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이벤트
전시

[전시] 예향의 섬 진도에서 피어난 색채의 서정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수정
영희 초대개인전 '수줍은 여인, 소풍놀다'… 삶과 음악, 시가 된 여인의 이야기

한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예향의 섬 진도에 한 편의 시가 도착한다.

영희 초대개인전 포스터

진도솔마루미술관은 오는 7월 2일부터 19일까지 기획 초대전 '수줍은 여인, 소풍놀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양화가 영희가 오랜 시간 화폭 위에 쌓아온 색채의 감성과 삶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초대 개인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강렬한 원색들이다. 핑크와 보라, 초록과 노랑, 검정과 푸른빛이 서로 충돌하는 듯하면서도 어느새 하나의 리듬으로 어우러진다. 그 속에는 눈을 감고 있는 여인들이 있다. 말을 아끼는 듯하지만, 표정과 몸짓은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 속 여인들은 현실의 인물이면서도 현실을 초월한 존재다. 때로는 화려한 파티를 향해 걸어가고, 때로는 새와 눈을 맞추고, 고양이와 교감하며, 음악을 품은 채 조용히 세상과 대화한다. 작가는 그들을 통해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한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한다.

영희 작가 자화상

영희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그림은 시와 악기와 소리음악이다. 몽환적인 여인들은 환상 속으로 들어간다. 오방색을 베이스로 다양한 컬러들과 자유로운 심상의 세계로 젖어든다."

 

그녀의 작품은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다가온다. 화려하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고, 강렬하지만 따뜻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원색은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주면서도 어느 순간 편안한 위로로 변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대표작들은 이러한 작가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도한 여인들'에서는 자신만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자존감을 담았고, '화려한 파티에 가다'에서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존재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녀와 고양이'는 교감과 치유를 이야기하며, 전시 제목이기도 한 '수줍은 여인'은 내면 깊숙이 숨겨진 순수한 감성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녀-소리불다', '그녀-음악소리'에서는 음악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다시 하나의 선율이 되는 독특한 회화 언어를 보여준다. 오래전 작품인 '빨강모자를 쓴 여인' 역시 현재의 작품세계로 이어지는 감성과 색채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미술평론가 장준석은 영희의 작품세계를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와 같은 예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영희의 작품에는 자연에서 발산된 듯한 강렬한 원색과 생명력이 존재하며, 편안함과 부드러움, 강렬함과 원초성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아름다운 미적 하모니를 만든다"고 평했다. 또한 "작품은 마치 시처럼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관람객에게 고향 같은 편안함과 순수함을 전한다"고 분석했다.

 

영희 작가의 그림은 사실적인 재현보다 감정의 표현에 집중한다. 얼굴은 단순화되고 형태는 자유롭게 변형되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인간의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눈을 감은 여인들은 세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화려한 색채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언어가 된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제목 '수줍은 여인, 소풍놀다'는 단순한 전시명이 아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산책해 보자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예향 진도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음악처럼 흐르는 색채와 시처럼 번지는 감성이 어우러진 특별한 시간이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화려한 색의 향연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며, 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시 개요

  • 전시명 : 영희 초대개인전 《수줍은 여인, 소풍놀다》
  • 기간 : 2026년 7월 2일(목) ~ 7월 19일(일)
  • 장소 : 진도솔마루미술관
  • 주최 : 진도솔마루미술관 기획 초대전

 

영희 작가 대표 출품작을 통하여 작품세계로 함께 가보자

 

도도한 여인들(2019)

도도한여인들 116.8+91.0 mixedmedia on canvas 2019 - 복사본

두 명의 여인이 등을 맞댄 채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하나의 화면 안에 존재하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서로를 의지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독립성과 관계를 동시에 담아냈다. 분홍과 보라, 검정이 충돌하는 색채는 서로 다른 감정이 공존하는 삶을 상징하며, 금빛의 포인트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존엄성과 희망을 암시한다.

 

화려한 파티에 가다(2020)

화려한파티에가다 145.5+112.2  mixed media on canvas 2020 - 복사본

노란 빛으로 가득한 화면 속 초록빛 머리와 분홍빛 얼굴의 여인은 현실을 초월한 존재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파티'를 단순한 축제가 아닌 인생이라는 무대에 비유한다. 누구나 화려한 순간을 꿈꾸지만 그 안에는 설렘과 긴장, 외로움도 함께 존재한다. 당당한 옆모습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자존감을 상징한다.

 

그녀와 고양이(2020)

그녀와 고양이     145.5+112.1   .mixed media on canvas 2020 - 복사본

노란 배경 앞에 선 여인은 고양이와 함께 조용한 시간을 나눈다. 고양이는 자유와 직관, 치유를 상징하는 존재다. 작가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깊은 위로를 건네는 순간을 표현하며, 침묵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명의 교감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수줍은 여인(2018)

수줍은여인 53.0+45.5  mixed media on canvas   2018 - 복사본

이번 전시의 제목이 된 대표작이다. 붉은 얼굴과 검은 머리카락, 푸른 의상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지만, 여인은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수줍음'은 소극적인 감정이 아니라 순수함을 지키려는 마음의 태도임을 이야기한다.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고요함이 흐르는 작품이다.


그녀-소리 불다(2021)

그녀-소리불다 65.2+53.0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 복사본

초록빛 피리를 부는 여인과 꽃을 물고 다가오는 작은 새가 등장한다.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면 전체를 흐르는 색으로 표현된다. 피리 소리는 자연과 생명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새는 그 음악에 응답하는 또 하나의 생명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말하는 '그림은 음악'이라는 철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녀-음악소리(2022)

그녀-음악소리 24.8+19.8    mixed media on canvas   2022 - 복사본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 작은 새를 바라본다. 서로를 응시하는 대신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분위기가 흐른다. 작가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작품에 담았다. 여백과 절제된 구성이 오히려 깊은 감성을 이끌어낸다.


빨강모자를 쓴 여인(2012)

빨강모자를 쓴 여인. 53.0+45.5  mixed media on canvas   2012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로, 현재의 작품세계를 예고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강렬한 붉은 모자는 열정과 생명력을 의미하며, 눈을 감은 여인은 현실보다 내면을 바라보는 영희 작가 특유의 인물을 형성하기 시작한 시기를 보여준다. 이후 전개되는 '여인 시리즈'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보헤미안(2020)

보혜미안 53.0+45.5  mixed media on canvas   2020

넓은 챙의 푸른 모자를 쓴 여인은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한다. 어둠을 배경으로 밝게 드러난 얼굴은 세상의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을 선택한 한 인간의 모습이다. 절제된 화면 속에서도 붓질의 질감은 깊은 울림을 전하며, 자유를 향한 내면의 여행을 암시한다.

 

그녀-홍등(2022)

그녀-홍등 53.0+40.9        mixed media on canvas 2022

붉은 홍등 아래 선 여인은 동양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붉은 홍등은 축복과 희망,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녹색 머리와 붉은 귀걸이는 강렬한 색의 대비를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다.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고요한 사색이 흐른다.

 

그녀-몽에 젖다(2022)

그녀-몽에젖다 53.0+45.5   mixed media on canvas 2022

푸른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여인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얼굴을 감싼 넓은 모자는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심리적 공간을 의미하며, 깊은 남색의 배경은 기억과 무의식의 세계를 상징한다. 조용히 눈을 감은 여인은 자신의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모든 이들의 자화상이다.

영희 작가

영희 작가의 작품 속 여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이는 세상을 외면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녀들이 들고 있는 꽃과 새, 고양이와 피리, 목걸이와 모자는 각각 사랑과 자유, 위로와 음악, 삶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작가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다.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원색은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 단순화된 인물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할 수 있는 보편적 존재가 된다.

 

그녀의 작품은 결국 '삶을 시처럼, 음악처럼, 따뜻한 색채로 노래하는 회화'이며, 이번 전시는 그 아름다운 서정이 가장 깊고 풍성하게 펼쳐지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화려한 색채 너머 인간의 내면과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영희 작가의 예술세계를 깊이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KANN 블로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kanlimmtaik/224329821155

임만택 전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