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2026년 정기공연 '베르테르'

봄의 끝자락, 감정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한 편의 비극이 무대에 오른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국립오페라단의 '베르테르'는 사랑과 절망의 미학을 정교하게 직조한 무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국립오페라단은 26년 첫 무대로 <마농>, <돈키호테> 등을 작곡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대표작인 <베르테르>를 선택했다.
마스네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사랑을 내면으로 끌어안는 원작의 정서가 만나, 프랑스 리리크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준다.
<베르테르>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베르테르>는 섬세한 감정선과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순수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트를 사랑하게 되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주인공 베르테르의 내면을 섬세한 선율로 풀어내고, 인간 감정의 극한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며 낭만주의 오페라를 보여주는 대표 레퍼토리로 꼽힌다.
클래식 돌풍을 이끈 지휘자 홍석원
시대의 얼굴을 담는 연출가 박종원
이번 공연은 국내 최고의 제작진들이 이끈다. 관현악, 오페라,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며 클래식 돌풍을 이끈 지휘자 홍석원이 포디움에 선다. 그는 국립오페라단과 <나부코> <한여름 밤의 꿈>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지휘자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 연출에는 '구로 아리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시대의 얼굴을 담아낸 영화를 연출했던 영화감독 박종원이 맡아 오페라에 도전한다.
영화감독 출신 연출이 이끄는 만큼 이번 공연은 '영화적 문법을 통합시키는 새로운 무대 언어'를 표방한다. 영화적 컨티뉴이티, 즉 장면 간의 흐름과 인물의 동선, 리액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무대를 설계했다. 또 줌인, 플래시백 등 영상매체에서 사용되는 기법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특히 베르테르의 마지막 순간, 샤를로트와의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이 입체적으로 표현될 예정이라 기대가 모인다.
영화처럼 말하는 무대, 감정이 읽히는 움직임
오페라 <베르테르>는 2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다룬 소설 작품을 약 2시간30분으로 압축한 작품으로 인물의 심리에 집중한다. 박종원 연출은 이러한 쥘 마스네의 의도에서 더 나아가 각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화하기 위해 발레를 선택했다.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안무가로 참여해 일관된 감정을 지닌 인물, 베르테르와 흔들리는 인물, 샤를로트의 내면을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무대와 의상에는 2022년 <아틸라>를 통해서 '회화적 아름다움'을 선보였던 디자이너 볼프강 폰 주벡이 참여한다. 이번 작품에서 무대, 의상 뿐만 아니라 조명, 비디오 등 디자인 전반을 아우르며 통합적인 시각 체계를 구축하며, 17세기 배경을 충실히 반영한 고전적인 미감으로 선보인다.
베르테르의 상징인 노란색 조끼와 프록 코트를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며 샤를로트에는 깊은 고뇌를 상징하는 보라색 계열의 의상을 준비했다. 알베르는 가정을 지키는 인물로서 베르테르와 대비되는 브라운 계열의 의상을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무대에서 원작의 정서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감수성을 현대적 무대 감각을 더한 연출이 특징이다. 절제된 무대 디자인과 섬세한 조명, 그리고 인물의 감정을 강조하는 연출이 어우러져, 관객이 인물의 심리 속으로 깊이 침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섬세한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조화, 그리고 극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문학적 감수성과 여린 마음을 간직한 베르테르 역에는 테너 이범주와 김요한이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호프만의 이야기> <일 트로바토레>를 통해서 관객과 친숙해진 이범주는 무대에서 그가 보여준 순수한 이미지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이번 무대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요한은 스웨덴 빌헬름 슈텐하마르 국제콩쿠르 1위, 빈 국제콩쿠르 1위를 수상했으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극장에서 <토스카> <팔스타프>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감성적인 음색과 연기력으로 베르테르의 고뇌를 깊이 있게 표현할 예정이다.
이들과 함께 합을 맞출 샤를로트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카리스 터커가 맡았다.
<카르멘> <마술피리> 2024년 국립오페라단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헤르미아 역에 출연했던 메조소프라노 정주연아 이번 <베르테르>를 통해 보다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줄 예정이다.
카리스 터커는 2025년 국립오페라단과 도이치 오퍼 베를린과의 협업을 통해 선정된 교류 성악가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에서 클라리스 공주역을 맡은 바 있다. 풍부하고 드라마틱한 목소리의 소유자로 샤를로트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이 봄,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렬한 울림을 찾고 있다면, 그 답은 무대 위 베르테르의 목소리 속에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봄의 정취와 맞물려 더욱 짙은 감정선을 드러낸다. 사랑의 설렘과 좌절, 그리고 존재의 고독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통해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베르테르>는 감정의 극단을 섬세하게 표현한 음악과 비극적 서사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봄의 정취 속에서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25주년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창작뮤지컬 ‘베르테르’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의 팬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오페라 장르의 매력을 새롭게 경험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춘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이 작품을 통해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의 관계 속에 사랑의 본질을 다시금 성찰하는 무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공연은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며, 예매는 예술의전당 및 주요 예매처를 통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