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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 오세영의 "장사익―한 축복이여"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 해설 ] 오세영의 "장사익―한 축복이여"

이승하 시인
입력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67]

장사익

―한 축복이여

 

오세영

 

누가 인간만이

영혼을 가졌다고 하는가.

그대 목소리가 와 닿은 사물들은 그 즉시

무엇이든 살아 숨 쉬는구나.

한순간의 심호흡과 깨어난 혼의 그

황홀한 전율,

그대가 사랑이라 이름하면 그것은

사랑이 되고

그대가 기쁨이라 이름하면 그것은

기쁨이 된다.

가객 장사익,

고단한 시대의 한 축복이여!

강가에 쓸쓸히 앉아 내

그대 애절한 진양조 한 가락을 듣나니

그대 소리 한마당에 이 세상은 문득

화안한 꽃밭이 되고

나는 그 위에서 뛰노는 착하디 착한 한 마리

짐승이 된다.

 

―『노래했을 뿐이다』(문학나무 인물시집, 2009) 

장사익
가객  장사익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가객 장사익을 예찬하다

 

  계간 《문학나무》에서 2007년과 2008년에 28명 시인에게 2편씩 인물시를 써달라고 청탁하여 56편의 시를 게재하였다. 그것을 두 권 시집에 나눠 싣고 시집 제목을 노래했을 뿐이다사랑했을 뿐이다로 붙였다. 오세영 시인은 아주 색다르게, 장사익과 조수미를 소재로 하여 시를 썼다. 장사익을 가수가 아니라 가객으로 부른 것은 그의 풍모가 가객, 즉 서양으로 치면 음유시인을 방불케 했을 것이다.

 

  장사익은 1949년생이므로 이 시가 씌어졌을 무렵엔 58세였다. 그런데 세월이 18년이나 지나 76세인 지금도 현역가수이다. 1994년에 데뷔했으므로 30년 동안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원숙해지고 더욱 노련해지고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무대 위에서의 친근한 태도는 지금도 청중의 넋을 빼놓는다.

 

 오세영 시인은 장사익의 목소리가 가 닿으면 사람이 아닌 사물들이 살아 숨 쉬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혼을 황홀하게 전율케 하는 목소리의 마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서민적인 데서? 인간적인 데서? 한국적인 데서? 가객 장사익을 고단한 시대의 한 축복이라고 했으니 최고의 찬사다. 여기다 덧보태어 그대 소리 한마당에 이 세상은 문득/ 화안한 꽃밭이 되고” “나는 그 위에서 뛰노는 착하디 착한 한 마리/ 짐승이 된다고 한 것도 최고의 찬사다. 아아 빚을 내서라도 내 아버지뻘인 장사익의 공연장에 가보아야겠다.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요인이 단지 노래 실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닐 테니 가서 보고 그 비밀을 제대로 파악해 배워야겠다.

 

  [오세영 시인]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고 본관은 해주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캠퍼스(1995~1996)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강의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예술원 회원이다.
 

  1968년 《현대문학》에 박목월 추천으로 등단했다. 초기에 언어의 예술성에 철학을 접목시키는 방법론적 문제로 고민하다 동양사상, 특히 불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후 불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물의 존재론적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현대문명 속에서 좌절감을 느끼는 인간의 정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했다. 2005년 열세 번째 시집 『시간의 쪽배』를 낸 시인은 절제와 균형을 갖춘 중용의 미를 추구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근년에는 시의 진폭을 더욱 넓혀 세계의 오지를 여행하면서 인간 문명의 역사와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탐색, 그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대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삿갓문학상, 공초문학상, 녹원문학상, 편운상, 불교문학상, 고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에 『대한민국예술원회원 구술총서』를 펴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시와시학상편운상가톨릭문학상유심작품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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