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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김옥녀의 "모자란 놈과 미친놈"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김옥녀의 "모자란 놈과 미친놈"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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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91]

모자란 놈과 미친놈

 

김옥녀

 

한 남자가 차를 타고 가다가 정신병원 근처에서 펑크가 나게 되었다. 차의 바퀴를 지탱하던 볼트가 빠져버린 것이다.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정신병원 담장 위에서 지켜보던 환자 한 명이 말을 건넸다.

여보세요.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남은 세 바퀴에서 볼트를 하나씩 빼서 펑크 난 바퀴에 끼우고 카센터로 가세요.”

남자는 놀라며 그 환자를 칭찬했다.

우와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궁금해서 물었다.

근데, 당신처럼 똑똑한 분이 왜 정신병원에 계세요?”

환자가 대답했다.

나는 미쳤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지, 너처럼 모자라서 온 건 아니야, 임마.”

 

ㅡ『논둑 콩이 웃었던 에피소드』(한올문학사, 2025)

모자란 놈과 미친놈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미소를 짓게 하는 시를 모으다


  익산의 김옥녀 시인이 이번에 낸 책은 시집이 아니라 골계담이다. 책 어디에도 시집이라는 말은 없다. 거의 모든 작품이 시가 아니고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조선조 때의 『어우야담』『청구야담』『고금소총』 같은 책을 보면 우리 조상 중 재담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책은 우리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하다. 서민층의 삶이 담겨 있고 꿈이 서려 있다. 재미가 있고 교훈이 들어 있다. 이런 책을 관통하는 것은 해학성과 골계미다. 여기에 더해 양반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서슬 푸르다.

 

  김옥녀는 이 작품에서 두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한 명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이상자이고 한 명은 좀 모자란 팔푼이 같은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재미있다. 모자란 사람이 몰던 차의 바퀴 하나가 펑크나 쩔쩔매고 있자 정신이상자가 이를 보고 차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이렇게 해보라고 권유한다. “남은 세 바퀴에서 볼트를 하나씩 빼서 펑크 난 바퀴에 끼우고 카센터로 가세요.” 이 말이 포함된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실은 말도 안 되는 임시방편이다. 그런데 이 문장이 한편으로는 시인 나름 상상력을 펼쳐 독자에게 어필한 중요한 대목이다.

 

  미친 자나 모자란 자나 도토리 키 재기이지만 미친 자가 큰소리를 친다. 애꾸 눈의 나라에서는 두 눈 다 뜨고 행동하면 장애인이다. 이 시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나는 미쳤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지, 너처럼 모자라서 온 건 아니야, 임마.” 하고 소리친 정신이상자의 말이다. 이런 해학은 현재의 우리 시단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웃을 일 좀 있으면 좋겠다.

 

  [김옥녀 시인]

 

  1942년 전라북도 김제에서 출생하여 익산에서 살고 있다.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에서 수학했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1964년 개인 시화전으로 출발한 이후 성춘복 시인에게 사사해 1987년 《동양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한하운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수수밭』『목이 쉬도록 너를 부르면』『좋은 아침』『시가 폭포가 되어』 등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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