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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호의 시조 아카데미 19] 민병도의 "들풀"
시인 김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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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
민병도
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들풀」은 짓밟히고 꺾이고 베이는 운명을 지닌다. 들풀은 인간 사회에서 소외된 이의 상징이다. 들풀은 타인의 발자국과 무심한 풍경에 휩쓸려 자기 자리조차 지킬 수 없는 ‘운명적 약자’다. 마치 세상의 큰바람 앞에 무력하게 흔들리며,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또 다른 시선에서 저항과 생명력의 상징이 된다. 아무리 밟히고 꺾여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뿌리를 내려 되살아난다. 극복자의 입장에서 들풀은 비극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숨결이다. 들풀은 화려한 정원의 꽃은 아니지만, 자유와 생존의 힘을 스스로 증명하는 존재다.
민병도의 들풀이란 존재는 무력한 희생을 상징하는 동시에, 꺾일수록 더 깊이 뿌리내려 생을 이어가는 저항의 의지로 작동한다. 결국 「들풀」은 상처와 회복이 교차하며 생명을 증명하는 하나의 서사임을 보여준다.
결국 인간 존재의 초상이며 밟힐수록 강인해지는 '나'라는 피해자의 주체 의식이 숨겨져 있는 시조라고 할 수 있다.
김강호 시인

1960년 전북 진안 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 생각 소나기로 쏟아지는 날』외 다수
2024년 44회 가람문학상 수상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 「초생달」 수록
코리아아트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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