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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임의 시조 읽기]

【강영임의 시조 읽기 36】 권갑하의 "커튼콜! 커튼콜!"

시인 강영임 기자
입력

커튼콜! 커튼콜!

 

권갑하

 

번쩍이던 조명 아래

눈물로 막 내린 날

가슴에 묻은 내 이름

아련히 들려온다

한순간 꺼졌던 불씨

밝아지는 무대여

 

깊은 어둠 속에서도

부서진 꿈 껴안으며

싸늘한 시선 삼키고

숨죽여 견뎠지만

검게 타 굳었던 용암

끓어오르는 뜨거움

 

커튼콜! 커튼콜!

환청일까 불림일까

경계 어둠 꿰뚫으며

쏟아지는 푸른 빛

내렸던 생의 장막이

지금 다시 열리는가

 

《나래시조》 (2025. 가을호)

커튼콜! 커튼콜! / 권갑하 이미지: 강영임기자
커튼콜! 커튼콜! / 권갑하[ 이미지: 강영임기자]

삶은 늘 무대와 같다.

 

막이 수없이 오르내리는 연극처럼 우리의 삶도 늘 오르내림이다. 어떤 장면은 눈부신 조명이 비치고, 어떤 순간에는 깊은 어둠이 무대를 삼킨다. 삶의 어느 시점이 되면 누구나 무대를 내려온다. 빛은 꺼지고 관객의 박수는 멎고 홀로 남은 무대에는 어둠만이 내려앉는다.

 

커튼콜! 커튼콜!”은 바로 그 순간에서 출발한다. 번쩍이던 조명 아래 눈물로 막을 내리던 날, 화려했던 장면은 사라지고 가슴엔 이름만 남던 날. 그것은 끝을 알리는 말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불러내는 꺼지지 않는 불씨다.

 

우리는 역할을 맡고 빛을 받지만 때론 외면당한다. 하지만 이 시의 화자는 그 역할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한다. “한순간 꺼졌던 불씨 / 밝아지는 무대여는 절망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빛을 보여준다. 그 빛은 희미하게 남아 있다가 마침내 스스로 다시 불러내며 되살아난다. 이때의 커튼콜은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기 회복의 선언이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 부서진 꿈 껴안으며” 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견뎌야 할 내면의 시련이다. 결국 커튼콜! 커튼콜!”이라는 반복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자기 소생의 리듬이다. 삶의 장막이 한 번 내려왔다가 다시 열리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커튼콜! 커튼콜!」은 침묵 속의 재 점화인 꺼짐과 켜짐의 대비미(對比美)와 역동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내면의 꺼진 불씨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빛과 어둠,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경계의 순간이다. 절망을 드러내면서도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끝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끝이 곧 새로운 출발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곧 존재의 윤회이자 삶의 미학적 반복이며 언어의 음성적 리듬을 가져온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무대로 부른다. 지친 날들, 실패한 꿈, 꺼져버린 불빛 속에서 언젠가 듣게 될 커튼콜의 소리를 품고 산다. 그 조용한 꿈은 완전한 종결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재등장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희미한 불씨가 오늘도 속삭인다. 아직, 너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영임시인
강영임시인

2022년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2025년 제1회 소해시조창작지원금 수상.

시집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편집자주: "강영임의 시조 읽기"는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됩니다]

 

시인 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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