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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영·유선태 2인전 《빛 그리고 내면의 풍경》…빛으로 마주하는 기억과 내면의 시간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8월 8일부터 9월 5일까지 갤러리벨비에서 개최 프랑스에서 수학한 두 작가, 서로 다른 회화적 언어로 빛과 내면의 풍경 탐색

갤러리벨비는 오는 8월 8일부터 9월 5일까지 곽수영·유선태 작가의 2인전 《빛 그리고 내면의 풍경》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오랜 시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두 작가가 ‘빛’을 매개로 인간의 기억과 감정, 내면에 잠재된 풍경을 조명하는 자리다.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는 두 작가는 눈앞에 보이는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간의 흔적과 개인의 경험이 중첩된 심상의 공간을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어둠 사이로 스며든 빛이 눈꺼풀 안쪽을 비추고, 닫힌 시야에는 현실과는 또 다른 내밀한 풍경이 떠오른다. 이번 전시에서 빛은 단순히 대상을 밝히는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 의식 깊은 곳의 이미지를 불러내는 감각적 통로로 작용한다.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유선태의 ‘동시적인 풍경’

유선태, 나의 아뜰리에, 72.7 x 60.6cm, Acrylic on canvas, 2026

유선태의 작품에는 나무와 건축물, 책과 화병, 오래된 오브제, 자전거를 타거나 공간을 거니는 작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불려온 듯 한 화면 안에 공존하며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창문과 문, 액자와 아틀리에 같은 구조는 하나의 풍경 안에서 또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관람자는 열린 창 너머 자연을 바라보는 동시에, 화면 곳곳에 배치된 작은 그림과 사물들을 따라 작가의 기억과 사유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유선태는 자신의 작업에서 ‘나와 대상’의 문제를 ‘시간과 공간’의 관계로 바라본다. 작가에게 시간은 삶과 기억, 고통과 기쁨, 호기심과 좌절 등이 나이테처럼 축적된 상태이며, 공간은 그러한 삶을 새롭게 채색하고 변형할 수 있는 가상적 장소다.

 

그의 풍경은 자연처럼 움직이지 않는 ‘불변하는 것’, 인간의 개입으로 만들어지는 ‘변화하는 것’, 그리고 두 영역이 재구성되고 공존하는 중간적 상황으로 나뉜다. 유선태의 화면은 바로 이 세 번째 영역, 즉 불변과 변화가 긴장 속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풍경에 가깝다.

유선태, 동시적인 풍경, 116.8 x 91cm, Acrylic on canvas, 2026

출품작 〈동시적인 풍경〉에서는 거대한 창을 중심으로 숲과 호수, 산과 하늘이 펼쳐지고, 화면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작은 풍경과 오브제가 방처럼 배열된다. 하나의 장면 안에 여러 시공간이 중첩된 구성은 기억이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 다른 순간들이 동시에 떠오르는 인간의 내면을 시각화한다.

유선태, 나의 정원, 72.7 x 60.6cm, Acrylic on canvas, 2026

〈나의 아뜰리에〉와 〈나의 정원〉 역시 자연과 실내, 책과 그림, 인물과 오브제가 현실의 비례와 질서에서 벗어나 배치된다. 작품 속 공간은 특정 장소라기보다 작가와 관람자의 기억이 머무르고 새롭게 조합되는 정신적 무대에 가깝다.

 

어둠 속에 잠재된 빛을 끌어내는 곽수영

 

곽수영은 물감을 여러 겹 올리고 건조한 뒤 철필로 화면을 긁고 벗겨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표면에 물리적인 흔적과 깊이를 만들며, 화면 안에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의 지층을 형성한다.

곽수영, Jeux de lumière 26-II, 53x65cm, Acrylic on canvas, 2026

작가는 작품 이미지에 집중하며 생각의 흐름과 외부 세계의 소음에서 벗어난 뒤, 내면 깊숙이 묻혀 있던 기억과 이미지, 감각을 끌어낸다. 반복되는 선과 긁힘은 형상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다시 해체하며,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심리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곽수영은 “어둠은 결핍이 아니라 빛이 잠재된 상태”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어둠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감정이 조용히 쌓이고 있는 상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선과 두터운 질감 사이에서 나타나는 빛은 외부 세계를 환하게 밝히기보다,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곽수영, Jeu de lumière 26-V, 33.5 x 53cm, Acrylic on canvas, 2026_

〈Jeu de lumière 26-V〉와 〈Jeux de lumière 26-II〉에서는 푸른색과 회색빛 화면 위로 밝은 빛이 나타나며 숲이나 통로를 연상시키는 공간을 형성한다. 그러나 그 공간은 구체적인 장소로 고정되지 않는다. 긁히고 겹쳐진 표면, 불규칙하게 돌출된 물감의 흔적은 기억이 선명하게 복원되기보다 파편적인 감각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곽수영, Passage éphémère, 60x100cm, Acrylic on canvas, 2026

〈Passage éphémère〉에서는 거대한 파도와 같은 운동감이 화면을 휘감는다. 수많은 선과 질감이 충돌하고 흩어지면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빛과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작품 제목처럼 곽수영의 회화는 붙잡을 수 없는 찰나의 통로이자, 사라질 수 있었던 순간의 잔상을 기억해내는 행위다.

 

빛이 머문 자리에서 발견하는 자신의 풍경

 

두 작가의 작품은 형식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유선태가 구체적인 사물과 풍경을 재구성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확장한다면, 곽수영은 축적과 긁기, 반복적인 선의 흔적을 통해 무의식과 기억의 깊이를 탐색한다.

 

그러나 두 작가의 화면에서 빛은 공통적으로 시간과 내면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유선태의 빛은 창문과 문을 열어 여러 시간과 장소가 공존하는 세계로 관람자를 초대하고, 곽수영의 빛은 두터운 어둠과 표면의 흔적 사이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잊힌 기억을 환기한다.

 

《빛 그리고 내면의 풍경》은 빛이 머물렀던 자리를 따라 각자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관람객은 두 작가가 제시한 서로 다른 풍경을 통과하며, 오랫동안 눈앞에 두고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기억과 감정, 내면의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 개요

전시명: 곽수영·유선태 2인전 《빛 그리고 내면의 풍경》
참여작가: 곽수영, 유선태
전시기간: 2026년 8월 8일~9월 5일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휴관일: 일요일·월요일 및 공휴일
장소: 갤러리벨비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46길 9 행담빌딩 1층
문의: 02-543-9180 / 인스타그램 @gallery_bellevie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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