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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탐방] ‘낙서로 그린 내일’: mothfly의 개인전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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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탐방] ‘낙서로 그린 내일’: mothfly의 개인전 현장으로

류우강 기자
입력
[재미와 통찰을 담은 전시 탐방] 서울 HB갤러리, 4월 19일 ~ 5월 9일

서울 종로구의 삼청동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곧 눈에 띄는 HB갤러리.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연두빛이 짙어지는 날에 갤러리에 들어섰다.  언뜻  뉴욕 첼시가에 있는 팝아트 갤러리인 줄 착각했다.  mothfly(모스플라이)의 개인전 'Tomorrow will be Sunny or Not' 이다. 
작가명을 보니 범상치 않은 mothfly(모스플라이)라  뉴욕 작가 초대전인가 했다.  젊은 작가 박병민 (1985년 생)의 예명이 모스플라이.    

내일은 해가 화창할 거야, 아님 말고

HB갤러리의 이영준 선임 큐레이터는 “mothfly의 작업은 단순히 낙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자아를 찾아가는 긴 여정을 담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큐레이터는 이어서, 작가의 작업이 가진 개성과 독창성이 현대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확신하며 이번 전시에 대한 깊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낙서로 풀어낸 자아와 일상의 조각들
 

갤러리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캔버스에 자유롭게 펼쳐진 낙서들이다. mothfly는 낙서에서 출발한 자전적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탐구한다. '매두벅(Madoobuck)', '박존버(Park Johnber)', '신무학(Sin Moohak)'과 같은 작품 속 캐릭터들은 단순히 상상 속에서 탄생한 인물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투영한 또 다른 자아들이다.

작품 속 장면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작품 속 장면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서사는 완결되지 않는다. 작가는 기억과 망상,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스스로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관객들은 이러한 여백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작가와 함께 그의 내면 세계를 여행하며 예술적 여정을 공유한다.


팝아트적 유희와 동시대적 감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은 의미와 유희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이 작가의 작업 속 철학이다.

mothfly의 작품은 밝고 생동감 있는 색채와 낙서의 즉흥적 요소를 결합하여 팝아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한다. 전시 제목인 'Tomorrow will be Sunny or Not'은 불확실한 삶의 순간을 농담처럼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를 담고 있다. 해는 매일 떠오르지만 때로는 구름에 가려지고, 계획했던 일들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은 의미와 유희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이 작가의 작업 속 철학이다.
 

특히 작품을 살펴보니 관객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이 돋보인다. mothfly는 낙서를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키며, 기억과 서사가 흐트러진 세상 속에서 조화를 찾으려는 시도를 작품 곳곳에 담아냈다.

mothfly의 작품은 밝고 생동감 있는 색채와 낙서의 즉흥적 요소를 결합하여 팝아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한다

작가 소개: mothfly (박병민)
 

mothfly의 본명은 박병민으로, 1985년생의 한국 작가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약 4년간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타인의 콘텐츠를 다루는 상업적 작업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불안을 경험했다. 이후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전환해 약 10여 년간 자신의 예술적 길을 모색하며 독창적이고 자전적인 이미지들을 낙서에서 발전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자아를 탐구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하며, 작품 속 캐릭터들은 모두 작가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투영한 존재들로서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 간다. 그는 팝아트적 감성과 현대적 시각 언어를 결합해 관객들에게 유머와 통찰을 동시에 선사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로와 즐거움

매일 같이 금연하겠다고 다짐하는 나를 닮았다. _류우강 기자

HB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미소가 번진다. “마치 내 얘기 같아요.” 한 관객의 말처럼 mothfly의 작품은 관객 각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공감을 자아낸다. 불확실한 내일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그 속에서 위안과 웃음을 찾도록 돕는 그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안과 웃음을 찾도록 돕는 모스플라이 작업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정보


  • 전시명: Tomorrow will be Sunny or Not (mothfly 개인전)
  • 전시 기간: 2025년 4월 19일(토) – 5월 9일(금)
  •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일·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전시장소: HB갤러리 (서울 종로구 팔판길 5)
  • 문의: 02-735-5662


이번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Tomorrow will be Sunny or Not'은 관객들에게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유머와 질문을 던지는 작은 여정이다. 따뜻한 봄날, HB갤러리에서 mothfly와 함께 내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Tomorrow will be Sunny or Not'

 

류우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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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플라이#mothfly#hb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