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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

[이승하의 하루에 시 한 편을 352] 이윤겸의 "분단"

이승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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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윤겸(언주초 3학년)

 

흩어진 퍼즐

 

아무리 맞추려 해도,

한 조각이 되길 반대하는

흩어지는 사람들

 

사람들은 자꾸

갈라놓는다.

 

조각들은 서로 마주보지만

 

누군가 맞추지 않으면

미완성으로 남아 있을

퍼즐

 

―마중물 동시집 02 『나는요 나예요』(도담소리, 2023)  

분단 _ 이윤겸  학생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설 명절이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아흔을 바라보는 연로하신 이산가족이나 35,000명이 넘는 탈북인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을 생각하면서 깊은 시름에 잠길 것이다. 산소 벌초 이야기나 승용차로 부산까지 몇 시간이 걸린다거나 제수 비용이 얼마라거나 하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면 펑펑 울고 싶어지지 않을까.

 

  이 동시를 쓴 언주초등학교 3학년 이윤겸 학생은 지금은 6학년일 것이다. 지금도 동시를 쓰고 있는지, 있다면 최근에는 어떤 동시를 썼는지 궁금하다. 그때 열 살이었을 윤겸 학생이 이런 소재와 주제의 동시를 썼다는 데 대해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제목을 분단(分斷)이라고 붙인 것도 그렇고, 퍼즐 맞추기와 남ㆍ북한 분단 문제를 연결시킨 것도 그렇고, 정신적인 나이는 거의 중학생 같다.

 

  해마다 66일 현충일이나 625일 한국전쟁 기념일, 101일 국군의 날이 되면 언론을 통해 분단, 휴전선, 판문점, 대화, 보훈, UN, 참전용사 등의 낱말을 듣게 되지만 그때뿐이다. 북한의 김정은 지도자는 문재인 대통령 초기인 20184월에 대화의 물꼬 트기에 동의해 두 정상이 만났지만 그때뿐이었고 그 뒤로 지금까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수시로 하면서 전쟁의 위험만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런 때 이윤겸 학생은 퍼즐 맞추기를 반대하여 흩어진 사람들을 원망하고 있다. 사실 청소년과 대학생 중에도 통일 비용운운하면서 통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대졸 미취업자가 많은데 북한사람들이 오면 문이 더 좁아진다며 지나치게 현실적인 잣대로 통일문제를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분단된 이후 언어사용과 생활관습이 점점 달라져 이질감이 증폭되는 현실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윤겸 학생은 그리고 누군가 맞추지 않으면/ 미완성으로 남아 있을 퍼즐이라고 하면서 남과 북이 대화를 속개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표명하고 있다. 어쩜 이렇게 똑똑한지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혹자는 이 동시를 쓰는 과정에서 누가 도와주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이 학생이 쓴 시작 노트가 동시집에 나와 있기에 소개한다.

 

  “지난 1년간 나는 시가 라는 것을 충분히 느꼈고, 그를 충분히 나의 시에 활용했다. 이번에 시를 공부하며 느낀 것은 시가 곧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는 물론 내가 되지만, 그것은 다시 나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쓴 글 같다. 동시집에 함께 실린 동시 「왕벌의 비행」의 땅을 깊숙이 파고 들어간 날갯짓이// 운명을 하나둘씩/ 무너뜨린다.”, 「거울」의 거울은 우두커니 서 있을 뿐/ 나에게로 다가오거나 달아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려 하지만 발은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구절도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이윤겸 학생이 계속 성실히 시를 쓰면 이 땅의 소중한 시인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이승하 시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승하 시인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우리들의 유토피아』『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생명에서 물건으로』『나무 앞에서의 기도』『생애를 낭송하다』『예수ㆍ폭력』『사람 사막』 등

 

평전 『윤동주-청춘의 별을 헤다』『최초의 신부 김대건』『마지막 선비 최익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지훈상, 시와시학상, 편운상, 가톨릭문학상, 유심작품상, 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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