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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비엔나커피가 그리운 날-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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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의 수필 향기] 비엔나커피가 그리운 날-김영희

수필가 김영희 기자
입력

  몇 시간째 길게 줄 지어선 사람들의 사진이 신문, 방송에 크게 올라왔다. 
 

  무슨 일일까? '블루보틀' 한국 입점 소식에 커피 맛이 궁금해서, 줄을 길게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을 신문, 방송에서 올린 것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꼭 맛보고 싶은 커피여서 일까?' '그동안 마셔본 커피맛과 어떻게 다를까?' 나도 궁금하기는 했다. 또 그전에 '폴바셋' 커피점이 들어왔다고 여기저기서 기사화 했었다. 유명세가 있으면 당연히 기사화 되겠지만, 방송에서 알려주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리라. 시간이 없어서 그 대열에 끼지는 못했다. 

 

  1683년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시작된 비엔나커피하우스. 유럽의 왕족과 황제들이 즐겨 마시며 커피문화를 선도하고 발전시켰던, 전통과 역사가 깊은 비엔나커피는 다양한 원료를 통해 세분화된 커피가 개발되었다. 1600년대 말, 중부 및 동부 유럽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던 터키 군이 남기고 간 원두 자루를 전해 받은 콜쉬츠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하며, 중부 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로 그때 상호를 '블루보틀(Blue Bottle)'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파란 약병?'이 떨어져 있었다는 설이 있다. 
 

  한국에 상륙한 '블루보틀' 커피점은 '제3의 물결' 커피문화를 이끈 대표적인 브랜드로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제임스 프리먼이 설립하였다. 직접 로스팅한 스페셜티 커피와 볶은 치커리를 장시간 추출, 분말 형태로 제조하여 인스턴트 형태의 커피로 출시하였다. 콜쉬츠키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일까? 와인 병 모양의 푸른색 병을 '블루보틀' 커피점의 심볼로 사용했다. 

[이미지:류우강 기자]

신문 기사에 크게 났던 그 매장을 바쁜 시기를 지나고 한참 후에나 가볼 수 있었다. '블루보틀' 매장 1층에는 커피기계들이 놓여있어서 작은 커피공장이 연상된다. 1층에서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천장이나 벽, 기둥이 모두 회색 콘크리트가 노출되어있다. 벽면에는 나무로 된 파란 병 모양의 나무조각이 걸려있고, 지하에서 일층 천장까지 반쯤 뚫려 하나로 높게 트여있다. 조명이 매장을 밝게 감싸준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커피맛이 궁금했다. 하얀 거품 위에 뿌려진 계피향을 맡으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셔본다. 쌉싸름한 맛이 진하게 입안에 퍼진다. 
 

  콜쉬츠키의 진한 커피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노력으로 오늘날 커피가 대중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폴 바셋(Paul Bassett) 커피점은 2003년 바리스타 챔피언을 수상했던 폴 바셋이라는 호주 출신 바리스타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커피 체인점이다. 폴 바셋의 에스프레소에서는 산미가 꽤 느껴지며, 우유 전문 기업이 운영하여 순수한 우유맛이 느껴진다. 폴 바셋 매장은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 현재 꽤 많은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실내는 좀 어두운 분위기다. 

 

  원두에서 느껴지는 맛은 산미와 부드러운 구수함으로 크게 나뉘는데, 나의 경우는 산미보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더 잘 맞는다. 원두 구입을 할 때 봉투에 표시된 로스팅 정도와 바디감, 단맛과 산미, 밸런스에 대한 표시가 되어 있어서 선택하기 편하다. 요즈음은 매장에서 주문시, 우유도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 두유를 선택하기도 한다. 어느 매장에서 검은콩 두유를 사고 에스프레소를 넣어서 먹어보았는데 그 맛도 좋았다. 녹차라떼에 에스프레소를 추가해서 먹기도 한다. 녹차가루의 쓴맛에 커피의 쓴맛이 더해져서 쓴맛이 곱이 된다. 그래도 그 맛이 좋으니 어쩌랴. 녹차가루에 항산화성분이 많고 다이어트, 피부미용, 구강 건강, 면역력 강화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에 가면, 카페라떼 대신 녹차라떼나 말차라떼를 마시곤 한다. 건강은 항상 챙겨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거 한때에는 비엔나커피가 유행했었다. 명동의 한 2층 카페에서 비엔나커피를 처음 맛보았다. 부드러운 크림을 올린 비엔나커피 한잔, 아메리카노의 쓴맛에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이 올라간, 한 모금 마시면, 씁쓸한 커피에 달콤한 크림이 같이 따라와서 커피의 쓴맛을 가려준다. 지금도 그 부드럽게 넘어가는 달달한 커피맛이 가끔 그립다.  한국의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아인슈패너'라고 불린다. 오스트리아의 '아인슈패너'맛은 단맛은 거의 없고 커피의 쓴맛과 크림의 고소한 맛만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맛을 보고 비엔나커피를 즐기다가 유행이 바뀌면서, 부드러운 우유 거품에 계피 향을 가득 얹은  카푸치노를 마시게 되었다. 카푸치노를 마시며 흔히 일어나는 입술에 묻은 하얀 우유 거품은 아이들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처럼 재미있다. 

 

   비엔나커피는 크림의 달달함이 있는 반면 카푸치노는, 커피 원액에 우유와 우유 거품이 많이 올라가고 계피가루까지 뿌려서 카페라떼보다 커피맛이 진하고 쌉싸름한 계피맛도 더해져서 입안에 더 오래 진하게 남는다. 요즘도 카푸치노를 주문하여 마시는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 젊은 시절에 즐겨 마셨던 그 맛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를 보는 듯해서 웃음이 난다. 
 

  빠르게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씁쓸함을 잠재우기 위해 에스프레소에 생크림을 올리면 '에스프레소 콘파냐'가 되고, 아이스크림에 막 내린 에스프레소를 부어 먹는 '아포가토'도 있다. 그래서 커피를 잘 안마시는 사람들은 아포가토를 좋아한다. 달착지근한 아이스크림이 진하고 커피맛이 연하다. 아포가토는 간단하게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바닐라아이스크림 한 스푼에 내린 커피를 부어서 먹으며 한번 그 느낌을 느껴봐도 좋겠다. 

 

  커피 원두가 떨어져서 구수한 맛의 원두 한 봉지를 샀다. 물론 첫 커피는 믹스커피를 많이 마셨지만,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게 되면서 믹스커피에 '안녕'을 고했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원두커피만 마시다 보니 어느 날 맛본 믹스커피맛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어이가 없었다. 원두커피에 익숙해진 내 혀가 텁텁한 프림에 달착지근하고 진한 믹스커피맛을 거부했던 것이다. 이제 시간이 지나고 나의 미각도 보편화되었다. 
 

  몸이 많이 피곤한 날은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설탕을 반 티스푼 정도 넣고, 젓지 않고 조금씩 목으로 넘긴다. 처음은 쓴맛이, 중간에는 쓴맛이 사라지고 구수함이, 마지막 한 두 모금은 설탕이 커피잔 바닥에 깔려 있어서 진한 단맛이 목을 적신다. 그 맛을 입안에 오래 머금고 싶어서 물도 마시지 않는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몸의 세포들이 하나씩 깨어나 기분이 맑아지는 것 같다. 카페인 효과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어 'espresso'에서 유래했으며 영어'express'와 같이 '빠르다'는 뜻으로, 빠르게 추출되는 커피원액을 말한다. 에스프레소는 모든 커피음료의 기본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어서 마시는 카페라떼가 주를 이룬다. 그래도 선호도 1위는 단연 아메리카노다.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는 맛이 좋아서 가장 인기가 있다. '라떼(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뜻한다. 그래서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는 모두 이름에 라떼가 붙어있다. 

  

   어느 날 오래전에 없어져 보지 못했던 비엔나커피 매장을 발견했다. 그 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반가운 마음에 매장으로 바로 들어갔다. 비엔나커피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에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빨간 커피 잔에 담긴 비엔나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맛이 궁금하여 한 모금 천천히 마시며 음미했다. 이 맛이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그때 그 맛이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더듬 더듬 길을 찾아가는 사람처럼 기억을 더듬 더듬 찾아갔다. '아! 이 맛이었구나 그때 마셨던 비엔나커피 맛이!' 하면서 또 한 모금 음미해보았다. 그곳에는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가끔 그곳에 가면 비엔나커피 매장에 들른다. 비엔나커피 한 잔이 그리워서. 

   

  가끔 내가 비엔나커피를 그리워 하는 것은 풋풋했던 이십 대 초반의 내 모습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 

  비엔나커피를 마시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본다. 

 

- 김영희의 '비엔나커피가 그리운 날'에서 

 

비엔나커피가 그리운 날-김영희 [이미지:류우강 기자]

 [수필 읽기]

 

  20대에  시작된 나의 커피 사랑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아침을 먹으면 바로 커피 한잔을 마시게 된다. 요즘은 연한 아메리카노나 녹차라떼를 마신다. 식사 후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을 모른 체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나의 경우는 식사 후 바로 차를 마셔야 다음 진행이 순조롭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술은 마시지 않으니 좋아하는 차 한 잔 마시며 그 맛을 음미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참 소중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안정되어 하루를 또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가끔은 유명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신다. 꼭 어느 카페여야 하는 기준은 없다. 어느 카페든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고 맛이 있고, 음료 종류도 조금씩 다르니 그곳에서 마시고 싶은 차를 마시는 편이다. 음료를 마시며 잠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면 충분하다. 나를 충전시키는 한 방법이다. 음악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그 순간이 소중하다. 

 

  스타벅스커피점이 들어오면서 국내 커피점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형 커피점들이 생기며  커피맛이 고급화 됐고,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요즘은 가는 곳 어디에나 스타벅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타벅스가 있는 상권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커피브랜드다. 

 

  커피든 차든, 집에서 마시든 카페에서 마시든, 자신의 취향대로 잠시 평안한 시간을 갖는다면 그 시간은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런 작은 여유를 부리며 살고 싶다. 

 

  비엔나커피도 가끔 마시면서... 
 
김영희  수필가, 코리아아트뉴스 칼럼니스트, 문학전문 기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남 
         수필가, 서예가, 캘리그라피 작가, 시서화 ,웃음행복코치,

         레크리에이션지도자, 명상가 요가생활체조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수상
         신협-여성조선  '내 인생의 어부바' 공모전 수상
         한용운문학상 수필 중견부문 수상
         한글서예 공모전 입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과비평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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