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Once', 한국 창작뮤지컬인가?
[특별 기고 : 최호현 서울문화예술원 원장]
뮤지컬 ‘원스(Once)’가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2월19일 막을 올린 후, 공연 내내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을 서울문화예술원 원우들과 함께 관람하며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약 2개월 전 처음 본 이후, 다시 감상하며 공연 속 디테일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외국 대본이지만, 한국적 감성이 녹아든 무대
뮤지컬 ‘원스(Once)’가 한국 뮤지컬로 다시 돌아왔다.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후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한국 공연은 단순한 라이선스 작품이 아니다.
외국 대본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연출이 돋보였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설정’을 활용한 대사와 상황들은 이질감 없이 녹아들어,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과 한몸이 된 무대—경계를 허문 연출

뮤지컬 원스는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 유명하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점이 특징인데,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하나가 되는 순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관객을 초대하는 공간적 요소로 작용했다. 공연의 흐름 속에서 배우들이 객석을 향해 말을 건네기도 하고, 때로는 관객들이 그 감정 속에 함께 동화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원스는 전형적인 "무대 위의 공연"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공연처럼 느껴졌다.

유머와 풍자가 뭉친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뮤지컬 원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남자와 우연히 만난 여자가 함께 노래를 만들며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로맨스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잔잔한 음악 속에 담긴 작은 유머와 풍자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감동적인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특히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번역된 대사들과 배우들의 연기는, 원작보다 더욱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감성을 전달했다.
관객들은 가볍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깊은 감정에 빠져들어 울컥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이 모든 감정이 음악과 대사, 그리고 무대 위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한 편의 영화 같은 경험을 선사했다.
주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음악적 완성도

이번 시즌에서 ‘가이(Guy)’ 역을 맡은 배우 이충주는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주인공의 내면적인 고민과 음악적 열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의 보컬은 감성적이면서도 강한 울림을 주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걸(Girl)’ 역을 맡은 배우 박지연은 강한 개성과 부드러운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그녀만의 독창적인 캐릭터 해석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무대 위에서 극의 흐름을 더욱 유려하게 만들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눈에 띄었다. ✔ ‘빌리(Billy)’ 역의 김준수는 유쾌한 에너지를 선사하며, 극 중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은행원(Barushka)’ 역의 곽희성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극의 현실적인 면을 돋보이게 했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극을 이끄는 연출 덕분에, 이번 원스 공연은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체험으로 완성되었다.
뮤지컬 원스, ‘뮤지컬을 넘어 감각적인 체험’
이번 한국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뮤지컬 자체를 넘어서, 하나의 감각적인 체험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단순히 무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연 속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어느 순간엔 배우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무대 전체를 감싸는 감각적인 울림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그 순간은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공연장에 있는 모두가 함께 완성한 예술적 순간이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이번 뮤지컬을 보면서,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역사적 배경을 활용한 창작 뮤지컬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스가 가진 단순한 사랑 이야기조차 깊은 감동을 주는 연출과 연기 속에서,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든 새로운 창작 뮤지컬이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역사 속 격변의 순간들, 시대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음악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질 창작 뮤지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원스는 결국 ‘누군가와 함께하는 음악’을 이야기한다. 이번 한국 공연이야말로, 그 메시지를 완벽하게 구현한 무대였다.

최호현 서울문화예술원 원장
(현)SOS기금회 상임고문
(현)세계대한프로태권도연맹 고문
(현)세계경찰태권도연맹 고문 (현)세계평화위원회 위원장 (전)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
(전)안익태기념재단 이사
(전)연세대학교 문화예술 주임교수
(전)한국예술대학 공연예술 학부장
(전)제3야전사령부 문화예술 자문위원
(재)한중장학재단 자문위원 (전)문화예술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