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작가 초대개인전, 2부 '군계일학 새하얀 날개 드레스 한복으로 동서양 공주되다'

전시개요
전시명: 군계일학 새하얀 날개 드레스 한복으로 동서양 공주되다
전시기간: 2026.2.5(목)_2026.3.5(목)
전시장소: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109_ B1
손지연 작가 노트

"군계일학 새하얀 날개 드레스 한복으로 동서양 공주되다"
서양 미술사에서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Las Meninas)>의 중심 인물인 마르가리타 공주의 드레스와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두 의상의 미학적 특징 중 마르가리타 공주의 드레스는 과시와 구조의 미학으로, 17세기 스페인 왕실의 '가르다인판테(Guardainfante)'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인위적인 실루엣 드레스 내부에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거대한 치마 지지대(파딩게일)를 넣어 좌우로 극단적으로 넓은 형태는 여성의 신체를 구속하면서도 왕실의 권위와 위엄을 시각화했다.
화려한 장식과 질감, 벨라스케스의 붓 터치로 표현된 드레스는 은색 자수, 붉은 리본, 레이스가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빛의 반사를 이용해 직물의 고급스러운 질감을 극대화했다. 수평적 팽창은 드레스의 너비가 입은 사람의 키보다 넓어 보일 정도로 수평을 강조하며, 이는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으로서의 '권력'을 상징하였다.

드레스의 거대한 부피는 단순히 패션의 선택이 아니라, 공주가 차지하는 공간의 물리적 크기를 확장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하는 좌우로 넓게 퍼진 치마는 타인이 공주에게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며, 왕실의 신성함을 보호하는 '움직이는 성벽'과 같은 역할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하였다.
수평적 확장성 때문에 좁은 문을 통과하기조차 힘들었던 이 비실용적인 너비는 역설적으로 "나를 위해 공간이 맞춰져야 한다"는 왕실의 오만한 미학을 펼쳐진다. 억압과 인내를 통해 미래의 왕비 교육을 받던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가 이 무겁고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모습은 당대 스페인 궁정의 금욕주의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감정의 통제를 강요하는 무거운 옷 무게와 꽉 조인 코르셋은 흐트러진 자세나 감정 표현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주는 이 옷을 입음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국가적 상징이 되며 궁정 최고의 화가 벨라스케스는 이 드레스의 딱딱한 질감과 공주의 부드러운 피부를 대비시켰다. 이는 차가운 철재 구조물(드레스) 안에 갇힌 연약하고 순수한 영혼이라는 점유의 미학은 공간을 지배하는 권력 비극적 미학을 자아내는 듯 하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드레스는 '인간을 가두어 신화로 만드는 틀을 자연스러운 육체를 지우고 그 자리에 왕실의 위엄이라는 기하학적 형태를 채워 넣었다.

궁정 최고의 화가 벨라스케스는 '억압적 구조'의 철저한 빛 계산을 통해 한 컷의 유화 장면을 과시하고 권력을 담으려 캔버스 위에서 생명력을 얻어 비단 옷에 빛을 더 강조했다. 마르가리타 공주는 화려한 빛의 중심이자 정지된 아이콘으로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거울 속 숨겨진 왕과 왕비의 존재라는 '재현의 역설'로 안내하는 미학적 장치이다.
한국 한복의 곡선과 여백의 미학은 인위적인 고정물없이 천의 흐름과 선을 중시하는 유기적인 미학을 자연스러운 실루엣으로 표현한다. A라인은 상체는 저고리로 단정하게 조이고, 하체는 풍성한 치마로 감싸 '상박하후(上薄下厚)'의 미를 보여주었다. 서양의 드레스처럼 지지대를 쓰지 않고 천 자체의 중첩과 주름으로 볼륨을 만들었다. 저고리의 소매(배래), 깃, 동정, 그리고 치마의 부드러운 곡선은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선과 닮았다.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유연한 선이 곡선 미학의 핵심이다.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 개관전에 선보인 쉬폰 드레스 한복은 색채와 여백,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색 대비 또는 천연 염색의 은은한 색조를 통해 화려한 자수보다는 전체적인 형태와 옷감이 주는 여백의 미를 강조했다. 순백의 화이트 비즈와 한복의 동정 깃을 살포시 강조하며 조화와 균형감으로 우아함을 더했다. 쉬폰의 비침으로 속치마는 샤넬 라인으로 여성의 정숙함과 단정함을 표현했지만, 그 은은한 우아함과 여성미를 더욱 발산시켰다.
벨라스케스의 마르가리타 공주 드레스를 유화로 그려 실크의 광택을 빛으로 표현했다면, 우리 옷 소담해의 드레스 한복은 "군계일학 새하얀 날개 한복 드레스 동서양 공주 되다"라는 군계일학 개관전 쉬폰 드레스처럼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해 버린 투명한 수채화 같은 새하얀 드레스이다. 자유를 꿈꾸는 공주의 날개가 되었다.

양지우 한복 디자이너(우리옷 소담해 대표)가 디자인한 한복 쉬폰 드레스는 전통 한복의 단아한 절제미와 현대 서양 드레스의 낭만적인 화려함을 결합한 '포스트모더니즘 한복'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통과 현대 의상의 가장 큰 특징은 쉬폰 소재의 투명성과 레이어링으로, 전통적인 비단(실크) 대신 현대적인 쉬폰(Chiffon) 소재를 사용했다. 쉬폰 특유의 가볍고 하늘하늘한 성질 덕분에 걸을 때마다 자락이 섬세하게 흩날리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스루 효과의 원단이 얇고 비치는 성질을 활용해, 여러 겹을 겹쳐 입는(레이어링) 한복 특유의 미를 극대화 하였다. 색이 겹치면서 생기는 오묘한 색감의 변화가 깊이감을 주며 직선과 곡선의 실루엣의 조화는 전통 한복의 평면 재단 방식과 서양식 입체 재단이 적절히 매치하였다.
상체의 저고리는 한복 고유의 깃과 동정의 직선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여 목선을 단아하게 강조하고, 하체의 치마는 허리 라인을 높게 잡아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는 하이웨이스트로 디자인했다. 풍성하게 퍼지는 'A라인' 실루엣은 서양의 웨딩드레스처럼 화려하면서도 한복 치마 특유의 풍성한 볼륨감을 잃지 않으며, 색채와 디테일은 절제된 우아함과 강렬한 원색보다는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나 무채색 계열을 주로 사용하여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했다.
조명에 따라 은은한 광택이 빛나는 쉬폰은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자유로운 고름의 길이와 얇은 리본, 비즈 자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소담해의 쉬폰 드레스는 "전통의 격식은 갖추되, 소재의 변화를 통해 현대적인 로맨티시즘을 완성한 옷"이다. 새하얀 쉬폰 드레스는 붉은 사과 속의 새하얀 날개처럼 군계일학의 평범함 속 비범한 공주의 로망을 이루어 주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한국 전통 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전통의 정신은 지키되 형식은 현대화하는 태도를 말한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만남, 서양 드레스와 한복의 만남. 어쩌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곧 조화일지도 모른다. 마르가리타 공주의 서양 드레스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으로서의 '권력'의 아름다움으로 표현 했다면, 한국의 한복과 현대적인 시폰 드레스는 부드러운 곡선과 흐르는 듯한 선의 미적 가치로 표현했다.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공간 점유는 조화와 절제로 보여주며, "군계일학 새하얀 날개 드레스 한복으로 동서양 공주 되다"는 살아있는 새하얀 날개의 군계일학처럼 자유로운 행복을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가 되었다.

손지연 SON JI YOUN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서양화)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를 졸업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과 회화(서양화) 전공으로 미술학 박사를 졸업했다. 100회 이상의 전시와 39회 이상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27회의 개인 초대전과 단체전, 협업 기획전, 해외전(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필리핀, 홍콩,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국내외 전시를 진행했다.
예술기획 군계일학 유니크(Unique) 갤러리 대표이며, 대학에서 순수회화, 색채학, 구도 등 특강과 인공지능과 현대미술 특강 교수를 맡았다. 대기업에서 초대 작가 선정, 평론, 전시 기획, 아트 세미나, 큐레이션, 어드바이저 미술 특강 교수와 프리미어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강남점 군계일학 유니크 갤러리에서 국내외 교류 전시와 라이브 평론, 대학교에서 스페셜 프로그램 초청 특강 교수, 평론, 교육, 전시 기획, 비주얼 퍼포먼스, 문화·예술 기획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