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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갤러리 기획전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 전기숙 , 정은혜 작가

류우강 기자
입력
서울 인사아트센터, 9월 24일 ~ 10월 12일

제주갤러리가 오는 9월 2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기획전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를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전기숙과 정은혜로,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대상’이 아닌 관계와 움직임의 세계로 바라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자연은 우리가 이미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에도 여전히 낯설고 경이롭다. 씨앗은 오랜 잠에서 깨어 싹을 틔우고, 균류와 식물은 보이지 않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새는 계절에 따라 이동한다. 과학기술이 자연의 비밀을 드러내 왔지만, 하나의 답을 얻을 때마다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가 말하는 ‘마법’은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자연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이로움과 미지의 감각이다.

전기숙_나는나는 자라서 이상하고 멋진 소마가 될 거예요 8 2026 acrylic on linen 163×912cm

전기숙은 섬에서의 시간을 통해 말의 몸짓, 풀과 꽃, 곤충과 균류, 바람과 파도까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얽혀 움직이는 생태계를 경험했다. 그의 작업 속 자연은 관조하거나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의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섬의 밤 들판에는 중심이 없으며, 서로 다른 존재들의 움직임이 스며들어 하나의 생태적 사건을 만들어낸다.

전기숙_달빛 아지랑이 2024 oil on canvas 194×130cm

정은혜는 어린 시절부터 경계를 넘어서는 생명 형상을 그려왔다. 지느러미를 펼쳐 하늘을 나는 물고기, 두 발로 걷는 새 같은 상상은 그의 작업 속에서 현실과 맞닿는다. 제주 모래사장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줍고, 산호뜨개로 사라져가는 바다 생명을 복원하며, 미술치료사로서 타인의 마음 곁에 머물렀던 경험은 그의 작품 속 생명체로 이어진다. 색은 쌓이고 지워지며, 둥근 눈을 가진 생명들은 어설프지만 귀엽고,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정은혜_걷는 새 2026 Acrylic on canvas 117×91cm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람객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바라볼 수 있는가, 얼마나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가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를 묻는다. 작은 날갯짓은 미약한 움직임이지만, 그 움직임은 공기를 흔들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까지 움직인다. 《날개가 한 번 펄럭일 때》는 그 작은 움직임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정은혜_물고기와 새 2026 Acrylic on canvas 80.5×60.5cm

서울 인사동 한복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도시와 자연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 전체가 곧 생명의 터전임을 일깨운다.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자연을 멀리 떨어진 풍경이 아닌, 우리 삶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관계 맺는 세계로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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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숙작가#정은혜작가#제주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