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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을 예측하는 눈, 시계열 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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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을 예측하는 눈, 시계열 빅데이터

이민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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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열 빅데이터, 재난을 예측하는 감각
[기고] 재난을 예측하는 눈, 시계열 빅데이터
[기고] 재난을 예측하는 눈, 시계열 빅데이터
▲ 이민호 칼럼니스트
▲ 이민호 칼럼니스트
1. 시간 속에 쌓인 조용한 경고음 : 작은 변화들이 겹칠 때, 재난은 시작된다

 

강원과 경북의 산불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지나갔습니다. 그 조짐은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데이터는 그것을 조금씩 품고 있었습니다.

 

재난은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 조용히 겹치는 변화들이 있습니다. 산의 습도는 점점 줄고, 비 오는 날은 드물어지며, 바람의 방향과 세기마저 예전과는 달라집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겹치면, 재난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3월과 4월에는 산림 지역의 습도가 20% 이하, 심지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 작은 불씨에도 큰불로 번질 수 있습니다. 2025년 3월 강원 산불 때는, 한 달 동안 평소보다 비가 70%나 적게 왔고, 20일 넘게 계속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시계열 데이터(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관측된 데이터, time series data)는 시간에 따라 쌓인 정보입니다. 이것은 과거의 흐름을 보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시계열 데이터는 재난을 미리 감지하는 ‘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가 보내는 경고에 더 귀 기울이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나가야 합니다.

▲ 이민호 칼럼니스트 제공
▲ 이민호 칼럼니스트 제공

2. 시간의 흐름이 드러내는 것들 :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위험의 윤곽

 

시계열 데이터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패턴을 보여줍니다. 단 한 순간의 숫자로는 알아채기 어려운 위험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방향과 속도를 가진 움직임(trend and dynamic behavior)으로 드러납니다.

 

산불처럼 갑작스럽게 보이는 재난도, 사실은 오랜 시간 누적된 조용한 변화가 쌓여 시작됩니다. 작고 느린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재난은 마치 예고 없이 닥친 것처럼 모습을 드러냅니다.

 

홍수, 지진, 더위와 추위, 전염병, 그리고 인구 감소처럼 우리의 삶을 바꾸는 여러 위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겪었던 여러 재난 속에도, 미세한 변화의 흐름은 분명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시계열 데이터는 겉으로는 숫자의 흐름처럼 보이지만, 사회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느린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마을이 사라지고, 아이가 적게 태어나고, 일상이 달라지는 신호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만 위기의 징후로 드러납니다.

▲ 이민호 칼럼니스트 제공
▲ 이민호 칼럼니스트 제공
3. 미래를 준비하는 감각 : 시간이 남긴 조용한 패턴들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터는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그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입니다. 공공데이터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변화를 감지할 실마리와 흐름을 품은 보물창고입니다.

 

그중에서도 시계열 데이터는 이 정보에 숨어 있던 의미를 드러내는 흐름의 언어가 됩니다. 

 

자연의 작은 변화, 사회의 미묘한 신호, 도시의 불균형까지 시계열 분석은 이런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ARIMA(자기 회귀 누적 이동평균 모델, AutoRegressive Integrated Moving Average)나 LSTM(장단기 메모리, Long Short-Term Memory) 같은 분석 방법들은 홍수나 지진을 예측하는 데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번의 기록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시간에 따른 흐름은 보이지 않던 방향성을 드러내고, 더 깊은 이해로 우리를 이끕니다. 

 

재난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갖춰야 할 생존의 조건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시계열 데이터라는 시간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데이터의 흐름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시계열 데이터는 조용한 시간 속에서 미래의 위험을 짚어내는 섬세한 감각입니다. 이러한 감각들이 모일 때, 우리는 더 안전한 사회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민호 칼럼니스트
#시계열#빅데이터#재난#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