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의 세상보기 : 시] 쇳덩이의 시학 / 홍영수

쇳덩이의 시학
홍영수
사방이 거울로 가둬진 광장
한 손엔 육체의 건강을 갖기 위해
한 손엔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쇳소리와 함께 삶의 문장이 숨 쉬는 곳
삶의 무거운 짐 등에 지고
체중 부하 걸린 고난의 길 위에
내려앉는 희망의 바벨을 들어 올리며
지방 덩어리의 성분을 미적분하는 곳.
어제의 나약했던 가녀린 그림자를 지우고
지난날 멈칫했던 발걸음의 흔적을 해독하면서
상처 입은 영혼의 다리를 단련하며
거울 앞에서 넋의 근육을 조각하는 곳
수백 천 번 뛰어도 그 자리인 러닝머신
쉼 없는 노력에도 늘 제자리인 삶
굳어진 골격과 체위에 수혈이 필요할 때
혼의 힘줄을 가다듬고 키우는 곳.

시작 노트
어느 날 문득 피트니스 센터의 거울 앞에 서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거울로 가둬진 공간, 그곳은 단순히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며 몸매 관리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내 안의 정신적 육체적 나약함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스스로 뒤돌아보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쇳덩이를 집어 들어 몸의 건강을 다듬고 발은 마음의 러닝머신 위를 쉼 없이 뛰며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으며 삶의 문장을 쓰는 곳이었다.
어쩜, 피트니스 센터에서 매일 들어 올리는 쇳덩이의 무게는 살아가면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이고, 어깨를 짓누르는 체중 부하는 삶의 고난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숨 가쁘게 땀 흘리며 덜어내고자 하는 지방 덩어리는 내 안에 겹겹이 쌓인 게으름과 나태의 흔적일 것이다. 그것을 지우기 위해 몸과 마음을 미적분하듯 쪼개고 분석해서 정신과 육체의 힘줄을 더 단단하게 가다듬고 올곧은 얼과 혼을 조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홍영수 시인, 코리아아트뉴스 전문위원

-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 한탄강문학상 대상
- 아산문학상 금상
-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지구의 유언장』, 자연과 인문,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