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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해설] 박희정의 "홍대 땡땡거리"
문학/출판/인문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시조 해설] 박희정의 "홍대 땡땡거리"

이승하 시인
입력
2025.04.11 21:05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 43 ]

홍대 땡땡거리

 

박희정

 

 

인디밴드 1세대여, 통기타여 모여라

 

오늘을 앞지르고

내일을 표현해 봐

 

경의선 땡땡거리는 그들만의 은빛 쉼터

 

다문다문 놓인 젊음, 너이고 나인 것

 

세기의 로맨티스트,

와글대는 청춘이여

 

버스킹 너른 광장엔 희망 노래 춤춘다

 

―『말랑말랑한 그늘』(현대시학사, 2025) 

홍대 땡땡거리 [이미지: 류우강 기자] 

  [해설]

  

  홍대 근처 땡땡거리는 예술의 거리

 

  두 수로 된 시조인데 시조의 완고함을 탈피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시조는 정형성은 지키되 현대를 다뤄야 하는데 아직도 풍경화가 많아서 시조 문예지 속의 작품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뱉곤 한다. 그런데 박희정의 시조는 언어 감각이 젊어서 좋고 지금 이 시대를 다뤄서 좋다.

 

  경의선 숲길을 가로지르는 와우산로 32길은 오늘날 땡땡거리로 불리고 있다. 옛 철길을 따라 기차가 지나갈 때면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 하는 소리가 울린다고 해서 '땡땡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독립문화예술로 대표되는 홍대 앞 인디문화의 주요 발원지로 알려져 있는 땡땡거리 주변은 예전에 국내 인디문화 1세대들의 허름한 작업실들이 곳곳에 있었다.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있다. 작고 허름한 작업실과 갤러리, 특색있는 선술집들이.

 

  박희정 시인은 가난한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오늘을 앞지르고/내일을 표현해 봐”, “세기의 로맨티스트,/와글대는 청춘이여하면서. 그들을 인정해주는 이런 발언도 좋지만 이 거리를 다문다문 놓인 젊음, 너이고 나인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절묘하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오래 산 주민들도, 조그마한 가게의 주인들도, 인디문화를 추구하는 예술인들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면서 옛 영화를 부활시키고 있다.

 

  슬슬 소문이 나자 땡땡거리도 경의선 숲길 개원이라는 흐름에 맞춰 임대료가 상승하는 중이라고 한다. 혼잡한 홍대 앞을 피해 옛 운치가 남아있는 땡땡거리 쪽으로 유동인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정부의 시스템이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인들 스스로 노력하여 잘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예상촌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 뜻은 예술을(), 헤아리는(), 마을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버스킹 너른 광장엔 희망 노래 춤춘다고 마무리하면서 시인은 이곳에다 희망의 깃발을 꽂는다. 이곳이 모스크바의 아르바트 거리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땡땡! 기차와 함께하는 즐거운 희망의 거리, 땡땡거리가 시인의 바람처럼 살아났으면 좋겠다.

 

  [박희정 시인]

 

  경북 문경 태생으로 영남대학교,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시조집 『길은 다시 반전이다』『들꽃 사전』『하얀 두절』『말랑말랑한 그늘』, 산문집 『우리 시대 시인을 찾아서』, 연구서 『박기섭 시조 연구』를 펴냈다. 오늘의시조시인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청마문학상 신인상, 고대문우상, 한국시조협회 본상을 수상했다. 나래시조시인협회장,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위원장, 《정형시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나무 앞에서의 기도』 『사람 사막』 등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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