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시 한 편을 353] 이명애의 "외래어"
외래어
이명애
다이어트는 식단 조절
즉 살을 뺀다는 뜻이라네
불룩 나온 배는 부유함의 상징
삐쩍 마른 사람들 천지인 북쪽엔
이런 말 생겨날 리 없지
디저트는 식후의 간식
쌀밥 먹으면 됐지
과일이나 과자를 꼭 먹는다?
엘리베이터
아르바이트
터미널
터널
카드
카트
카센터
카세트
이 말이 저 말 같고
저 말이 이 말 같고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
홈에버 달라고 말했다가
온몸에 쏟아지는 눈길에 당황한다
외운다고 외워지지도 않고
선뜻 물어볼 용기도 없는
두렵기만 한 외래어
―『계곡의 찬 기운 뼛속으로 스며들 때』(곰곰나루, 2022)

[해설]
남한에 오니 영어로 된 말이 정말 많아요
어제 초등학교 3학년 이윤겸 어린이의 동시 「분단」을 감상해 보았으니 오늘은 탈북인 성인의 시를 한 편 감상해 볼까 한다. 북한에서는 영어 낱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온 말은 쓰고 있으니 얼마나 반미사상이 투철한지 알 수 있다.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니 여기에 관련된 낱말을 보면 아이스하키를 빙상호케이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하키를 호케이라고 하니까 빙상호케이가 되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속도빙상경기, 쇼트트랙경기는 짧은주로 빙상경기라고 한다. 코치나 감독을 지도원, 주장은 기둥선수라고 한다.
1965년생인 이명애 씨는 2006년 8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는데 제일 힘들었던 것이 영어로 된 낱말 익히기였다. 다이어트와 디저트가 헷갈렸고 엘리베이터와 아르바이트, 터미널과 터널, 카드와 카트, 카센터와 카세트 등은 발음이 비슷해서 구분해 쓰기 위해 애를 먹었던 모양이다. 예를 들자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것이다. 분단 70년 동안 언어는 이질화가 너무 심하여 이제 영어만 보면 경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2020년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기획하고 ㈜창비교육에서 펴낸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을 보니 북한은 우리와 축구 용어를 달리 쓰고 있는데 페널티 킥은 십일메터벌차기, 코너킥은 구석차기, 드리블은 몰기, 헤딩은 머리받기, 수비수는 방어수, 미드필더는 중간방어수이다. 공격수는? 똑같이 공격수다. 옐로카드는 노란딱지 혹은 경고표, 레드카드는 빨간딱지 혹은 퇴장표라고 한다.
이명애 씨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말을 잘못했다. 홈에버를 달라고 했으니 카운트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아마도 한 10년 동안은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끊임없이 긴장하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전문분야의 용어는 남한과 북한사람이 서로 알아듣지 못할 테고, 앞으로가 문제다. 잼을 북한에서는 단졸임으로, 계좌번호를 돈자리로, 다이어트를 몸까기로, 바코드를 띠부호로, 바게트를 베개빵으로, 햄버거를 고기겹빵으로 쓰고 있다. 어떤 것은 귀엽고 어떤 것은 촌스럽다. 러시아어를 가져다 쓴 똘뜨가 무엇일까? 케이크다.
[이명애 시인]
1965년 8월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1981년 8월 평안남도 개천시 룡암고등중학교를 졸업했다. 2006년 8월 대한민국으로 입국했고, 2016년 2월 숭실사이버대학 방송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 12월 《K-스토리》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연장전』『계곡의 찬 기운 뼛속으로 스며들 때』『환승』 출간.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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