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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풍경과 기억이 만나는 자리… SARAHCROWN, 전희영·히바 알리자데 2인전 《Under the Same Sky》 개최

임만택 전문 기자
입력
10월 14일~11월 14일 뉴욕 라파예트 스트리트 신공간서 개최 한국 전희영·이란 히바 알리자데, 물과 빛·직조와 색채로 ‘내면의 풍경’ 탐구 10월 16일 오후 6~8시 오프닝 리셉션

서로 다른 문화와 지리적 배경을 지닌 한국과 이란의 두 작가가 뉴욕에서 하나의 하늘 아래 만난다.

 

뉴욕 갤러리 SARAHCROWN은 한국 작가 전희영과 이란 출신 작가 히바 알리자데(Hiva Alizadeh)의 2인전 《Under the Same Sky》를 오는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16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SARAHCROWN이 뉴욕 라파예트 스트리트 110번지에 새롭게 마련한 공간에서 선보이는 첫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전희영과 히바 알리자데는 각각 한국과 이란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와 문화적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자연과 풍경을 단순히 외부 세계의 재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난다. 색과 움직임, 재료를 통해 실제 풍경을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내면의 공간으로 변환하며, 서로 멀리 떨어진 장소와 문화적 경험을 하나의 전시장 안에서 교차시킨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같은 하늘 아래’ 만나다

 

전시 제목 《Under the Same Sky》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작가의 삶과 기억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상황을 상징한다.

 

두 작가는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희영이 바다와 심해, 빛과 물의 흐름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색한다면, 히바 알리자데는 페르시아 직조 전통에서 출발한 재료와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조직하며 기억과 정체성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두 작가의 작업에는 공통적으로 ‘고정되지 않는 풍경’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풍경은 특정한 장소를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시간과 문화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변형되는 공간이다.

 

《Under the Same Sky》는 바로 이러한 두 개의 서로 다른 경험을 하나의 공유된 장소에 가져온다.

 

히바 알리자데, 페르시아 카펫의 기억을 해체하고 다시 엮다

 

1989년 이란에서 태어난 히바 알리자데는 독학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그의 작업은 고대 페르시아 카펫 직조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전통적인 재료와 형식에 머물지 않는다. 합성 머리카락을 주요 재료로 사용해 색과 질감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태피스트리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히바 알리자데, 《Untitled #16, Nomad Chants》, 2019. 합성 머리카락을 이용한 직조적 작업을 통해 기억과 정체성, 변형과 무상함을 탐구한다. 사진=SARAHCROWN 제공.

전시에 소개되는 《Untitled #16, Nomad Chants》(2019)는 알리자데의 이러한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의 작업에서 실과 섬유는 단순히 구조물을 만드는 물질이 아니다. 서로 얽히고 풀리고, 떨어지고 다시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과 감정, 정체성의 변화 자체를 시각화한다.

 

작품은 완성된 하나의 구조를 제시하는 동시에 언제든 다시 해체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에서는 구축과 붕괴, 질서와 해방 사이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알리자데는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도 머문다. 선과 색은 풍경이나 신체를 직접 묘사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움직이며 살아 있는 존재처럼 화면과 공간을 점유한다.

작품에 사용되는 인공 머리카락은 신체와도 연결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직물의 실을 대신한다. 재료 자체가 동양과 서양,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것이다.

 

기억·해방·변형을 이야기하는 ‘움직이는 태피스트리’

 

히바 알리자데의 작품은 고정된 상태보다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실들은 서로 만나고 흩어지며 새로운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억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개인의 기억과 문화적 기억은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새롭게 해석되며, 때로는 다른 문화와 만나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알리자데는 이러한 변화와 무상함을 색과 물질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유럽과 중동, 중국, 미국의 여러 공공·개인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주요 소장처로는 암스테르담의 AkzoNobel Art Foundation,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Palazzo Monti,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Frederick R. Weisman Art Foundation, 이란 Kerman Museum of Contemporary Art 등이 소개돼 있다.

 

전희영, 깊은 바다에서 인간 내면을 바라보다

 

1981년생 전희영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미술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공간 가운데 하나는 ‘심해’다.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깊은 바다는 전희영의 회화에서 실제 자연환경인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는 심리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전희영, 《Moon Dyed Red》, 2026. 깊은 바다와 물, 빛을 통해 인간 내면의 기억과 상상력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사진=SARAHCROWN 제공.

전희영의 그림 속에서는 물속의 공간으로 따뜻한 빛이 스며들고, 폭포나 물방울, 해저의 깊은 공간이 서로 연결된다. 전시에 소개되는 2026년작 《Moon Dyed Red》 역시 이러한 작업세계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심해는 친밀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장소이며, 익숙한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물과 빛을 통해 눈앞의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 상상력이 생성되는 내부의 풍경을 구축한다.

 

파란색과 빛으로 만들어낸 ‘내면의 심해’

 

전희영의 작업에서는 다양한 파란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려한 붓질과 세밀한 표현, 여러 층위의 푸른색을 통해 바다와 폭포, 변화하는 공기의 분위기와 물의 움직임이 화면 안에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풍경은 실제 특정 장소를 묘사한 기록이라기보다 물과 빛, 기억과 상상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결합해 만들어낸 심리적인 장면에 가깝다. 물의 깊이는 기억의 깊이가 되고, 바다 속으로 들어오는 빛은 인간 내면의 어딘가를 비추는 빛으로 확장된다.

 

전희영은 2006년 데뷔 이후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전 세계 15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2013년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 대상’을 수상했으며 호주 Bundanon Art Museum, 대만 Kuandu Museum of Fine Arts와 Taitung Art Museum 등에서 전시와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서울 하나은행이 작품을 상설 컬렉션에 포함시켰으며, 국내 여러 미술기관과 공공기관, 개인 컬렉션에서도 그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다.

 

물과 섬유, 서로 다른 재료가 만드는 하나의 풍경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지점은 두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가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전희영의 화면에서는 물과 빛이 흐른다. 반면 히바 알리자데의 작업에서는 실과 색채가 물질적으로 흘러내린다. 하나는 회화의 깊이를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다른 하나는 실제 재료의 중력과 흐름을 이용한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끊임없이 변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바닷물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알리자데의 섬유 구조 역시 하나의 완결된 형태보다는 변형 가능성을 내포한다. 두 작가의 풍경은 결국 정지된 장소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흐르는 장소다.

 

먼 곳의 기억이 하나의 공간에 놓이다

 

《Under the Same Sky》는 단순히 한국과 이란 출신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2인전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과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시각적인 언어로 변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전희영의 심해와 알리자데의 직조된 풍경은 겉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두 작업 모두 인간이 어떤 장소를 기억하고 그 기억을 자신의 내면에서 다시 구성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풍경과 심리적 풍경 사이의 경계도 점차 사라진다.

 

결국 ‘같은 하늘 아래’라는 제목은 하나의 지리적 동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장소와 문화,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세계를 살아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기억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라파예트 스트리트에 새 공간 연 SARAHCROWN

 

SARAHCROWN은 이번 전시를 뉴욕 맨해튼 라파예트 스트리트에 새롭게 마련한 전시공간에서 선보인다. 갤러리는 2026년 10월부터 110 Lafayette Street #201로 이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Under the Same Sky》는 Rachel Frank의 개인전과 함께 새 공간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새 공간을 통해 SARAHCROWN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회화와 조각, 설치 등 여러 매체를 아우르는 전시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작가 전희영과 이란 작가 히바 알리자데의 서로 다른 시각언어를 통해 뉴욕이라는 국제적인 미술도시에서 문화와 기억, 장소에 관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시 개요

전시명: 《Under the Same Sky》  
참여작가: 전희영(Heeyoung Jeon), 히바 알리자데(Hiva Alizadeh)  
전시기간: 2026년 10월 14일~11월 14일  
오프닝 리셉션: 2026년 10월 16일 오후 6시~8시  
장소: SARAHCROWN  
주소: 110 Lafayette St #201, New York, NY 10013, USA  
관람시간: 수요일~토요일 오후 1시~6시 및 예약 관람  
문의: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www.sarahcrow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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