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담(松潭) 송삼용 시인 시집 『숲이 깊다』

머리글
어머니의 부엌
도시의 밤
그리고 바다와 산의 침묵.
눈이 길을 덮어도
누군가는 다시 그 길을 걸어간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그 작은 흔적들을 길어 올린다.

약력
강원도 고성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석사) 졸업
한국생활문학 신인상
(사)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회원
부천문인회 회원
사물과 장면이 품고 있는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길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른 차원의 감각이 열리는 詩
송삼용의 시는 눈과 바다, 참나무와 감나무, ‘덴마’라는 작은 배와 미역귀, 리어카와 장독대, 초인종과 지하철 같은 구체적 대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시편들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풍경의 제시나 대상의 묘사에 머물지 않는다. 시인은 사물을 오래 바라보고, 장면을 충분히 견디며, 그로부터 서둘러 의미를 추출하기보다 그 사물과 장면이 품고 있는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송삼용의 시에는 ‘무슨 일이 있었다’는 정보보다 ‘그 일이 지나간 뒤 무엇이 남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 이 지워진 자리에 남는 것이 고요가 아닌가 한다.
표제작 「눈이 길을 지우는 방식」은 이 시집 전체를 이해하는 하나의 관문이다. 시인은 “밤새 세상은/ 말을 지웠다”고 적는다. 눈이 지우는 것은 길만이 아니다. 길은 인간이 이동의 방향을 새겨 놓은 자취이고, 말은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고 질서화하기 위해 마련한 통로이다. 그런데 시인은 눈 내리는 세계를 통해 그 길과 말을 함께 지워 버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향 감각과 의미 감각이 동시에 중단되는 순간이다. 말이 멈추고 길이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다른 차원의 감각이 열린다. 송삼용은 바로 그 자리, 인간의 언어와 습관이 잠시 무력해지는 자리에서 고요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