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스페인의 시계'
웃음과 비극은 서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삶에서는 늘 맞닿아 있다. 사랑을 둘러싼 익살스러운 소동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시간은 모든 욕망과 운명을 냉정하게 흘려보낸다.
솔오페라단이 창단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오는 2026년 7월 3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더블빌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단막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스페인의 시계(L'Heure espagnole)》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는 이 극적인 대비를 한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이번 공연은 프랑스 오페라와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어, 서로 다른 음악 언어와 연극적 미학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지 보여준다.
코믹 오페라와 베리스모 비극 이라는 상반된 두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이며, 오페라가 지닌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특별한 더블 빌(Double Bill) 무대이다.
첫 번째 작품인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단막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L'Heure espagnole)》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재치와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빛나는 단막 오페라이다. 째깍이는 시계 소리 속, 은밀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유희 라벨이 빚어낸 가장 감각적인 슬랩스틱코메디오페라이다. 시계방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비밀스러운 연애 소동이 정교한 유머와 리듬감 속에서 전개된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시계 가게 안에서 단 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예측불가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시인과 은행가가 시계 속에 숨겨지고, 힘센 노새 몰이꾼의 뜻밖 등장으로 극이 뒤흔들리며 사랑 과 욕망, 허세와 진심이 뒤섞이는 코믹한 장면이 이어진다. 시계와 시간이 극의 장치가 되는 독특한 설정은 라벨 특유의 색채감 넘치는 음악과 만나 기발한 무대적 재미를 만들어낸다. 솔오페라단은 작은 공간 속 단편 오페라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관객이 무대와 음악, 인물들의 유쾌한 충돌을 가까이서 체험하도록 무대를 구성한다.
이어지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전혀 다른 정서를 품는다.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대표작인 이 오페라는 19세기 말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베리스모)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귀족이나 영웅이 아닌 평범한 민중의 삶을 무대 중심에 세우며, 사랑과 질투, 배신과 복수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부활절을 맞은 시칠리아 마을을 배경으로 질투와 사랑, 배신과 복수가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강렬하게 그린다. 시칠리아의 태양 아래 끓어오르는 지독한 사랑과 배신의 서사 질투는 칼이 되고,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산투차, 알피오와 롤라의 사각 구도 속 인물들의 격렬한 감정은 강렬한 아리아와 합창, 오케스트레이션 을 통해 극대화되며, 관객은 평범한 일상 속 인간 본성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사실적인 인물 묘사와 폭발적인 성악, 그리고 유명한 '간주곡(Intermezzo)'은 오페라를 넘어 독립적인 관현악 명곡으로 오늘날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 대부 3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마이클(알 파치노)의 딸 메리가 자기 대신 총에 맞고 쓰러졌을 때 알파치노의 뒤로 흘렀던 바로 그 곡이다.
현악기의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율이 비극을 예감하게 하면서도,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한 체념이 느껴지기도 하는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한 곡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애잔한 선율은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예고하듯 흐르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축을 형성하며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관현악 장면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무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 정상의 음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다.
라벨의 재치넘치는 희극과 사랑과 질투의 격정 속에 운명을 몰아넣는 마스카니의 비극을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빚어내는 압도적인 무대 스페인풍 리듬과 섬세한 음악이 그려낸다.

‘젊은 명장’이라는 찬사와 함께 한국 음악계를 이끄는 명지휘자 홍석원이 지휘를 맡았다. 홍석원은 탁월한 음악 성과 다양한 음악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관현악 레퍼토리는 물론 현대음악과 오페라의 깊이 있는 해석으로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작곡과에서 지휘를 전공, 베를린 국립음 대 지휘과 디플롬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 후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하는 ‘미래의 마에스트로’에 선 발되는 영예를 안는 등 유럽에서 먼저 입증된 홍석원의 리더십은, 2021년 광주시립교향악단 제13대 상 임지휘자로 취임하여 3년간 봉직 당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베토벤, 윤이상, 바버』 음반을 도이 치 그라모폰(DG) 레이블에서 발매해 발매 당일 플래티넘을 달성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 러일으켰으며,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3번 <바비야르> 한국 초연 등 많은 업적을 남기는 등 다양한 활 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활동하며, 명실상 부 K-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주역 캐스트에는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최정상 성악가들이 포진해 무대의 위상을 한층 높인다. 산투짜 역에는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메이저 오페라극 장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에서 ‘나비부인’과 세계 최대 오페라축제인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아이다’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국내 오페라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한국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과 아레나 디 베로나의 주역가수이며 세계적인 극장들과 오페라 축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 최정상급 소프라노 나탈리아 로만(Natalia Roman)이 맡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이외에도 우주호, 황현희 최윤성 등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주요 조역과 앙상블을 맡아 무대의 완성도를 심도있게 끌어올리며, 민간 오케스트라로서 정상의 자리를 꾸준 히 지키고 있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프리모합창단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몰입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두 작품은 희극과 비극이라는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만들어내는 삶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웃음을 통해, 다른 하나는 비극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하나의 공연 안에서 깊은 예술적 울림을 형성한다.
솔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오페라의 다양한 매력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세련미와 이탈리아 베리스모의 뜨거운 감성이 연이어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음악적 대비를 통해 오페라가 지닌 폭넓은 표현력과 인간 드라마의 깊이를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7월 3일 오후 8시, 4일 오후 5시, 5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이번 더블 무대를 통해 솔오페라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이라는 주제가 주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비시키며 희극과 비극, 웃음과 격정, 섬세한 감동을 통해 오페라가 지닌 극적 힘과 인간 감정의 보편성을 생생하게 선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