 현실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실수에서 배울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라,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태도다.
우리의 마음은 늘 지금 이곳에 있지 않는다
책의 다섯 번째 레슨은 ‘주의력을 제어하라’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과거로 돌아가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달려가 걱정한다. 일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에 빠지고, 잠들기 전에는 이미 지나간 일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브루스 후드는 이를 ‘마음 배회(mind-wandering)’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마음이 현재의 활동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떠돌다 보면 해결할 수 없는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자연을 즐기고, 마음챙김을 실천하며, 어떤 활동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행복을 회복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행복은 먼 미래에 도착해야 얻는 보상이 아니라 현재에 주의를 돌리는 능력과도 연결돼 있다.
행복은 결국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여섯 번째 레슨 ‘사회 연결망을 강화하라’에서 책의 핵심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거절당할까 걱정하고, 무시당할까 두려워하며,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어가 반복될수록 외로움은 커질 수 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조금 줄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의식하면 뇌가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왜곡과 편향에 더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은 도움을 건네는 행동은 거창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연결에서 시작된다.
마지막 레슨,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라’
책의 마지막 레슨은 제목 자체가 『행복의 과학』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한다.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라.’
우리는 흔히 행복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가져야 행복한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행복한가.’
‘얼마를 벌어야 행복한가.’
하지만 브루스 후드는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나는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는 세상을 얼마나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책은 자신만을 위한 행동에서 얻는 행복보다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에서 얻는 행복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변화가 심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반면, 이타적인 행동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균형이다.
지나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되 자신의 자아감을 잃어서도 안 된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 때로는 자신을 돌보며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 『행복의 과학』은 바로 그 관점의 이동을 행복의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한다.
행복을 공부하는 대학 강의에서 한 권의 책으로
저자 브루스 후드는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발달심리학 교수다. 그의 강좌 ‘행복의 과학(The Science of Happiness)’은 브리스틀대학의 인기 과정으로 소개된다. 그는 『초감각(Supersense)』,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The Self Illusion)』,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The Domesticated Brain)』 등의 책을 썼으며 방송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심리학 연구를 대중에게 소개해 왔다.

『행복의 과학』의 장점은 행복을 추상적인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 레슨 마지막에는 일상에서 직접 시도할 수 있는 ‘행복 연습’이 마련돼 있다. 행복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조금씩 바꿔보도록 이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우리가 왜 스스로 행복에서 멀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책에 가깝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기술이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는 기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더 큰 성공을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얻은 뒤에도 인간은 쉽게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다시 비교를 시작한다.
『행복의 과학』은 행복을 위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부터 살펴보라고 권한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타인의 삶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정적인 생각에 주의력을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행복의 방향은 다시 사람에게로 향한다.
행복은 혼자 완성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나에게서 조금 벗어나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더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돌려줄 수 있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삶 전체를 바꾸려 애쓰기 전에 주변을 한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건네는 일.
브루스 후드의 『행복의 과학』은 행복이 멀리 있는 거대한 목표가 아니라, ‘나’라는 좁은 세계의 문을 열고 ‘우리’에게로 한 걸음 나아가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서 개요
- 도서명: 『행복의 과학』
- 원제: The Science of Happiness
- 부제: 신경과학과 발달심리학이 제시하는 7가지 삶의 방법
- 지은이: 브루스 후드(Bruce Hood)
- 옮긴이: 이원기
- 출판사: 에디터출판사
- 분량: 308쪽
- 가격: 18,000원
- 발행일: 2024년 7월 17일
- ISBN: 978-89-6744-098-5
- 문의: 에디터출판사 02-753-2700, 2779
자료제공: 에디터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