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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최○○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최○○의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

이승하 시인
입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56]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

 

최○○

 

닳을까, 부서질까… 속 싸게 꼭꼭 싸여

꼼지락거리던 아가야

처음부터 너는 찬란했다.

 

너의 눈빛은

인어공주의 바닷가 윤슬보다 반짝였고,

 

너의 머리카락은

엘사 여왕, 아렌텔 왕국의 오로라보다 신비로웠지

 

문어의 꿈가사를 온몸으로 노래하며

까르륵 넘어갈 듯, 행복의 날갯짓을 하던 아가야

 

너의 웃음은 세상 가장 달콤한 음악이고

너의 몸짓은 완벽히 사랑스러운 예술이었다.

 

엄마를 우주 꼭대기만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아가야

너의 빛이 엄마 별에 다다랐기에

엄마는 우주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별이 되었다.

 

우주 어딘가에서 시작된

찬란한 너의 모든 순간은

 

수억만 년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엄마의 찬란한 삶이 되었단다.

 

―『새길』(2025년 봄호) 

"너의 웃음은 세상 가장 달콤한 음악이고 너의 몸짓은 완벽히 사랑스러운 예술이었다" [이미지:류우강 기자]

   [해설]

   딸이 보고 싶은 엄마의 마음

 

  오늘은 법의 날이라고 한다.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하는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준법정신을 고취하고 법의 존엄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날이라고 한다. 허허,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이 나라 검찰과 경찰의 위상을 생각해보니.

 

  법을 집행하는 두 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시사주간지 《더스쿠프》 이번 호를 보니 검찰의 몰락특집호인데 혈세 1조원 받는 정부 조직의 배신―누구에게 충성했나가 제목이고 한 해 예산만 1조원 이상. 그런데도 권력자를 위한 조직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 정부 조직, 검찰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지면은 시집이나 문예지가 아니다. 서울지방교정청 사회복귀과에서 펴내는 수용자 종합 문예지 《새길》에 실려 있으므로 시를 쓴 이는 지금 형을 살고 있는 죄수이다. 교도소 감방 구석에서 웅크린 자세로 이 시를 썼을 것이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아가는 벽 바깥에 있고 엄마는 벽 안에 있을까. 엄마는 보고 싶은 아가의 눈빛, 머리카락, 웃음, 몸짓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미치도록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네가 태어났기에 엄마가 이 우주에서 가장 찬란히 빛나는 별이 되었다는 구절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나를 엄마가 되게 한 존재인 아가는 수억 만년의 시간을 지나 나와 만나게 되었고, 그 덕에 엄마는 찬란한 별이 되었으며 찬란한 삶이 되었다. 아가가 별이 된 것이 아니라 네 덕에 엄마가 찬란한 별이 되었다는 역설적 표현이 이 시의 핵심이다.

 

  이 시를 쓴 이의 죄목과 형기를 모르므로 언제 출소할지 알 수 없다. 빨리 나가서 아가를 껴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오늘은 법의 날이다. 법을 지키지 않았기에 아가를 안을 수도 없는 엄청난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출소하면 그간 못 준 사랑을 듬뿍 주면서 법을 잘 지키는 올바른 시민으로 잘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민들이 법을 잘 지키면 검찰이 매년 1조원 이상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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