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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임의 시조 읽기] 봄 그림자 _ 이화우
문학/출판
시 /시조

[강영임의 시조 읽기] 봄 그림자 _ 이화우

시인 강영임 기자
입력
수정2025.02.21 16:48
봄 그림자 [사진: 강영임 기자]



봄 그림자 


이화우


그 비백 
뒤꼍에서 


문득 간 꽃잎들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 


구멍집 어둠 속에도 

 

메아리가 누대 산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가히.2024)

 



봄은 알 수 없다.
 

기후 위기로 1년에 네 번씩 꽃 올리는 자목련, 겨울인데도 얼굴 내민 개나리 등 꽃 피고 잎 지는 때가 제 각각이다.  사계절은 고유한 빛과 냄새가 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선명하지 않다. 바람 불면 흔들리는 나무들은 초록을 내뿜었고, 꽃들이 수런거리며 향기를 내뿜던 시간들은 이제는 온몸으로  느낄 수 없다.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보이는 것만 읽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은 시인의 몫이고 그것을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이화우 시인의 “봄 그림자”는 3장 6구의 단시조이다. 마흔 다섯 글자 속에 고전적인 언어와 현대적인 감각이 섞여 사유의 확장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문득 간 꽃잎들이

 

던져버린 향기로 썩지 않고 쟁쟁하다

 

집 뒤뜰에 거침없이 피었던 꽃들은 졌지만 그 향기는 오래도록 눈과 코끝에 쟁쟁하게 머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 로, 병, 사를 다한 구멍집에는 ‘향기’와 ‘메아리’가 체온을 불어넣어, 오랫동안 봄 그림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강영임 시인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가 있다  


[편집자 주:  강영임 기자는 숨어있는 삼삼한 시조를 찾아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시조시인으로 코리아아트뉴스에서 "강영임의 시조읽기"를 연재하며, 제주지역 문화예술 분야를 집중 취재 보도한다]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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