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 이오장의 "위고비"
위고비
이오장
당신이 사흘 굶었다면
가장 시급한 일은 먹는 것이지요
굶어 죽는다면
귀신도 쳐다보지 않는 수치
날마다 먹는 건 죽지 않기 위해서죠
이젠 굶는 사람이 없는 낙원이 됐습니다
너무 먹어 탈이 나는 세상
우리는 그런 천국을 이뤄냈습니다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땅이 꺼지고
넘친 숨결로 나무가 죽는 세상입니다
배고파 죽는 사람이 없는데
많이 먹어 죽는다면
그런 부끄러움이 어디 있을까요
국회가 그렇습니다
오천만 인구에 삼백 명의 국회의원이라니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의 부끄럼보다
배 터져 죽는다면 그런 치욕이 없는데
의원 숫자는 세계인의 조롱거리
새로운 신약 위고비는
국회의원에게 시급한 특효약입니다
국민의 성금을 모아 위고비를 구입합시다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일은
국회의원 줄여 국민이 웃는 일입니다
―『갈매기는 나뭇가지에 앉지 않는다』(스타북스, 2025)

[해설]
국회의원에게 480억원을 줍니다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의 헌법이 공포되어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법치국가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조선왕조 건국일이 7월 17일로서, 이날과 맞추어 공포하였다. 제헌절에는 생존하는 초대, 2대 국회의원과 3부 요인을 비롯한 각계 대표가 모여 의식을 거행한다. 헌법을 제정하는 데 초대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컸으므로 이들을 특히 ‘제헌의원’이라고 부른다.
올해 국회의원의 연봉이 1억 5,996만원이라고 한다. 총 300명이니까 480억원은 국회의원이 올 한 해 받는 연봉을 합한 금액이다.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란? 입법 활동, 선출 활동, 예산 결정 활동, 감사 활동, 국제 활동 등을 한다. 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빠진 자리가 아주 많다. 출석하지 않은 분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이오장 시인이 화가 난 이유는 오천만 인구에 300명의 국회의원은 너무 많다는 것이고, 그래서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의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서 시와 군이, 시와 시가 합쳐지고 있는데 국회의원의 수 300명은 변동이 없다. 300명이 모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면 좋을 텐데 싸움, 욕질, 비방을 일삼는 의원들이 있다. 국회의원 중 전과자도 많지만 병역미필자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이 국민을 대표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국회의원을 줄이면 국민이 좀 웃을 일이라고 하니, 시인은 정말 국회의원이 못마땅한가 보다. 제목인 위고비(Wegovy)는 비만치료제의 일반적인 제품명이다. 국회의 비만이 아주 심하니 국회의원의 수를 줄여서 국회 자체의 비만증을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위고비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여러 부가적인 효과가 밝혀진 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관리용 보조제로 사용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시인은 신약 위고비가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거액의 활동비를 주면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국회를 비만아로 보고 몸무게를 줄여야 하고, 위고비 같은 다이어트용 약을 먹여 몸무게를 줄여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씨알이 먹힐 리가 없겠지만 시인이니까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내게 권한이 주어져 있으면 흥청망청 놀고먹는 아무개 같은 국회의원은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 있다.
[이오장 시인]
전북 김제 출생으로, 2000년 《믿음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문화발전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운영위원,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전영택문학상,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왕릉』『고라실의 안과 밖』『99인의 자화상』『꽃구름 탔더니 먹구름 나룻배 탔더니 조각배』 『이게 나라냐』『은행꽃』 등이 있으며, 동시집 『서쪽에서 해뜬 날』『하얀 꽃바람』이 있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청춘의 별을 헤다-윤동주』『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