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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탐방] 피렌체의 햇살을 그리는 화가, 울리비에로 울리비에리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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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환상으로 바꾸는 ‘피렌체 판타지아’의 세계

피렌체의 지붕은 붉고, 하늘은 늘 조금 더 푸르다. 울리비에로 울리비에리(Uliviero Ulivieri)의 그림 앞에 서면 관람자는 실제 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다시 태어난 피렌체를 만난다.

2019.12 i-Happy Gallery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울리비에리는 자신의 고향을 가장 밝고 경쾌한 언어로 그려온 작가다. 그의 화면에는 두오모 성당의 둥근 돔, 주홍빛 지붕, 골목의 빨래, 작은 사람들, 하늘을 떠가는 열기구가 등장한다. 현실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동화 같은 리듬이 흐른다.

2019.12 i-Happy Gallery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2017년작 〈Il Bucato, Laundry〉는 피렌체의 일상을 따뜻하게 포착한다.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와 햇살 아래 선 인물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지붕과 성당은 평범한 하루를 축제처럼 바꾸어 놓는다.

2019.12 i-Happy Gallery 

작가는 이러한 세계를 ‘Strafantasie’, 즉 피렌체 판타지아라 부른다. 이는 꿈속의 환상이 아니라 현실 속에 숨어 있는 기쁨과 사랑, 삶의 온기를 발견하는 방식이다. 울리비에리의 그림이 밝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불안과 우울을 직접 말하기보다, 그것을 넘어서는 행복의 풍경을 캔버스에 펼쳐 보인다.

2019.12 i-Happy Gallery 

1934년생인 울리비에리는 팔순을 넘긴 노화가임에도 여전히 맑은 색채와 유머, 순수한 상상력으로 관람자를 맞이한다. 그의 작품 속 사람들은 단순한 형상으로 그려지지만, 그 단순함은 오히려 삶의 보편적인 표정을 담아낸다.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본 하늘, 말없이 지나친 골목,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가 그의 붓끝에서 다시 빛난다.

2019.12 i-Happy Gallery 

한국에서도 울리비에리의 작품은 ‘행복과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피렌체 판타지아’로 소개된 바 있다. 피렌체와 바다를 즐겨 그리는 자연주의 화가이면서도, 그는 단순한 풍경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현실의 장면을 환상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로 전환시키며, 관람자에게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조용한 메시지를 건넨다.

울리비에로 울리비에리 작가

작업실에 앉은 작가의 모습은 그의 그림처럼 담백하다. 물감과 붓, 종이와 책들 사이에서 그는 오래된 도시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그 위에 햇살 같은 색을 입힌다. 그의 예술은 거창한 선언보다 작은 위로에 가깝다. 그래서 울리비에리의 그림은 보는 이를 웃게 하고, 동시에 잠시 멈추어 삶을 바라보게 한다.

2019.12 i-Happy Gallery 

피렌체의 풍경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울리비에리의 피렌체는 특별하다. 그곳은 역사적 도시이기 전에 마음의 도시이며,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무대다. 그의 작품 속 피렌체는 오늘도 빨래가 마르고, 사람들이 걷고, 열기구가 떠오르는 곳이다.

2019.12 i-Happy Gallery 

울리비에로 울리비에리의 그림은 말한다. 예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일상 속에 숨어 있다고. 그리고 그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현실은 다시 한 번 환상이 된다.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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