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의 그림이야기 10 ] 구름 위의 달 항아리 _ 정영신

이 작품은 정영신 화가의 작품으로 리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얼룩빼기 국보 달 항아리에 금과 진주로 장식된 나비 문양의 왕후의 노리개를 가미한 작품이다.
리움에 소장된 얼룩빼기 달 항아리는 새하얀 몸통에 전체적으로 커다란 누런 얼룩이 져 있다. 약간은 비대칭이지만 거의 풍만한 정원의 완벽한 모습에 몸통 가득한 얼룩이 국보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얼룩은 분석 결과 식물성 기름인 것으로 추정됐었는데, 이 항아리에 담겨있는 기름이 밖으로 배어난 건지, 혹은 항아리가 엎어져서 옆에 쏟아져 있던 기름에 젖어든 건지 확실치는 않다. 어떻든 손때와 기름때가 묻은 사용의 흔적이 오히려 이 달 항아리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마치 구름 위에 뜬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백색의 도화지에 그린 한 폭의 추상화 같기도 하다.
이 달 항아리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이 항아리를 들고 온 이가 돈을 더 받기 위해 “백자 표면의 얼룩을 지우면 어떠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물을 구입한 미술관 관계자가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골동품계에서 얼굴을 지우는 것은 다반사였지만 이 관계자는 “얼룩을 빼면 사지 않겠다"라고 다짐해두었다. 얼룩을 뺏다면 그 백자의 역사성은 송두리째 사라졌을 것이다.
달하면 보름달이 생각나고, 보름달 하면 풍요로움과 풍만함이 먼저 생각난다. 달 항아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백자대호’(白瓷大壺)라는 무미건조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런데 해방 이후 화가 김환기(1913~1974)와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 등이 멋들어진 이름을 지었는데. ‘밤하늘에 둥실 떠있는 보름달 같은 백자’라 해서 ‘달 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김환기는 신천지의 '이조 항아리'라는 시에 "지평선 위에 항아리가 둥그렇게 앉아 있다'라고 했고, 최순우는 동아일보에 기고 글에 달 항아리를 ‘잘 생긴 며느리 같구나!’하기도 했다.
노리개는 저고리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차는 부녀자들의 장신구이다. 여인의 옷고름에 차는 노리개는 아름답게 꾸며줄 뿐 아니라 여인의 소망과 실용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노리개의 모양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 나비나 박쥐는 화려하고 복을 받기 위함이며, 방아다리·투호·가지 모양의 노리개는 자손의 번창을, 범발톱 노리개는 나쁜 악귀를 쫓는 뜻을, 원앙은 부부의 금실을 나타낸다.
순종 황제 비가 입었던 황원삼과 거기에 단 노리개가 남아 있다. 이 노리개는 산호 노리개, 옥나비 한 쌍, 그리고 밀화 불수 노리개가 띳돈에 달려 있다. 산호는 산호 가지를 그대로 살려서 만들었고, 옥나비는 옥판을 나비 모양으로 조각한 후 금도금 판을 옥나비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산호나 청강석, 진주로 장식하였다.
정영신 화가는 도자기 그림을 주로 그리는 화가이다. 정영신 화가의 이번 달 항아리 작품은 리움 마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얼룩빼기 국보 달 항아리에 옥나비를 금판에 올리고 붉은 매듭으로 장식한 왕후의 노리개를 가미했다.
후득하니 잘 생긴 며느리를 보는 듯, 조선 달 항아리의 최고 가치를 왕후의 노리개로 배가 시키고 있다. 노리개는 달 항아리의 풍만한 자연미를 강조할 뿐 만 아니라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부귀다남 · 불로장생 · 백사여의(百事如意) 등 행복관을 바탕으로 한 여인의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