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AI 인문학 9] 청년 파산, 인공지능이 막을 수 있다
민생을 향한 AI 기술 제안서 (3/5)
존엄을 실현하는 가능성, 이제 현실이 되어야 한다
가능성을 막는 현실의 조건들
“막혀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청년 파산을 막는 일은 가능하다. AI는 소득, 소비, 신용 데이터를 분석해 위기를 감지하고, 적절한 제도를 연결해주는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넘기 힘든 현실의 장벽이 존재한다.
첫 번째 이유는 데이터의 소유 구조다. 청년의 금융·소비 관련 정보는 카드사, 통신사, 금융기관, 유통사 등 여러 민간 기업에 흩어져 있다. 각각은 위기의 전조를 보여주는 신호지만, 공공이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 분석하기는 어렵다. 이는 정보의 분산도 문제지만, 민간이 보유한 정보를 공공이 자유롭게 다룰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이유로 작용한다.
두 번째 이유는 법적 제약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은 개인의 명확한 동의 없이는 데이터의 수집이나 2차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더욱이 본인이 상황을 먼저 인지하고 미리 동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작 구조가 시급한 시점에 이르면, 법은 오히려 공공의 개입을 막는 장벽이 된다.
그렇기에 기술이 가능성을 갖추더라도, 그것이 현실이 되려면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실은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하는 단계
“분명한 방향, 시작된 가능성”
청년 파산을 막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비록 부분적인 가능성에 그치고 있지만, 제도와 기술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첫 번째 움직임은 금융기관 내부의 조기경보 시스템이다. 일부 은행과 카드사는 자사 고객의 연체 가능성을 AI로 예측해 위험을 사전에 통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위기 감지 가능성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공공성과 개인 맞춤형 구제 제도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두 번째 움직임은 정부의 복지 안내 시스템이다. 생애주기별 복지 정보나 온라인 맞춤형 서비스 같은 안내 체계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이 시스템은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거나 개입하는 구조는 아니다. 여기서 제공되는 정보는 청년 채무조정, 주거비 지원, 일자리 연계, 긴급복지 등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그 신청 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두 사례 모두, 위기를 감지하고, 예방하려는 움직임이다.
위험 신호를 구조로 바꾸려면
“인공지능이 구조가 되기 위한 조건들”
AI는 청년 파산의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가장 가까이에서 구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비 감소, 소득 단절, 통신 연체와 같은 신호들은 위기의 전조이며, AI는 그 징후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 가능성이 실체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제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민간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공공이 안전하게 연계할 수 있도록 하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설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행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AI가 감지한 위기 신호가 실시간으로 복지 제도와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 인프라가 필요하다.
셋째, 선제적 개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이 먼저 손 내밀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기준을 정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기술은 실질적인 구조 도구로 기능할 수 있고, 청년은 무너진 후가 아니라 무너지기 전에 구조될 수 있다.
청년 파산을 막는 기술, 가능성에서 현실로
존엄의 의미를 실현할 인공지능
청년 파산을 막는 미래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 미래에서 인공지능은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고, 청년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안한다. 제도를 모르고, 신청을 못해도, 시스템이 먼저 움직인다. 클릭 한 번이면 채무 조정이 시작되고, 취업 연계나 심리 상담 같은 도움이 함께 연결된다.

청년의 파산은 개인의 실패만은 아니다. 기회의 단절이며 동시에 존엄의 붕괴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젊은 동력이 흔들리는 사건이다.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이 고립되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점차 신뢰를 잃는다.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책임은 결국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국가 구성원이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일은, 곧 사회적 신뢰를 굳건히 하는 일이자,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개인의 평온은 사회 전체의 안정과 연결되고, 결국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술이 효율을 넘어 존엄을 지켜내고, 도구를 넘어 사회의 윤리를 품을 수 있을 때, 그것은 사회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다.


시인, 칼럼니스트, IT AI 연구원 , KAN 전문기자
(주)데이터포털에서 빅데이터시각화팀장으로서 데이터 시각화와 AI 기술을 활용해 공공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음.
시인과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문학과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여 AI 플랫폼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함