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의 수필향기] 내년 이날에 또 만나요 - 김영희
내년 이날에 또 만나요
김영희
오랫동안 살던 곳에서 이사한 후 출근하게 된 학교.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모두 순수하고 각자의 색깔이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부족해도 품어주고 이해해주고 참아주었다. 어른도 어려워할 문제들을 아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대처할 수 있는지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보였다. 오히려 어른인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상황에 따라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아이들. 이곳의 아이들도 열심히 하라는 부모의 바람으로 왔고, 수업도 착실하게 들었다.
수학을 어려워했던 아이가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문제의 답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문제의 접근 방식에 익숙해져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낼 때마다 자신감은 조금씩 올라갔다. 기초가 쌓이니 아이들은 점점 더 공부에 흥미를 느껴서 수업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중에 한 아이는 수업 시간에 분위기를 깨뜨리는 행동을 계속했다. '책상 흔들기'와 '의자 흔들기', 다른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서 수업 분위기는 흐트러지곤 했다. 또 의자를 흔들다가 뒤로 넘어져 다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처음 한 달을 지내며 이리저리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그 상태로는 도저히 수업이 안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고심 끝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 읽고 느낀 점 써오기' 숙제를 내주고, 다른 시간에 혼자 수업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 아이가 책을 많이 읽으면 집중력을 키우고 생각을 더 깊고 넓게 할 수 있고, 다른 아이들도 수업에 잘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시행하고 나니 다른 아이들이 방해받지 않고 집중하여 수업에 잘 임할 수 있었다. 다음 문제는 그 아이가 독서를 꾸준히 하고, 차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아이는 책 읽기 싫어서 처음에는 그림책만 보았다. 거의 한 달을 그림책만 가져왔다. 그림책을 보며 그림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으나 "이제는 글씨가 있는 책을 읽고 가져와서 느낀 점을 써보자."하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보내던 아이가 어느 날 일본 작가가 쓴 <책상을 흔드는 아이> 라는 제목의 책을 가져왔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런 제목의 책이 있는 줄 몰랐고, 그 책을 아이가 선택해서 읽었다는 데에 또 한 번 놀랐다. 그 책을 발견하고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내심 궁금했었나 보다. 나름대로 책을 고르느라 애쓴 것 같아서 속으로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나는 "그 아이는 왜 책상을 흔드는 거니?", "아! 그래서 흔드는 거구나."하고 맞장구치며 같이 웃었다. 그 책을 읽으며 아이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 것 같아서 기특했다.
아이는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긴 글이 있는 책을 많이 읽게 되었고, 수업 태도도 차츰 좋아졌다. 가만히 앉아서 풀어야 하는 수학도 잘 적응해나갔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집중하면 꽤 잘해냈다. 그동안 아이가 읽었던 동물이며 식물, 어미와 새끼들, 바닷속 이야기와 우주 이야기, 날씨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아이 가슴에 작은 새싹을 틔운 것 같았다.
공부가 하기 싫다는 아이를 공부가 좋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기초가 부족하여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각자 어려워하는 부분에서 시작하면 된다',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한 해의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떡볶이파티'를 하기로 계획했다. 12월말 날씨는 몹시 매서웠다. 그날은 칼바람이 피부를 예리하게 할퀴는 영하 십도 이하의 날씨였다. 수업이 끝나고 모자를 푹 눌러쓴 후 아이들과 학교 앞 떡볶이집으로 갔다. 아이들 각자 좋아하는 것을 주문하라고 했더니 '떡볶이' '슈가감자' '돈까스' 등 먹고 싶은 것이 다양했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나도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우리는 즐거운 '떡볶이파티'를 했다. 행복한 모습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모두 맛있게 먹으니 내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우리는 함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는데, 그날 함께한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수학이 재미있어졌다는 아이, 구구단을 잘 외우게 된 아이, 국어의 긴 문장을 거뜬히 읽게 된 아이, 역할극을 재미있게 잘하는 아이, 영어 단어를 척척 맞추는 아이, 모두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들이다.
그날 찍은 사진 모두 아이들 휴대폰으로 보내주었다. 모두 행복한 모습들. 그 아이들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날 그 모습들이 정지되어있다.
떡볶이파티 후 아이가 했던 말. "내년 이날에 또 만나요."
그 아이의 그 말이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돈다.

[심향 단상]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들뜨곤 합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가정 형편에 따라서 많은 격차가 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기초가 부족하게 되면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집니다. 또 그런 일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면 그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서 더 이상 짊어지기가 버거워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때 '수포(수학포기)'니 '영포(영어포기)'니 하는 말이 생겼습니다. 젊은 나이에 포기는 없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가능성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기에는 수업 끝나고 나머지 공부를 하게하여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선생님들의 노력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방과 후에 학원에 다니며 복습과 선행 학습을 하면서 과외나 학원의 역할이 커졌지요. 그런 결과 부족한 아이들은 끌어주고 학습 속도가 빠른 아이들은 더 높은 수준의 학습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도 필요하겠지요. 방과후학교는 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각 가정의 사교육비를 절약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며, 늘봄교실은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숙제 등을 하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방과후수업이 끝나고 그동안 열심히 따라와 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영어 과목이 없었지만 영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므로, 곧 중학생이 될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영어 시간을 짧게나마 할애하여 수업했습니다.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영어를 모르고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테니까요.
방과후수업이 끝나고 그동안 열심히 잘 따라와 준 아이들이 고맙고 기특하여 수업을 끝내며 추억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이들도 좋아해서 행복했습니다.
그날의 '내년 이 날에 또 만나요' 라는 말은 제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서 가끔씩 생각나곤 합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을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성실하게 삶을 계획하고, 꿈을 잘 키워나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늘 밝은 웃음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김영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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