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라는 캔버스에 투영된 내면의 풍경, 사라 클라트(Sara Klatt) 초대전 개최
사라 클라트 초대전 ‘States of Form: Between Form and Emotion’, 부산 MERGE?에서 개최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 지원 선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에서 열린다. 전시는 회화와 조각, 그리고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신체와 감정의 유기적 관계를 탐구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부산의 대안적 예술 거점이자 글로컬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폴란드 출신 작가 사라 클라트의 조형 세계를 국내 관객에게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글로컬 openARTs 실험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의미를 둔다.
사라 클라트의 작업은 인간의 신체를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 감각, 감정이 응축된 하나의 통로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언어로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감정들을 시각 언어로 번역해내며,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상이한 매체를 통해 그 층위를 드러낸다. 유기적이면서도 꽃을 연상시키는 회화는 가까운 관계 속 인물들에게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부드러운 선과 색채를 통해 정서의 떨림과 내면의 파동을 섬세하게 시각화한다.

반면 검은 조형물로 구현된 조각 작업은 또 다른 긴장감을 형성한다. 세부 묘사가 지워진 익명의 신체는 밧줄에 결박된 채 공중에 매달리거나 낮은 좌대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으며, 이는 제도와 관습이라는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 포획된 현대인의 억압과 불안을 상징한다.

작가는 개성을 지운 인체와 어둠의 색채를 통해 집단 속에서 소외된 존재의 고독과 실존적 비애를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에 잠재한 심리적 구속을 마주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연작은 돼지 가죽을 캔버스로 삼아 타투 기법으로 완성한 작업들이다. 돼지 가죽이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피부와 가장 유사한 조직을 지닌 재료라는 점에 주목하며, 작가가 이미 생명을 다한 표면 위에 바늘과 잉크로 새로운 서사를 새겨 넣는 방식을 통해 피부의 연약함과 흔적의 영속성을 동시에 환기한다고 한다. 꽃과 꽃잎이 겹겹이 중첩된 화면과 불규칙한 검은 점들은 감정의 흔적을 시각적 기록으로 정착시키며, 신체를 감각과 기억의 표면으로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오프닝에서 선보이는 사운드 퍼포먼스다. 부산을 기반으로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온 사운드 아티스트 홍성률은 사라 클라트와의 긴밀한 교류를 바탕으로 작품의 서사와 이미지를 청각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각예술이 담아낸 감정의 층위가 소리와 만나면서, 관객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공감각적 몰입의 경험에 다가서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spaceMERGE? 성백 대표는 관람자가 눈으로만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전시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온 사라 클라트의 이번 한국 전시는, 국경을 넘어 인간 보편의 감정과 신체의 기억을 예술로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형식과 감정 사이, 신체와 기억 사이를 오가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이 인간 내면을 어떻게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시 개요
전시명: States of Form: Between Form and Emotion
전시기간: 2026년 4월 25일 ~ 5월 4일
장소: 복합문화예술공간 MERGE?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 50번길 49)
오프닝 퍼포먼스: 홍성률, 4월 25일
문의: 051-527-81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