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7월 매미가 운다, 매미의 울음 앞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2026년도 어느덧 7월로 접어들었다. 장마 사이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이 되어도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는 폭염과 열대야의 계절이다. 그리고 여름이 깊어졌음을 가장 먼저 알리는 소리가 있다. 바로 매미의 울음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매미 소리는 한낮이 되면 더욱 거세진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울기 시작하면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들릴 만큼 요란하다. 잠을 방해하거나 대화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매미 소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왜 저렇게 처절하게 울어대는가”라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매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울음은 단순한 소음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매미는 나뭇가지나 줄기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후 종에 따라 수년 동안 땅속에서 생활하며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성장한다. 우리가 흔히 ‘굼벵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유충은 어둡고 좁은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성장한 유충은 어느 여름날 밤 땅 위로 올라온다. 천적을 피해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뒤 단단한 껍질을 벗는 우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날개를 가진 성충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가 여름날 만나는 매미는 바로 이처럼 긴 기다림과 위험한 변화를 통과한 생명이다.
수컷 매미가 큰 소리로 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암컷을 부르기 위해서다.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알리고 짝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운다. 나무를 옮겨 다니며 반복해서 소리를 내지만, 모든 매미가 짝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기다렸음에도 성충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고, 그 짧은 기간에도 생존과 번식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미의 울음을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여기며 화만 내야 할까.
물론 새벽잠을 깨우는 소리가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매미 울음이 건물과 아스팔트 사이에서 반사되며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활 속 불편함까지 무조건 참고 아름답게 받아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 울음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소리가 아니다. 매미가 자신의 생을 이어가기 위해 보내는 절박한 신호다.
사람에게는 소음이지만 매미에게는 사랑을 찾는 목소리이며, 생명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한 간절한 외침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온 생명이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다해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매미의 삶에서 ‘기다림’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조금만 결과가 늦어도 불안해하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한다. 빠른 성공과 즉각적인 보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미는 눈에 띄지 않는 땅속에서 수년을 견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박수를 보내주지 않는 시간에도 묵묵히 성장한다. 우리 인생에도 이와 같은 시간이 있다. 노력해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어둠 속에서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땅속에서 보낸 세월이 있어야 매미가 날개를 펼칠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과 인내가 있어야 사람도 자신의 때를 맞이할 수 있다.
매미는 또한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충이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익숙한 땅속을 떠나야 한다. 나무에 올라 단단한 껍질을 벗고, 연약한 몸과 날개가 굳기를 기다려야 한다. 탈피하지 않으면 날 수 없고, 과거의 껍질을 벗지 않으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다.
우리 역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생각과 습관, 두려움과 미련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변화는 늘 두렵지만 익숙한 껍질 속에만 머문다면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없다. 매미의 빈 허물은 생명이 떠난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벗어놓은 성장의 증거다.
무엇보다 매미는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가르쳐준다. 매미는 자신의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슬퍼하며 울지 않는다. 언젠가 생을 마쳐야 한다는 이유로 나무 아래에 숨어 있지도 않는다. 햇빛이 뜨거운 한낮에도, 비가 그친 숲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힘껏 낸다.
사람은 매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정작 오늘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말은 다음으로 미루고,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도 언젠가 하겠다고 생각한다. 꿈을 시작할 때를 기다리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매미의 울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매미처럼 큰 소리로 자신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며,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들리는 매미 울음이 여전히 시끄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리를 잠시 생명의 언어로 들어보면 어떨까. 수년의 어둠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나온 작은 생명이 짧은 여름을 온몸으로 살아내는 소리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매미는 처절하게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다해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7월, 우리는 매미의 울음을 통해 기다림의 가치와 변화의 용기,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짧기에 더욱 간절하고, 유한하기에 더욱 빛나는 생명. 매미의 울음은 단순한 여름의 소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삶의 메시지다.
올여름 매미가 다시 울기 시작하면 짜증부터 내기보다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 그 작은 생명의 외침 속에는 어쩌면 우리가 잊고 있던 인내와 사랑, 용기와 희망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