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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것들의 화려한 귀환… ‘2026 제3회 PASSWORD 창작패션위크’, 런웨이에서 환경을 말하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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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워드컴퍼니 대표 이미진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의 런웨이에 오른 것은 단지 옷이 아니었다.


버려졌던 물건들이었고, 무심히 지나쳤던 생활의 흔적들이었으며, 결국 우리가 외면해온 환경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패션’으로 되살아났다.

참석한내빈들이 모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2026 제3회 PASSWORD 창작패션위크’는 일반적인 패션쇼와는 결이 달랐다. 무대의 중심에는 화려함보다 메시지가 있었고, 트렌드보다 실천이 있었다. 이번 행사는 재활용품과 폐자재를 활용한 창작 의상을 통해 업사이클링, 재활용, 환경보호의 가치를 런웨이 위에 풀어낸 환경실천형 패션 캠페인으로 진행됐다.

조화를 활용한 꽃드레스단체사진

행사장을 가득 채운 모델들의 워킹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블루카펫, 리본, 커튼, 종이, 과일박스 속 스티로폼, 비닐, 포장지, 축하 화환의 조화, 색종이, 속치마, 캔, 커피봉지, 풍선, 오래된 액세서리, 옷핀, 그물망까지, 일상에서 버려질 뻔한 재료들이 새로운 감각의 의상으로 재탄생했다. 이미 누군가에게는 쓸모를 다한 물건들이었지만, 이날 런웨이에서는 오히려 가장 강렬한 존재감으로 빛났다.

재활용품활용환경패션단체사진

이번 행사를 기획한 패스워드컴퍼니 이미진 대표는 오랫동안 모아온 재활용 소재를 의상과 접목해 약 150여 점의 업사이클링 작품으로 선보였다. 그는 패션을 통해 환경보호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가정으로, 사회로 번져가며 결국 환경오염을 줄이는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말은, 이번 패션위크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생활 속 환경운동의 연장선임을 보여준다.

일본런칭브랜드 So_P캐쥬얼 런웨이

특히 이번 무대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무겁게만 풀어내지 않았다.
 

창작은 자유로웠고, 표현은 다채로웠다. 신문지와 빨대, 캔, 보자기를 활용한 작품은 재료 자체의 낯익음을 예술적 긴장감으로 바꾸었고, 감자 포대자루와 오래된 한복을 재해석한 작품은 한국적 정서와 친환경 감각을 동시에 품어냈다. 또 유통기한이 지난 마스크를 패션으로 재탄생시킨 신진 디자이너의 작업은 팬데믹 시대의 부산물조차 새로운 상상력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본런칭브랜드 So_P스카프 런웨이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태극기를 활용한 오프닝 런웨이였다. 

 

집 안 어딘가에 보관만 되어 있던 태극기가 의상으로 재해석되어 무대 위에 등장하자, 관객은 환경 메시지와 함께 공동체의 상징까지 새롭게 마주하게 됐다. 이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기억과 의미를 다시 입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재활용품활용 환경패션 런웨이jpg

또 다른 감동은 장애인 모델 양서연이 주인공이 된 무대에서 이어졌다. 과일박스 속 스티로폼을 활용해 만든 날개 의상을 입고 비장애인 모델들과 함께 런웨이에 오른 장면은, 재활용이라는 환경적 가치 위에 포용과 도전의 메시지까지 더했다. 버려진 소재가 날개가 되고, 서로 다른 몸과 삶이 함께 무대를 완성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보자기를 활용하여 퍼포먼스 워킹을 하고 있다.

보자기를 활용한 퍼포먼스 무대 역시 눈길을 끌었다.
 

집에 고이 접어 두기만 하던 보자기가 워킹과 퍼포먼스를 만나자 유연한 선과 한국적인 멋을 가진 패션 오브제로 다시 살아났다. 이 무대는 업사이클링이 단순히 ‘재사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숨은 미감과 문화를 되살리는 창조적 실천임을 보여주었다.

인사 왼쪽부터 이미진대표.중국담당이미선.이사진영관.사무국장김영애.제주패스워드대표박미경.이향순디자이너.김태영디자이너.문정미디자이너

이틀간 이어진 이번 패션위크에는 220여 명의 모델이 참여했고, 100여 명의 내빈과 관객이 함께했다. 신진 디자이너와 시니어 모델, 장애인 모델, 다양한 단체와 협업팀이 한 무대에 어우러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패션은 원래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는 예술이지만, 이번 무대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유통기한지난 마스크를 활용 패션의 런웨이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환경보호를 구호로만 외치지 않았다.
 

실제로 버려질 물건을 모으고, 그것을 분류하고, 다시 디자인하고, 무대 위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했다. 바로 그 실천의 과정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선 의상들은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버리지 않으면 다시 쓸 수 있고, 다시 쓰면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과물이었다.

과일박스안에 있던 스티로폼활용 날개의상 시각장애인모델 공연

‘2026 제3회 PASSWORD 창작패션위크’는 그렇게 패션의 언어로 환경을 말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들이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재활용이 얼마나 창조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환경보호가 얼마나 생활 가까이에서 시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자리였다. 

조화를 활용한 꽃드레스 런웨이

런웨이는 끝났지만, 그날 무대 위를 걸었던 메시지는 오래 남는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거대한 선언보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며, 그 실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이번 패션위크는 바로 그 사실을 눈앞에서 증명해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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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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