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29] 이우걸의 '팽이'
팽이
이우걸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

가혹한 매를 견디며 피어난 ‘팽이’—고통을 증언하는 시의 힘
이우걸 시인의 작품 「팽이」는 단시조이지만, 역사적·개인적·정치적 맥락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강렬한 울림을 던진다.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는 억압과 폭력의 시간을 상징한다. 이는 역사 속 권력의 탄압, 정치적 폭력, 개인이 겪는 시련 모두를 아우르며, 매질이 끝나야만 드러나는 ‘무지개’는 희망과 화해의 기호로 읽힌다.
이어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는 선언은 단순히 개인의 다짐을 넘어선다. 이는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의 증언 행위, 고통을 홀로 삼키지 않고 공적 기억으로 전환하려는 문학적·정치적 의지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는 고난 끝에 피어난 작은 생명의 은유다. 접시꽃은 개인적 인내의 상징이자, 집단적 고통을 이겨낸 뒤 드러나는 희망의 표지다. 한 송이 꽃의 형상 속에는 폭력의 역사를 넘어선 정치적 해방, 개인의 회복, 그리고 시대적 화해의 꿈이 겹쳐져 있다.
결국 「팽이」는 단순한 삶을 넘어, 고통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서 역사를 증언하려는 문학적 선언이자, 개인적 인내를 통해 정치적 희망을 피워 올리는 시적 상징으로 도 기능한다. 짧지만 강렬한 이 시는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모순,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품은 표현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대변해주는 시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