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가의 권리를 30년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2027년 7월 시행 예정인 미술 추급권(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권익 보호 제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호가 아닌 관리의 구조를 띠고 있다. 핵심 조항인 ‘사후 30년 제한’은 예술가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단절시키는 숫자이며, 이는 단순한 기간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저작권 보호기간과 연동해 사후 70년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한국은 30년으로 제한해, 작가와 유족 보호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잘라냈다. 그 결과 작품은 계속 거래되고 시장은 유지되지만, 작가 유족만 법적으로 배제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보호가 아니라 배제이며, 권리가 아니라 관리다.

입법 과정에서 반복된 논리는 “국내 미술시장은 작다”, “권리를 강하게 주면 거래가 위축된다”, “업계 반발이 크다”였다. 결국 제도의 강도를 결정한 기준은 창작자의 생계와 유족의 안전망이 아니라 시장 편의와 업계 부담 최소화였다. 사후 30년은 권리의 철학이 아니라 행정적 타협선일 뿐이다.
운영 구조도 문제다. 보상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기관을 통해 중앙 징수·관리·분배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작가에게는 선택권도, 분배 내역에 대한 통제권도, 실질적인 이의 제기 권한도 없다. 권리라면 자기결정권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의 구조는 창작자를 제도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의 객체로 만든다.
법률적으로도 위험하다. 재산권의 조기 소멸, 예술가만을 대상으로 한 상속 기간 단축, 시장 위축을 이유로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 다층적 위헌 쟁점이 동시에 제기된다. 이대로 강행된다면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책의 정당성과 법적 안정성을 스스로 흔드는 선택이다.
제도가 진정 ‘권리’가 되려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최소한 △사후 70년 이상으로의 기간 상향 △중앙 징수 대신 재판매 시점의 직접 지급 △소액 거래 면제와 상한제 병행 △작가 선택권(옵트인·옵트아웃)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정상적인 권리 설계다.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직시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이전에 입법 재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그대로 시행된다. 시장의 편의를 먼저 보고 사람을 나중에 보는 정책은 문화 정책이 아니다. 예술은 단기 유통 상품이 아니라 세대 간 자산이며, 창작자의 시간은 행정 편의의 숫자로 잘라낼 수 없다.
예술가의 권리를 30년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분명하다. 권리는 보호의 이름으로 단절될 수 없다. 사후 30년은 폐기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