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산의 책다락 8] 포스터의 장편소설 " 전망 좋은 방 "
■책 소개
『전방 좋은 방』은 통과의례 소설의 고전이다. 주인공인 루시 하니처치는 그녀의 근심 많고 과보호 경향의 후견인 샬럿 바틀렛과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영국의 전원을 떠나 너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루시는 피아노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녀가 베토벤을 연주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그녀가 지닌 진정한 감정의 깊이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루시가 전망좋은 방과 전통 사회의 닫힌 벽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그녀에게 구애하는 두 젊은이에 의해 구체화된다. 사려깊고 열정적인 조지 에머슨은 그 대상이 이탈리아인들이건 루시이건 간에, 자기 눈앞에 놓인 인간의 가치를 완전하게 이해한다. 세련되고 오만한 세실 바이스는 루시를 살아 숨쉬고 생각하는 인격체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예술 작품쯤으로 생각한다. 이 소설은 성장의 갈림길과 고통—자기 기만의 유혹, 자기 자신의 욕망과 가족의 욕망 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반 영국 중산층과 그들의 딱딱한 관습에 대한 멋진 풍자이면서, 놀랄 만큼 관능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인 이탈리아와 영국의 풍경을 세심한 시각적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그렸으며, 루시가 피아노를 치거나 날씨가 험악해지는 장면에서 독자는 음의 크레센도나 천둥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서 평
낡고 먼지 쌓인 고전 읽기의 대안
불멸의 고전들이 젊고 새로운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목록 선정에서부터 경직성을 탈피한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본격 문학 거장들의 대표 걸작은 물론, 추리 문학, 환상 문학, SF 등 장르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들, 그리고 인류 공동의 문학 유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한국의 고전 문학까지를 망라한다.

더 넓은 스펙트럼,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
소설 문학에 국한하지 않는 넓은 문학의 스펙트럼은 시, 기행, 기록문학, 그리고 지성사의 분수령이 된 주요 인문학 저작까지 아우른다. 원전번역주의에 입각한 충실하고 참신한 번역으로 정전 텍스트를 정립하고, 상세한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를 더하여 작품과 작가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품격과 편의, 작품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 디자인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실로 꿰매어 낱장이 떨어지지 않는 정통 사철 방식,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재질을 선택한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 작품들의 개성을 중시하여 저마다 고유한 얼굴을 갖도록 일일이 따로 디자인한 표지도 열린책들 세계문학만의 특색이다.
●E.M. 포스터(E.M. Forster, 1879 ~ 1970) 영국의 소설가

●E.M. 포스터(E.M. Forster, 1879 ~ 1970) 영국의 소설가. 1879년 건축가의 외아들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톤브리지 스쿨을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휴 메러디스(Hugh Owen Meredith)를 비롯한 평생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읽을 때마다 무엇인가 배웠다는 느낌을 주는 유일한 소설가 - 라이어넬 트릴링F. R. 리비스가 확정한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래드, D. H. 로렌스로 이어지는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Great Tradition)>의 계보에서 E. M. 포스터(E.M. Forster)는 D. H. 로렌스의 출현을 가능케 한 인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온건한 외피를 갖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발표 당시에 몰이해나 적대감에 노출되기보다는 지지와 환영을 받았다. 『하워즈 엔드』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출간 당시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러한 폭넓은 지지에 가린 듯 그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다소 더디게 이루어졌다. (『노튼 영문학 개관』은 최근 개정 8판이 나오면서 처음으로 그의 대표작 『인도로 가는 길』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미국 비평가 라이어넬 트릴링은 1943년 발표한 고전적 연구서에서 E. M. 포스터를 영국 사회의 모순과 한계를 파헤친 진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터 자신이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로서 중년 이후에는 소설 집필을 중단하고 사회 활동에 전념한 것을 감안하면 트릴링의 포스터론은 근본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한편으로 포스터 사후 『모리스』가 발표된 이후 동성애라는 주제로 그의 기존 작품들도 재검토하는 연구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것은 포스터 소설의 사회적 문맥을 짚어내는 데 주력한 트릴링의 작업을 보충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사실, 트릴링의 포스터론은 ― 자신을 포스터의 친구라고 소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그의 동성애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트루먼 커포티는 트릴링과 마주쳤을 때, 왜 『E. M. 포스터』에서 동성애는 언급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그에 대해 트릴링은 짤막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몰랐어.>)
마지막으로 80년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E. M. 포스터 소설의 영화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84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1985년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망 좋은 방」, 1987년 같은 감독의 「모리스」, 1991년 찰스 스터리지의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1992년 제임스 아이보리의 「하워즈 엔드」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요 작품들이 거의 모두 영화화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