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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규 칼럼] 대한민국, 공공 AI 인프라를 설계하라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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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공 AI 인프라를 설계하라

AI 전환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 이제는 디지털 사회권을 헌정 질서로 세우고, 대한민국이 ‘공공 지능 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AI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분배의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종종 기술 낙관론과 기술 비관론 사이를 오갑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고 구조적입니다.  AI는 단순한 편의 도구가 아니라 생산, 고용, 복지, 교육, 의료, 행정, 국방까지 한꺼번에 재편하는 범용기술입니다. OECD는 AI가 정체된 생산성을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니는 동시에, 그 핵심 자원인 연산 능력, 데이터, 인재가 소수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시장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합니다. 다시 말해 AI의 미래는 기술 성능이 아니라, 누가 접근하고 누가 통제하며 누가 이익을 배분받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점에서 지금 우리가 맞이한 전환은 산업혁명보다 더 급박합니다. 산업혁명은 수 세기에 걸쳐 사회를 바꾸었지만, AI는 불과 몇 년 만에 지적 노동의 핵심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습니다. 문서 작성, 번역, 법률 검토, 연구 보조, 코딩, 디자인, 고객 응대까지 AI가 들어오고 있으며, 일부 과업에서는 두 자릿수의 생산성 향상이 이미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성이 곧바로 정의로운 사회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생산성의 이익은 제도를 통과할 때만 다수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제도가 부실하면 생산성은 곧 자본의 초과이윤이 되고, 다수 시민에게는 고용 불안과 소득 하락, 협상력 약화만 남게잘 됩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위험한 미래는 AI가 발전하지 못하는 미래가 아니라, AI는 발전하지만 '시민의 권리는 발전하지 못하는 미래’입니다. 그 경우 상위 플랫폼은 지능 인프라의 지주가 되고, 다수 국민은 그 인프라를 구독하고 종속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소작농으로 남게 됩니다. 노동은 잘게 쪼개지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며, 국가는 뒤늦게 실업과 격차를 수습하는 소극적 복지국가로 후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디지털 농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질서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회 계약으로 넘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해법은 ‘디지털 복지’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권’이어야 한다.  이 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권리의 재정의이다.  그 핵심은  ‘디지털 사회권’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선택 가능한 사치재가 아니라, 현대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기반이다.

해법은 ‘디지털 복지’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권’이어야 합니다. 이 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권리의 재정의입니다. 저는 그 핵심을 ‘디지털 사회권’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선택 가능한 사치재가 아니라, 현대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기반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한국의 디지털 권리장전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선언적 원칙을 정책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 권리 체계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디지털 사회권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은 고품질 AI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만 기회를 독점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뒤처지는 사회를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열람·정정·삭제·이동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의 자동화로 직무가 사라지거나 재편되는 과정에서 재교육과 전환 지원을 받을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고위험 AI로 인해 차별, 오판, 배제, 감시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확립되어야 합니다. 공공의료·공교육·행정서비스에서 AI의 혜택을 소득과 지역에 관계없이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사회권이며, 복지국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길입니다.
 

이 원칙이 현실이 되려면, 선언이 아니라 입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디지털 사회권 기본법’을 별도로 제정하거나, 최소한 기존 AI 법제와 사회보장 법제를 연결하는 패키지 입법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국가의 책무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국가는 국민 누구나 기본적 AI 역량을 습득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체계를 재편해야 하며, 일정 수준의 공공 AI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져야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 지방정부, 학교, 병원, 사회복지 현장에 도입되는 AI는 접근성, 설명 가능성, 이의제기 절차, 차별 방지 원칙을 충족해야 합니다. 권리는 선언이 아니라 집행 가능한 의무로 번역될 때만 권리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공공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해야 합니다. 정책은 더 과감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간의 혁신만 기다리는 관전자 국가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저는 우선 국가 차원의 ‘공공 AI 클라우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지금 AI 경쟁력의 핵심은 모델 자체보다 연산 자원, 공공 데이터, 보안 환경, 현장 적용 역량에 있습니다. 대기업과 일부 선도 기관만 GPU와 고성능 컴퓨팅에 접근할 수 있고, 대학·연구소·스타트업·지역 병원·지방정부는 비용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AI 생태계는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됩니다. OECD가 지적했듯 AI의 이익이 소수 기업으로 집중되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높은 고정비용과 진입장벽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도로와 전력망을 깔았듯이, 이제 공공 연산 인프라를 깔아야 합니다.
 

이제는 국가가 ‘공공 AI 인프라’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  정책은 더 과감해야  한다. .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간의 혁신만 기다리는 관전자 국가로 남아서는 안된다. 우선 국가 차원의 ‘공공 AI 클라우드’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공공 AI 클라우드는 단순한 서버 임대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 대학, 공공병원, 학교, 중소기업, 비영리단체, 지방정부가 저비용 또는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의료, 돌봄, 재난 대응, 교육, 장애인 접근성, 법률구조, 행정 민원 같은 공익 영역에는 우선 배정 원칙을 두어야 합니다. 동시에 국가는 ‘공공 목적 데이터 트러스트’를 설계해야 합니다. 공공 데이터와 비식별화된 사회적 데이터를 무조건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감독 아래 공익 목적에 한해 결합·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데이터 주권과 공공 활용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시장 논리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공공의 감독 능력과 시민 통제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또한 ‘국민 AI 계정’ 제도도 검토할 시점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공공 AI 서비스 이용권을 부여해 학습, 취업 준비, 행정 민원, 건강관리, 금융 이해, 법률 상담, 돌봄 정보 접근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날 전기와 통신이 기본 인프라이듯, 내일의 AI 보조 역시 기본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이용권을 보장하는 것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기반시설 투자입니다.
 

노동, 조세, 경쟁정책까지 함께 바꾸지 않으면 AI 기본사회는 공허해집니다. 그러나 접근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는 노동시장과 분배 구조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국가AI전략위원회도 공식 논의에서 AI 확산이 노동, 소득, 복지, 사회안전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며, 기존의 ‘일을 전제로 한 선별적 복지’ 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음을 문제로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제 정부는 AI를 산업 부처의 과제로만 다루지 말고, 고용,복지,조세, 교육을 포괄하는 범정부 사회전환 과제로 격상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세 가지 정책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AI 전환기 노동권 보호 패키지’를 도입해야 합니다. AI 도입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업종과 직무를 사전에 공개하고,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는 직무영향평가와 재배치 계획 제출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기업은 AI 도입으로 비용을 절감했다면 그 일부를 노동시간 단축, 재교육, 전환 지원에 사용하도록 유도받아야 합니다. 생산성이 늘었는데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와 임금 정체뿐이라면, 그것은 기술혁신이 아니라 분배 실패입니다. OECD 역시 AI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재훈련, 사회안전망, 재분배 조치가 함께 가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둘째, AI 전환기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 기금은 일반 재정과 별개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초고수익 디지털 플랫폼, 대규모 자동화의 수혜 기업, 공공 데이터 활용 이익을 얻는 사업자에게 사회적 기여를 부과하고, 그 재원을 재교육·전직훈련·지역 전환·청년 디지털 역량 강화·중장년 재취업 지원에 투입해야 합니다. 이것은 반기업 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AI 전환이 사회적 저항 없이 지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보험입니다. 산업혁명기에도 사회보험은 성장의 적이 아니라 성장의 조건이었습니다.
 

셋째, 공정거래 정책을 AI 시대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합니다. 지금의 플랫폼 독점은 단순한 가격 독점이 아니라 데이터, 유통, 계산 자원, 인재의 결합 독점입니다. 따라서 경쟁정책도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 접근성, API 종속, 데이터 이동성, 끼워팔기, 우월적 지위 남용, 잠재 경쟁자 흡수까지 포괄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AI를 둘러싼 독점은 전통 제조업의 독점보다 훨씬 빠르고 은밀하게 사회를 잠식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혁신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더 강한 반독점 규율이 필요합니다.
 

안전 없는 AI는 공공재가 될 수 없습니다. 정책은 반드시 안전 체계와 함께 가야 합니다. 한국의 인공지능안전연구소는 AI 모델과 시스템의 위험을 평가하고, 위험 방지 및 해소 기술을 연구하며, 국제 협력을 수행하는 거점으로 출범했습니다. 이 기반을 훨씬 더 키워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징적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 감독 역량입니다.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사전 영향평가, 독립적 안전성 테스트, 사고 보고 의무, 외부 감사, 이용자 통지, 이의제기 절차를 법으로 강제해야 합니다. 특히 의료, 채용, 대출, 보험, 치안, 교육평가, 복지 선별 같은 영역에서 사용되는 AI는 혁신 보다 설명 가능성과 책임성을 우선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국가 알고리즘 감사원’에 준하는 독립 기구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구는 공공 부문과 초대형 민간 서비스의 알고리즘 영향평가, 차별성 검증, 시민 피해 구제, 공공조달 기준 제정, 국제 기준 협력까지 맡는 독립기구가 되어야 합니다. AI 시대의 민주주의는 선거만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코드가 시민의 기회 구조를 결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코드에 대한 통제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AI 강국을 넘어 공공 지능 국가를 선언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는 기술 추격 국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AI의 공공적 활용 모델을 먼저 제도화하는 규범 선도 국가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한다.

대한민국은 AI 강국을 넘어 공공 지능 국가를 선언해야 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는 기술 추격 국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AI의 공공적 활용 모델을 먼저 제도화하는 규범 선도 국가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강한 모델만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신뢰를 얻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UNICEF는 디지털 공공재가 더 공평한 세상을 위한 기반이라고 보고 있고, WHO 역시 디지털 기술을 보편적 건강보장과 형평성 강화를 위한 공공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미래의 국제 경쟁력은 단지 모델 크기가 아니라, 공공성과 신뢰를 결합한 실행 능력에서 나올 것입니다.
 

더구나 OECD는 저소득·중하위소득 국가들이 전력, 인터넷, 교육, 문해력, 자금 조달의 한계 때문에 AI 혜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유엔 고위급 자문기구도 이런 AI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 과학 패널, 정책 대화, 역량개발 네트워크, 글로벌 AI 기금, 데이터 프레임워크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를 제안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국내에서 디지털 사회권과 공공 AI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국제협력 모델로 수출해야 합니다. 의료 AI, 교육 AI, 전자정부 AI, 재난대응 AI, 다국어 공공서비스 AI를 묶어 한국형 공공 지능 패키지로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에 제공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기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산업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은 단순한 현금 배분이 아니라, 지능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재설계여야 합니다. 이제 국가는 시장의 뒤를 쫓아다니며 사후적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존재여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공공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사회권을 법으로 보장하며, 노동 전환의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독점을 억제하고, 안전을 감독하며, 국제사회에 공공 지능의 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AI 강국'보다 더 높은 목표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공공 지능 국가를 선언해야 합니다. 기술을 가진 나라를 넘어, 기술의 이익을 사회 전체에 배분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 선언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다음 50년의 질서를 결정할 것입니다.

조선규 | 칼럼니스트  

조선규 칼럼니스트

 

35여 년간 교육과 기업 경영, 그리고 지역 사회 발전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해왔다. “삶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변화를 만들고, 기업을 통해 길을 열었으며, 현재는 사회 곳곳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며 더 따뜻하고 공정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조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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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ai#디지털사회권#조선규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