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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90] 김덕남의 "손가락 셋, 경례"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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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190] 김덕남의 "손가락 셋, 경례"외 1편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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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해설]

손가락 셋, 경례!

 

김덕남

 

연락처 혈액형을 팔뚝에 적어놓고

온몸을 던지는 저항의 오체투지

막다른 킬링필드로 숨 못 쉬는 미얀마

 

살상을 멈춰달라, 경례하는 세 손가락

바람 속 티끌*처럼 사라져간 형제들

당신이 비를 맞을 때 함께 젖는 민주여!

 

* Kansas가 부른 팝송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개사한 저항의 노래.

 
 

리틀 판다*

 

가둘 수 없는 해가 숲속의 길을 연다

피 묻은 울음통이 소리 없이 끓어올라

순결한 꽃을 피우려 불끈 쥐는 저 주먹

 

목숨을 끌어안고 거리에 엎드리다

무참히 베인 하늘 아, 설핏 보인다

긴 겨울 꽃씨를 심던 빛고을의 봄언덕

 

*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대한 저항운동을 일으키며 시위를 주도한 26세 청년 웨이 모 나잉의 애칭.

세 손가락 경례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미얀마여 일어서라

 

  미얀마 연방혁명위원회 네 윈 위원장, 국가평화발전평의회 의장 탄 슈웨, 대통령 권한대행 민 아웅 훌라잉의 공통점은? 미얀마 군부독재의 수장들이다. 50년 동안 미얀마를 통치하면서 최소 7,000명을 죽였지만 정확한 사망자 수는 모른다. 대체로 1만 명으로 추산한다. 150만 명이 조국을 버리고 국외로 망명했다. 독재자들의 이름은 기억에 없을지라도 저항운동의 기수 아웅산 수치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독재자가 총을 들고 국민 위에 군림해온 나라들이 있었다. 칠레의 피노체트, 스페인의 프랑코, 우간다의 이디 아민, 루마니아의 차우체스쿠 등. 북한에는 3부자가 있다.

 

  김덕남 시조집에서 미얀마의 저항운동을 다룬 두 작품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미얀마 저항운동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 군중들이 보이스카우트처럼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데 이 경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검지, 중지, 약지를 편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드는 형태의 경례방식인데,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을 의미하며 자유, 민주주의, 선거를 의미하기도 한다.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는 손짓 언어다.

 

  그리고 미얀마 군중은 그룹 캔사스의 팝 명곡 <Dust in the Wind>를 나잉이라는 미얀마의 음악가가 편곡하고 개사한 곡을 목청껏 부른다. 바람 속의 티끌처럼 사라져간 형제들이여, 사실 사라진 것은 너희들이 아냐.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 총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저들이야말로 언젠가는 바람 앞에 날려가는 한낱 티끌에 지나지 않아. 영원히 가는 독재정권은 없어. 세계 어디를 가나 바람이 불지. 그 바람은 자유롭게 불어. 자유의 바람.

 

  몸이 통통하여 리틀 판다란 애칭으로 불리는 미얀마의 반쿠데타 시위 지도자 웨이 모 나잉은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한 민간 차량과 충돌해 길바닥에 쓰러진 뒤 체포됐다. 군부는 웨이 모 나잉에게 살인과 불법 집회, 감금, 납치, 선동 등 5개 혐의를 적용, 28년형을 선고했다. 김덕남 시인은 두 번째 수의 종장에서 이 나라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운동을 언급한다. 우리가 이룩한 이 민주주의가 빛고을 사람들의 희생 덕분임을 잊지 말자고 말한 것이다.

 

—『문워크』(목원예원, 2025)

 

  [김덕남 시인]

 

  경북 경주 고란 출생으로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수상, 2011<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조시학 젊은시인상(2015), 한국시조시인협회 올해의시조집상(2017),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2019), 부산시조작품상(2021), 오늘의시조시인상(2022) 등을 수상. 부산문화재단 발간지원금(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 발간지원금(2020), 서울문화재단 발간지원금(2025) 등을 받았다. 시조집으로 『젖꽃판』, 『변산바람꽃』, 현대시조100인선 『봄 탓이로다』 등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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