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림 개인전 ‘숨, 이어지다’
서울 종로구 하랑갤러리에서 강유림 작가의 개인전 ‘숨, 이어지다’가 8월 12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인간의 얼굴을 통해 삶의 흔적을 담아내던 작가가 시선을 자연으로 확장하며, 존재와 시간에 관한 심오한 탐구를 이어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강유림에게 얼굴은 살아온 시간의 응축이자 서사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는 숲을 단순히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시간과 존재가 머무는 거대한 생명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자연은 단절된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무수한 시간의 층위가 겹겹이 쌓여 완성된 유기적 공간으로 다가오며, 관람객은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숨결과 마주하게 된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한지와 먹의 번짐을 통해 시간의 농담(濃淡)을 담아냈다. 먹은 번지고 마르기를 반복하며 깊이를 만들었고, 한지의 결은 시간을 품는 그릇이 되었다. 반복되는 붓질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화면에 새기는 행위였다.
최근 작업에서는 석채를 매개로 물성과 색채의 축적을 고찰한다. 화면 위로 켜켜이 올라간 색과 마띠에르는 올리고 덜어내는 작위적 행위의 반복 속에서 완성된다. 형태를 비워낼수록 화면에는 시간이 남고, 눈에 보이는 형상보다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운이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화면을 관통하는 대나무의 수직적 리듬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제자리를 지키며 서로 기대어 서는 존재들의 호흡과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는 시각적 언어로 작용한다.

수행으로서의 회화
강유림은 매일 반복되는 붓질을 하나의 수행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이 시간을 머금는 방식을 닮아가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화면 위에 먹의 층과 석채의 질감, 미세한 흔적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이는 존재를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인 ‘시간’을 천천히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지된 풍경을 넘어 그 안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숨결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유연하지만 견고하게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 앞에서 관람객은 각자의 시간을 조용히 응시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마주하는 침묵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강유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를 이루는 방식을 그리고자 한다.”
그에게 대나무는 시간의 형상이고, 먹은 시간의 층이며, 마띠에르 위에 켜켜이 쌓인 색은 시간의 흔적이다. 화면을 스쳐 지나가는 작은 흔적들은 시간을 스치는 숨결처럼 머물다 사라진다. 결국 그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를 이루는 방식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강유림 개인전 ‘숨, 이어지다’
하랑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8길 45, 환기미술관 맞은편)
2026년 8월 12일(수) – 8월 23일(일)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5시 (월·화 휴관, 무료관람)
후원: 강원문화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