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AI 인문학 5] 정책, 데이터로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과 공공데이터의 실제 조건 (3/3)
데이터는 미래를 설계하는데 쓰여야 한다
바뀌는 정치, 달리는 기술, 정책은 그 사이를 연결해야 한다
정책에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주로 사후 분석 중심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산 집행이나 민원 발생 이후에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점검하거나 원인을 파악하는 방식이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고용 정책은 실제 효과를 분석하는 데 예산 집행 후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2023년 보고서). 한편,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정책 설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동량이나 기후처럼 실시간에 가까운 데이터는 일부 영역에서 수집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방역 정책을 신속히 조정했던 경험도 있었다. 이는 정책이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fdataportal.com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전국 각 지역의 인구 변화를 연령, 세대수, 거주지 이동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데이터는 공공기관이나 일부 전문가에게 제한적으로 제공되지만, 지역 맞춤형 정책 설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직 일부 영역에 국한된 움직임이지만, 데이터 기반 정책이 실시간에 반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정책에 반영되는 속도는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정책이 ‘작동’하는 시대
정책은 움직이고, 반응해야 한다
데이터는 충분히 쌓이고 있다.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실시간 변화에 대응하도록 설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술적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가 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민의 기대 역시 점점 더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책이 정적인 문서를 넘어서 움직이고 반응하려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실외 수업이 조정되도록 운영되고 있으며(출처: 서울시교육청), 독거노인의 활동이 일정 시간 감지되지 않을 경우 복지센터에 자동 알림이 전달되는 시스템도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출처: 보건복지부 'AI·IoT 안심서비스').
이렇게 시작된 움직임이 민생과 맞닿아, 정책의 일상적인 운영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설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작동한다’는 건, 설계와 실행이 연결되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는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연결을 넘어 구조로
데이터가 정책이 되기까지 필요한 것들
데이터를 담고 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점차 여러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실제 정책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첫째, 데이터를 함께 쓰려면 공통된 구조가 필요하다. 부처마다 기준, 용어, 시간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서로 다른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둘째, 판단을 내릴 중심이 필요하다. 여러 기관이 제각각 판단하면 대응이 늦어진다. 데이터를 모아도 누가 결정을 내릴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실시간 정책이 어렵다. 따라서 한 곳에서 빠르고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판단과 실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의 실행력 위에 민간과 연구기관의 해석 능력이 함께 작동해야 하며, 각자의 역할은 분명하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일부 민간 기업들은 데이터 표준화, 가중치 기반 해석, 복잡한 정보를 지수화(지표화·시각화)하는 기술 등에서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러한 기술 역량이 정책 설계 초기 단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민간의 기술력과 정부의 제도적 기반이 효과적으로 연결될 때, 정책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설계될 수 있다. 이는 민생의 문제에도 보다 깊이 있고 실질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정책이 작동한다는 것은 다양한 주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조율하는 구조를 갖는 일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언어가 조율될 수 있을 때, 정책은 더 유연하고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주)데이터포털에서 빅데이터시각화팀장으로서 데이터 시각화와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음.
시인과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문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AI 플랫폼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