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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국 작가 제27회 개인전…먹과 색으로 다시 마주한 ‘울산바위’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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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22일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4~6층 산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비상(飛翔) 이전’의 시간과 존재를 묻다 강렬한 색면과 여백, 먹의 조형성으로 울산바위의 새로운 풍경 제시

한국 산수화의 전통적 먹 표현을 현대적인 색면과 여백으로 확장해 온 박동국 작가가 제27회 개인전을 열고 새로운 ‘울산바위’ 연작을 선보인다.

제27회 박동국 개인전 포스터. 먹으로 구축한 울산바위와 청록색 공간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자료=박동국 작가

‘제27회 박동국展(The 27th Park, Dong-Gook Exhibition)’은 2026년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4~6층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다.

초록색 공간 속 울산바위를 담은 작품. 거대한 색면과 산의 대비를 통해 공간과 존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자료=박동국 작가

이번 전시에서 박동국은 오랫동안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성해 온 산, 특히 설악의 울산바위를 다시 화면 중심에 불러들인다. 그러나 이번 울산바위는 실제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긴 ‘산의 초상’에 머물지 않는다. 노랑과 초록, 푸른색, 붉은색 등 강렬한 색의 공간 속에서 수묵으로 구축된 바위가 등장하면서 현실의 산은 어느 순간 기억과 사유, 존재의 공간으로 전환된다.

 

박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흰 화면 위로 먹의 선과 번짐을 이용해 산세를 구축하는 한편,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렬한 색면이 산과 대비를 이룬다. 노란 하늘 아래 초승달처럼 작은 달이 떠 있고, 초록의 넓은 공간 아래에는 거대한 암봉이 솟아오른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붉고 거대한 원이 산을 품듯 자리한다. 전통 산수에서 배경으로 여겨졌던 공간이 오히려 작품 전체의 정서를 주도한다.

 

특히 작품 속 울산바위는 자연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먹의 선과 농담, 반복되는 필선에 의해 하나의 독립적인 조형물처럼 표현된다. 산의 육중함과 날카로운 바위의 결, 그 아래를 흐르는 검은 먹의 움직임이 대비되면서 정적인 산에서 강한 생명성과 운동감이 드러난다.

 

‘비상(飛翔) 이전’…산을 넘어 존재를 묻다

 

이번 전시에는 박동국의 신작 울산바위를 두고 ‘비상(飛翔) 이전’이라는 화두가 제시된다.

 

작품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산 자체이지만, 조금 더 머물러 보면 오히려 그 산을 둘러싼 넓은 공간과 여백이 작품의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하게 된다.

박동국 전시 作 일부

박동국의 이전 울산바위 연작에서 바위가 화면의 중심이었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산과 주변 공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산을 어떻게 사실적으로 그려낼 것인가보다 산이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앞에 선 인간의 감각을 어떻게 화면 안에 담아낼 것인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며 새로운 작품들을 기존 울산바위 연작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이 확장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울산바위 연작. 노란 색면과 작은 초승달, 먹으로 표현된 산세가 현실과 심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자료=박동국 작가

화면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는 강렬한 색의 공간은 단순한 배경으로 보기 어렵다. 여백은 비어 있는 장소가 아니라 산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적극적인 회화 공간이 된다.

 

거대한 산과 작은 초승달, 강렬한 색과 검은 먹, 채워진 공간과 비워진 공간이 서로 마주하며 긴장감을 만든다.

 

이러한 구성은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산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인가.
아니면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존재해 온 시간의 흔적인가.

 

박동국의 울산바위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관람자가 화면 앞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둔다.

 

먹과 현대적 색채의 충돌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산수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통적인 먹과 현대적인 색채가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공존한다는 점이다. 먹으로 표현된 산은 동양회화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지만 배경에 사용된 노랑, 연두, 청색 등의 색채는 전통적인 산수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산을 둘러싼 하늘 역시 현실의 하늘색을 재현하지 않는다. 초록색이나 노란색, 짙은 청색의 공간은 실제 자연이라기보다 작가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심상적 공간에 가깝다.

깊은 청색 공간 아래 펼쳐지는 울산바위 연작. 여백과 색면 자체가 적극적인 회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자료=박동국 작가

전시 작품에서는 깊은 청색의 넓은 화면 아래 울산바위가 길게 펼쳐진다. 바위는 먹의 자유로운 선과 번짐으로 표현되고, 그 위에 자리한 광대한 청색 공간은 산의 규모와 침묵을 한층 강조한다. 이 때문에 박동국의 작품에서 울산바위는 특정 지역의 명승을 기록하는 풍경을 넘어선다. 실제 산이면서 동시에 기억의 산이고, 작가가 오랜 시간 바라보고 체험해 온 내면의 풍경으로 읽힌다.

 

1996년 첫 개인전 이후 27번째 전시

박동국 작가

박동국은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번 전시까지 27회의 개인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외 단체전과 초대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을 비롯한 여러 미술공모전에서 심사·운영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미술평론가협의회 관련 특별예술가상,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상, 강원미술인 본상, 속초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이어온 산과 자연에 대한 탐구를 다시 점검하면서 새로운 조형적 방향을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박동국에게 울산바위는 반복해서 그려지는 하나의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가 같은 산을 바라보면서도 매번 다른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자연을 외형으로만 옮기기보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시선과 감정을 함께 담아내기 때문이다.

 

제27회 개인전에서 만나는 울산바위 역시 이전 작품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산을 둘러싼 공간과 색, 여백, 작가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 결과 울산바위는 더 이상 ‘그려진 산’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기억, 전통과 현대, 물질과 정신의 경계를 오가는 하나의 회화적 존재로 모습을 드러낸다.

 

박동국이 오랜 시간 바라봐 온 울산바위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비상’할 것인지도 이번 전시 이후 주목되는 지점이다.

 

전시 개요

전시명: 제27회 박동국展(The 27th Park, Dong-Gook Exhibition)
작가: 박동국
기간: 2026년 9월 16일(수)~9월 22일(화)
관람시간: 10:00~18:30
장소: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4~6층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4-1
문의: 02-736-6347

임만택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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